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와인 어떻게 볼 것인가?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대 초반에 슬슬 등장하기 시작했던 내추럴 와인이 이제는 별도로 이벤트를 개최하면 레게머리를 한 젊은 층들이 몰려와서 즐길 정도로 나름의 시장을 형성했다.

컨벤셔널 와인(Conventional Wine)이라 불리우는 종래의 와인과 차별화된 맛과 향을 가진 것으로 인식되지만 그 생산자도 다양해지면서 맛과 향이 컨벤셔널 와인과 유사한 내추럴 와인까지 등장할 정도가 되어 구분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출처:위키피디아
출처:위키피디아

당연히 와인은 100% 포도즙으로 만들기에 다 내추럴 아닌가? 왜 굳이 내추럴 와인이라고 하지? 

친환경이라는 이슈에 기댄 그냥 마케팅적 용어 선택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내추럴 와인은 우리말로 번역하면 자연 혹은 자연적인 와인(Natural Wines)인데 여기서 ‘자연 혹은 자연적인’이란 말은 말 그대로 사람의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고 포도재배부터 양조까지의 전과정을 자연의 힘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한다는 뜻이다.

유기농 와인이나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은 포도재배 농법의 관점에서 바라본 와인 분류이고 여기에 와인 양조까지를 포함한 개념이 내추럴 와인인데 어떤 의미에서는 내추럴 와인은 오히려 양조에 더 중점을 둔 개념이라는 느낌도 든다. 아마 유기농 와인이나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의 개념이 먼저 유행했고 여기에 양조개념까지 포함되다 보니 그리 인식되는 듯하다.

이것은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19세기 이전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와인을 만들었던 방식이 21세기에 환경 문제가 이슈화가 되면서 내추럴 와인이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부활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19세기와 20세기에는 오히려 지금의 내추럴 와인이라 불리우는 와인들이 기존의 와인(Conventional wine)이었던 셈이다.

19세기와 20세기는 인류 역사에서 눈부신 과학 기술이 발달한 시기이고 이것은 와인생산에도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그 기계장치들과 기법이 도입되어 그 이전보다 새로우면서도 고품질의 와인을 대량 생산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즐기게 해주었다. 19세기 과학 기술 문명은 농업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각종 살균제, 제초제, 비료, 인공 배양 효모 등이 발명되고 만들어지면서 이것을 적극 활용하게 되어 기존과 다른 깔끔하고 신선하면서도 상큼하고 화려한 향들이 나는 와인들이 만들어져서 20세기까지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와이너리들은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강조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과학기술문명이 주는 혜택과 동시에 환경 파괴라는 부작용에 대한 인식과 와인에 대해서는 와인이 갖는 다양성 대신에 떼루아(와인에 특성을 부여하는 토양, 품종, 기후, 양조기술 등 모든 환경)에 관계없이 세계 와인이 동질화해간다는 위기 의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게 되었다.

환경 기후문제가 세계적인 이슈가 되면서 과거의 유기농법과 바이오 다이나믹 농업, 그리고 친환경적 지속가능한 농법들이 등장하며 이것이 와인의 원재료인 포도생산에까지 반영되었고 급기야는 그 영향을 받아 양조에까지 그 개념과 철학을 도입하는 생산자들이 생겨난 것이다. 여기에 소비자들도 점차 부응하게 되면서 하나의 와인 스타일 장르로서 자리잡게 된 것이 내추럴 와인인 것이다. 과학기술이 많이 반영된 기존 와인에 익숙하던 사람들에게는 기존 와인이 주지 않는 다른 맛과 향을 즐길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인간의 삶이 100년을 넘지 않고 한 세대가 30년을 넘지 않기에 그 이전의 복고풍이 부활하면 새로운 세대에게는 완전히 새롭게 인식되는 현상이다. 마치 트로트가 젊은 층들에게 새롭게 다가가는 것 같은 현상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와인 문화 후발 주자인 와인 초보 입장에서는 새로운 개념의 시장에 얼리 어답터로서 진입한다는 자부심을 줄 수도 있다. 기존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과 차별된 세계를 즐긴다는 자부심이라고나 할까. .

환경문제가 이슈화되고 와인 맛과 향의 동질화 문제가 인식되면서 일군의 양조가들이 1980년대를 전후하여 19세기 이전의 고전적 방법 즉, 과학 기술 발달이 가져다 준 인위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여 자연이 주는 포도 자체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철학으로 와인을 양조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려지게 된 것이지만 프랑스 보르도, 보졸레, 루아르 지역 등의 양조가들과 아르헨티나, 미국 등에서도 이런 양조가들이 비슷한 시기에 동시에 존재했다.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동종업계에 있다보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인 것이다.

이것이 1990년대와 2000년대초반의 유기농법과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의 등장과 맞물리면서 양조까지도 인위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여 자연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리는 와인을 만들어 보자고 만들어 낸 것이 오늘날의 내추럴 와인이라 불리우는 와인 장르가 생기게 된 역사적 흐름이다.

이 와인이 환경운동과 맞물리고 와인에서 새로운 맛과 향을 추구하던 와인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19, 20세기 과학 문명의 혜택을 반영한 와인들은 컨벤셔널 와인(종래의 와인, Conventional Wine)이라고 구분하여 불리우게 되었다. 사실은 과학 기술이 반영된 와인과 고전에서 부활한 와인이라고 구분하는 것이 더 명확하다.

