11년 만에 어머니대회 소집해 “출산율 감소 막아야” 연설
NYT 분석과 달리 북도 고민, 세쌍둥이 소식 떠들썩한 선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평양에서 열린 5차 어머니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평양에서 열린 5차 어머니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미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한국은 소멸하고 있는가’라는 칼럼을 통해 한국의 출산율 저하로 인구 감소를 우려하면서 “한국이 유능한 야전군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면 출산율 1.8명을 기록하고 있는 북한이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뜬금없는 남침 이야기지만 해외 칼럼니스트가 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한국의 인구 위기가 심각한 건 사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한국의 3분기 합계 출산율은 0.7명으로 1년 전에 0.1명 줄어들 정도로 감소세가 크다.

한국의 출산율은 2021년 기준 0.81명으로 217개국 가운데 홍콩(0.77명)을 빼고 최하위다.

그런데 정도 차이는 있지만 북한의 저출산 고민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북한 관영매체가 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에서 파악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2일 평양에서 개최된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면서 “지금 사회적으로 놓고 보면 어머니들의 힘이 요구되는 일들이 많다”며 출산율 저하 문제를 그 가운데 하나로 짚었다.

11년 만에 어머니들을 불어모아 김정은이 직접 더 많은 자녀를 낳아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김정은은 자녀 출산과 교육 문제를 “혁명의 대를 꿋꿋이 이어 나가는” 것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건전한 문화 도덕 생활 기풍을 확립하고 서로 돕고 이끄는 공산주의적 미덕, 미풍이 지배적 풍조로 되게 하는 문제도, 그리고 출생률 감소를 막고 어린이 보육 교양을 잘하는 문제도 있다”며 출산율 저하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북한은 국제기구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합계출산율이 1.8명 수준인 것으로 밝히고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보다 높은 상황이지만 저출산국으로 분류되는데다 인구 규모를 키워야 하는 입장인 북한으로서는 신경 쓰이는 대목일 수 있다.

북한 인구는 2500만 명 수준으로 한국의 5155만 명의 절반가량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말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시기에 식량 부족 등으로 대량아사 사태가 빚어져 200~300만 명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탈북・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등이 전한 바 있다.

우리 정보 당국도 당시 46만 명 정도가 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후 2400만 명 수준이던 인구가 늘어나긴 했지만 북한 당국으로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인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 때문에 북한은 다자녀를 권장하고 있다. 김정은도 부인 이설주와의 사이에 주애 등 세 아이를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4월 평양산원에서 퇴원하는 세쌍둥이를 축하하는 행사가 열렸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지난해 4월 평양산원에서 퇴원하는 세쌍둥이를 축하하는 행사가 열렸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대표적 산부인과 병원인 평양산원에서 세쌍둥이, 네쌍둥이가 출생하면 김정은이 선물을 보내고 이름을 지어주기도 하며 퇴원 때는 노동신문 등에 사진과 함께 보도된다.

경제수준이나 체제는 확연히 다르지만 남북한은 인구 감소 문제라는 공통의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사실 남북한이 합쳐 8000만 명에서 1억 명 수준의 인구가 돼야 산업과 경제, 유통등 경제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규모 있는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남북한이 극한 대립과 대치를 보이면서 국제사회에선 인구감소가 남침으로 이어질 것이란 다소 황당한 전망까지 내놓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치・군사적인 갈등으로 달아오른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라도 남북한이 출산율 높이기 묘안짜기를 위한 회담을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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