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의장국 UAE 작성 합의문 초안에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 문구 빠져
OPEC 받아쓰기냐, '화석연료 산업 로비 결과'…EU, 협상중단 가능성 경고

COP28 합의문 초안에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phase out) 문구가 빠지면서 각계에서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COP28 의장인 술탄 아메드 알자베르 UAE 산업장관(사진 중앙)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COP28 합의문 초안에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phase out) 문구가 빠지면서 각계에서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COP28 의장인 술탄 아메드 알자베르 UAE 산업장관(사진 중앙)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뉴스퀘스트=윤한홍 경제에디터 】 UAE 두바이에서 12일 폐막되는 '제28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이 지난 회의들과 다른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이번을 계기로 ‘기후변화에 대한 산유국들의 의견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COP는 ‘Conference of the Parties’의 줄임말로서 단순히 ‘당사자간 회의’라는 뜻이다. 이 회의가 지구 기후변화에 대한 가장 권위있는 국제회의인 이유는 공식주최자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기 때문이다.

이 협의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공동의 대응방향을 가장 광범위하게 설정하는 국제적 합의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여기에서 설정된 기본방향에 기반하여 각국은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게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며 국가간 책임과 의무를 분담하게 된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공동복지와 경제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축적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동안 산유국들은 이 논의 자체에 참여하는 것을 꺼려하거나 기후변화 자체를 부인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산유국들 중에는 화석연료 판매가 실질적으로 유일한 국가경제 기반인 국가들도 많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이 논의 자체가 생존의 위협으로 느껴졌던 측면이 컸고, 온실가스 문제에 관한 한 일종의 현실부정적 태도를 보여왔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의 큰 세계적 흐름의 변화가 산유국들로 하여금 COP에 적극 참여하는 방향으로 태도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보인다. 그 첫째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태도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질 정도로 ESG에 대한 세계시민들의 인식이 강력해 졌다는 사실이다.

두번째 이유가 더 중요한데, 그것은 섣부른 ESG정책으로 선진국들이 경제적,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전 기사에서 다루었듯이 무리한 에너지전환정책으로 영국과 독일 등 유럽국가들은 산업경쟁력 급락과 시민생활 궁핍화 등 위기를 맞기 시작했고 이를 명백하게 드러낸 계기가 러-우전쟁이었다. 이 지점에서 OPEC로 대표되는 산유국들은 저비용 대안제시를 통해 선진국들을 설득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번 COP28에서 산유국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탄소포집과 재활용격리(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와 ‘저비용 블루수소 활용’ 등이다. 두 가지 구체적 대안의 공통점은 모두다 석유와 가스를 에너지 원천으로 사용하되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100% 온실가스를 분리하여 지구대기로부터 격리하는 기술들이다.

회의 의장국인 UAE의 Sultan Al Jaber 의장은 “우리는 COP28의 최종합의안에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에 대한 명확한 기본적 공감대를 포함시켜야 하며, 비용적 지원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 안에 담긴 속뜻은 ‘세계 모든 국가가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산유국에게 위탁 제거하고 그 처리비용에 대한 명확한 보상구조를 만들어 달라’는 뜻이다.

서방 선진국들이 진정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려고 한다면 감축비용이 막대한 것으로 판명되기 시작한 태양광이나 풍력, 전기차를 추진하지 말고, 차라리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하되 CCUS나 블루수소를 통한 해결책으로 전환하고 그 운영비용을 자신들에게 지불해 달라는 요구인 것이다. 산유국들은 그게 훨씬 더 싸게 먹힌다는 근거도 제시하고 있으며, 적어도 필자가 보기에는 그 근거는 매우 설득력이 있다.

한편, UAE 같은 비교적 온건한 산유국은 탈탄소비용을 보상해 준다면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나가자는(phase-down/out)정도의 문구는 합의안에 넣을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강경파인 사우디는 그러한 문구 조차 넣는 것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반대쪽 강경파로서 프랑스 에너지장관인 Pannier-Runacher는 “화석연료의 감축문구를 없애려는 OPEC 회원국들의 시도에 매우 놀랐으며 자신은 매우 화가 난다”는 발언으로 응수했다. 이렇게 COP28은 ‘산유국들의 새로운 시도와 서방선진국들의 기존 ESG관점 고수간의 갈등이 더 높아졌다는 사실만 확인한 회의’라는 냉소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 등 화석연료 반대파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의가 산유국과 개도국이 주장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배경에는 역시 ‘돈 문제’가 기저에 깔려있다. 즉, 서방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 온실가스 감축비용에 대한 보상안 논의를 점차 외면해야 할 정도로 경제사정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돈을 낼 능력이 없으면 침묵하라”는 분위기인 것이다.

게다가 현재 지구대기에 누적된 온실가스의 70% 이상은 유럽과 미국이 과거에 배출한 것이라는 과학적 사실도 기저에 있다. 이 때문에 개도국들이 경제발전 과정에서 새로운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이의 감축비용 일부를 서방 선진국들이 지불해야 공정하다는 주장도 기저에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비용을 내기에는 경제사정이 허락하질 않는다. 경제사정이 좋을 때도 다른 나라에게 지불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돈이었다. 지금까지 세계 어느 나라도 온실가스라는 쓰레기 처리비용을 기꺼이 타국에게까지 지불하는 의미 있는 실천사례가 거의 없다고 할 정도다.

그저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자국 내 태양광, 풍력, 전기차 구매보조금이나 뿌리면서 ESG를 목청 높여 외치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 비용이 직간접적으로 매우 높아졌고 영국이나 독일 사례에서 명백해진 것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부작용이 나타나 정치적 부메랑으로 돌아오니 특히 정치가들이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윤한홍 경제에디터 
윤한홍 경제에디터 

결국 온실가스의 진정한 감축이 이루어지려면 세계 각국간 합의된 공정한 부담논리에 따라 보상금전의 직접적 지불수령이 이루어지는 단계에 도달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솔직하지 않는 한, 실망스런 COP28로 결론 날 수밖에 없고 COP가 28이 아니라 100을 넘어간다 한들 에너지 전환과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기후변화 방지는 결국 실패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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