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관점에서 AI 산업의 다음 주자 바라봐야

엔비디아는 지난 2014년 6월 세계 최초의 모바일용 192코어 그래픽 칩을 선보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대 전자업계 전시회 'CES 2014' 개막을 하루 앞두고 5일 밤 모바일 프로세서 '테그라 K1'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는 지난 2014년 6월 세계 최초의 모바일용 192코어 그래픽 칩을 선보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대 전자업계 전시회 'CES 2014' 개막을 하루 앞두고 5일 밤 모바일 프로세서 '테그라 K1'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윤한홍 경제에디터 】주식투자자들은 새롭고 강력한 성장산업의 최고 리더기업에 장기투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투자기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단연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고 이 분야의 일등기업을 꼽으라고 한다면 미국의 엔비디아(Nvidia)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엔비디아는 세계 반도체기업 중 한화기준 약 1,500조원을 넘는 시가총액으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보다 약 3.5배 크고 과거 산업내 1위였던 인텔(Intel)보다는 6배 이상의 가격이다.

◇세계 반도체기업 최근 시가총액 순위 (단위 USD, T: trillion, B: billion)

[자료= Bing]
[자료= Bing]

그런데, 한가지 의문점이 있다. 왜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와 오픈AI(Chat-GPT 서비스 운영사)는 ‘인터넷 이후 최고의 혁신’이라 평가되는 생성형 AI서비스를 개시했으면서도 정작 돈은 엔비디아만 벌게 해주고 있는 것일까?

현재 Chat-GPT는 일부 고급형 유료서비스도 시작하긴 했지만 아직도 큰 폭의 적자상태라고 한다. Chat-GPT 운영사인 오픈AI의 실질적 오너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빙(Bing)’ 검색서비스도 같은 계열의 인공지능 서비스이지만 역시 광고하나 붙지 않는 무료서비스이다. 현재 MS와 Chat-GPT 진영은 천문학적인 AI서버 구축비용은 물론이고 한화 기준 하루 수십억원으로 추정되는 전기요금을 지불하고 있으면서도 변변한 매출이 아직 없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MS도 결국 유료화를 통해 큰 돈을 벌려고 할 것이다”라는 단순한 전망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AI의 미래에 대해 더 진지한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러한 단서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해 봄으로써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인공지능 분야에 있어서 엔비디아는 서버를 공급하는 업체로서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기업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동사가 판매하고 있는 지포스(GeForce)계열 그래픽카드 칩만이 데스크탑이나 랩탑PC 소비자들이 직접 접할 수 있는 제품이다.

하지만 이는 GPU라는 핵심역량은 공유하지만 엔비디아의 수익에는 상대적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최종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기업은 역시 MS와 Chat-GPT 운영사인 오픈AI가 대표적이며 당연히 이들이 인공지능 붐을 일으키고 있는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의 설명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 점은 결국 엔비디아가 아니라 MS와 오픈AI가 인공지능 산업의 방향타를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 인공지능 산업의 미래를 가장 합리적으로 전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구글(Google)이나 아마존(Amazon)같은 경쟁기업들을 의식해서인지 MS나 오픈AI는 그들의 인공지능사업 미래전략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는 듯 보인다. 빌 게이츠 MS창업주는 ‘AI Agent’라는 명칭의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는 정도로만 언급한 바 있다. 반면 인텔이나 삼성전자 같은 하드웨어 업체들은 좀더 구체적인 언급을 통해서 이들 연합의 미래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인텔의 팻 갤싱어 CEO는 최근 실적발표 자리에서 ‘완전히 새로운 인공지능PC 플랫폼’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주들에게 전한 바 있다. 이는 보다 일반적인 용어로 ‘온디바이스(On-Device) 인공지능 단말기’라고 통칭되고 있고, 매우 중요한 변화가 일반 소비자 및 기업용 단말기 시장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며칠 전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할 인공지능 서비스 소프트웨어를 발표하고 비슷한 전략을 드러낸 바 있다.