내추럴 와인은 유기농이나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에 의한 만들어진 와인과 같은 국제적인 기준이나 정부 차원 혹은 민간기구의 공인 인증 기구가 현재로서는 없고 EU에서는 내추럴 와인이라는 단어를 라벨에 사용할 수가 없다. 다만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끼리 모여서 협회차원의 단체(대표적인 협회들로는 프랑스의 L´Association des Vins Naturels, Les Vins S.A.I.N.S, La Renaissance des Appellations (France), 이탈리아의 Vini Veri, Vinnatur, 스페인의Asociación de Productores de Vinos Naturales de España, 독일의 Philipp Wittmann, Verband Deutscher Prädikatsweingüter 등과 체코 등 동구 유럽 국가에 몇 개의 협회가 있고 현재는 내추럴 와인 박람회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영국 등지에서 열리고 있다.)는 구성되어 있으나 단체별로 내추럴 와인에 대한 공통된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따라서 생산자가 내추럴 와인이라고 하면 믿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내추럴 와인 양조가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고 그들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내추럴 와인이라고 구분할 몇 가지 공통된 기준은 있다.

첫째 유기농이나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손수확을 원칙으로 한다.

사실 내추럴 와인에서는 유기농 또는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으로 생산한 포도를 사용하느냐 또는 

이와 관련한 인증을 받았느냐의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대부분은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으로 생산한 포도를 사용하고 기계 수확보다는 손수확을 한다는 것이다. 

둘째 인공 배양 효모가 아닌 그 지역의 토착 천연 효모를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지역마다 효모가 조금씩 다를 수 있고 이것이 반영되면 기존 와인들 보다 같은 품종, 같은 토양, 같은 기후라도 맛과 향은 더 다양해질 수 있다.

 

셋째 양조시 냉동장치나 역삼투압장치 같은 인공적인 기계 장치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한다.

예를 들면 아이스 와인을 만들기 위해 냉동고에서 얼린 포도를 사용하지 않는다든 지 기계를 활용하여 강압적으로 포도즙을 짜는 대신 중력의 힘을 이용해서 자연스럽게 포도즙을 내고 저장 용기간의 이동도 최소한의 전기기계장치를 사용한다던가 하는 것이다.

넷쨰 와인 맛과 향을 보완하기 위해 주석산을 첨가한다던가 하는 것을 최소화한다. 

특히 무엇보다도 아황산염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법적으로 허용된 경우에도 알코올 도수를 올리기 위해 설탕을 첨가하는 보당 같은 것을 하지 않기도 않는다. 아황산염은 살균작용과 부패 방지 작용 등을 통해 와인의 보존력을 높여주는 기능을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천식 환자들에게 좋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거나 자제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청징(양조과정에서 불순물을 가라앉히기 위해 달걀 흰자, 벤토나이트 등을 이용하는 것)과 불순물 제거를 위한 필터링을 하지 않는다.

오크통이나 스테인레스 스틸통에서 숙성시에 와인내의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달걀 흰자나 벤토나이트 같은 것을 넣어서 불순물을 바닥에 가라앉혀서 제거하는데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병입 전에 필터링을 통해 나머지 미세한 불순물 등을 제거하는데 이것 역시 본연의 향 성분이 함께 걸러진다고 보고 필터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추럴 와인은 이런 경우에는 색깔이 혼탁한 경우가 많다. 이것은 기존 와인 평가에서는 시각 평가에서 아주 낮은 점수를 주거나 변질의 의심까지 받을 수 있는 요소이다.

여섯째 심지어는 새로운 오크통이나 오크칩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

즉 오크 숙성이 가져오는 향과 맛 성분을 배제하고 원재료인 포도 본연의 향과 맛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물론 중고 오크통이나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캐스크(Cask)라 불리우는 큰 오크통은 사용하기는 한다. 대부분은 스테인레스 스틸통이나 시멘트 발효조를 활용하여 양조하고. 이런 의미에서 와인의 고향이라고 하는 조지아에서 크베브리(토기 항아리, 우리의 장독대 같은)를 활용하여 양조하고 숙성하여 와인을 만드는 것은 다른 첨가물이나 이산화황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면 내추럴 와인이라 주장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내추럴 와인은 화려한 과일이나 꽃향보다는 은근하게 오래 묵은 듯한 느낌의 향이 있고 오픈하자마자 보다는 시간이 20~30분 지나면 뒤늦게 다양한 향을 뿜어내는 경향이 있다. 구대륙 와인과 신대륙 와인의 차이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어찌보면 오픈 하자마자 향기를 뿜는 신대륙 와인에 비해 천천히 뿜어내는 구대륙 와인에 가깝다.

맛도 내추럴 와인 쪽이 산도가 높은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 그 산도가 상당히 유쾌한 기분을 선사한다. 

당연히 색은 혼탁한 경우가 많은 편이라서 시각적인 평가는 보류하는 것이 낫다.

향후 내추럴 와인은 맛와 향의 개선도 중요하고 이것 못지 않게 맛과 향의 다양성도 중요하므로 결국은 이 흐름에 따라 시장의 성장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농법으로는 자연을 보호하고 지속적으로 자연 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고 양조 방법면에서는 품질이 개선되면서도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고 경제적 효율성과 수익성이 뒷받침되는 쪽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결국은 내추럴 와인이라는 개념도 시장세분화의 일환으로 동질화에 반해 다양화를 희구하는 소비자층을 충족시키기 위한 한 방법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내추럴 와인 생산방식으로 생산했는데 기존의 방식으로 생산한 와인과 맛과 향이 유사한 것이 제일 인기가 있지 않을까 싶다. 

양쪽을 다 충족시켜주니까. 

그리고 10여년 전과 달리 지금은 이런 와인들을 아주 가끔이지만 만날 수 있다, 

이때는 그야말로 ‘심봤다’가 되는 것이다.

* 출처를 명기하지 않은 사진들은 www.unsplash.com에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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