이를 독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예를 들어 표현해 보자면, 조만간 소위 ‘윈도우12/13 인공지능 버전’ 또는 ‘MS오피스 AI’같은 소프트웨어가 설치되고 ‘신경망학습프로세서(NPU)’ 같은 유닛이 신형 CPU에 결합되어 탑재된 새로운 PC를 개인이나 기업에게 판매하겠다는 의미이다. 이 신형 MS운영체제가 포함된 PC의 가격은 현재 제품들보다 두세배가 될 수도 있고 상당한 요금의 구독서비스 방식으로 보급될 수도 있다.

더 비싸진 운영체제와 고가의 PC하드웨어는 MS나 오픈AI, 인텔, AMD 등 개발에 관여한 공급업체들에게 큰 돈을 벌게 해줄 것이다. 반대편에서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이를 구매한 수요자측 기업이나 개인들에게는 그만한 값어치가 제공될 것이다. 그 값어치는 바로 ‘업무생산성 증가를 통한 비용절감’이다.

이미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 헤지펀드 등 지식기반 서비스 기업들에게 Chat-GPT는 막대한 비용절감, 업무생산성 향상효과를 증명하고 있는 중이다. 부수적 역효과로서 지식근로자들의 대량 실업사태가 우려된다는 견해도 많다. 그렇더라도 더 발전된 인공지능 플랫폼이 제공된다고 하면 기업들은 기꺼이 높은 대가를 지불하려고 할 것이다. 전문직 개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MS나 오픈AI도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현재의 서버중심 고비용 인공지능서비스는 일시적으로 불가피하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당연히 이러한 고비용 구조를 억제하려는 계획이 있을 것이다. PC등 디바이스의 인공지능 분산처리 능력향상을 통해서 본사 서버 운용비용 부담완화를 유도하려 할 것이다.

기존 PC나 스마트폰의 제한된 인공지능 처리능력으로는 이러한 구조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힘들다. 결국 MS가 지향하는 새로운 인공지능 네트워크에서는 보다 고급화된 하드웨어 디바이스가 필수적이 될 것이고, 이런 맥락에서 인텔, AMD,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에게 신성장 동력이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일등기업이라는 타이틀은 약화될 것이고 여타 하드웨어 기업들로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 일면 엔비디아는 MS나 오픈AI가 의도하고 있는 미래 인공지능 네트워크에서 경쟁업체 대비 상대적 적응력이 높은 기업이 아닐 수도 있다.

서버시장에서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선점효과를 누리고 있으나 그 이면에서는 MS나 오픈AI, 구글, 아마존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 기업들에게 막대한 운영비용 부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크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네트워크는 서버만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이 아니다. 현재는 서버에만 부하가 집중되고 있지만 미래에는 개선된 단말기와 각 단계 소프트웨어 개선을 통해서 분산될 여지가 매우 크다. 인텔, 삼성전자, 하이닉스, TSMC 등 반도체팹 운영기업들은 새로운 반도체구조 개발을 통해 서버를 포함하여 단말기 효율성증대 돌파구를 마련하는 혁신센터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MS, 오픈AI, 구글, 아마존 등 인공지능 서비스의 주체들은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보다 낮은 비용으로 운영가능한 하드웨어의 조합을 찾으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다.

또한 엔비디아는 PC나 스마트폰 같은 최종 소비자용 디바이스의 설계 주도권이 없는 기업이라는 한계가 있다. 제대로 된 CPU제품이 약하다는 약점을 보완하고자 최근 영국의 CPU설계업체인 ‘암(ARM)’을 인수하려 했으나 실패한 바도 있다. 소비자용 디바이스 신규개발은 MS, 인텔, AMD, 구글 등이 공동 주도할 수밖에 없다.

일부 엔지니어들은 엔비디아도 원칙적으로는 독자표준을 시도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MS와 구글 내의 기존 소비자용 소프트웨어 설계부서들을 매우 지체시키거나 곤란하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즈니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의견이라고 할 수 있다.

윤한홍 경제에디터
윤한홍 경제에디터

기자는 기술적 내용은 최대한 배제하고 현재 진행사항을 기반으로 사업적 측면에서 인공지능 산업 미래전망에 대한 실마리 정도를 제공하고자 했다.

현재 엔비디아에만 집중되고 있는 관심은 단기적 시야에 치우친 것으로 보인다. 보다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향후 전개상황에 따라 더 자세한 내용들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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