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과기누설(76)

파충류 악어와 수명 비슷해, 그러나 노화 과정 빨라
영국 버밍엄 대학 교수 ‘장수 병목현상 가설’ 제기
공룡 통치 하에서 “빨리 성장, 빨리 낳아야 한다” 스트레스 때문
암이 많은 이유도 빠른 노화 속도 때문에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사람은 어떤 다른 종보다 노화가 빨리 진행된다. 대부분의 포유류도 파충류나 다른 척추동물에 비해 빨리 늙는다.

일례로 폐경기는 인간을 비롯해 몇몇 포유류에서만 관찰이 된다. 다른 동물들은 죽을 때까지 임신을 하고 자손을 낳는다.

비록 수명은 짧을지 모르지만 노화라는 것이 거의 없이 건강한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난다.

파충류 악어와 수명 비슷해, 그러나 노화 과정 훨씬 빨라

노화의 진화와 생물다양성은 오랫동안 과학자와 대중 모두를 매료시켜 왔다.

인간과 같이 장수하는 종을 포함한 포유류는 뚜렷한 노화 과정을 보이는 반면, 파충류와 양서류의 일부 종은 매우 느리고 심지어 노화가 표면적으로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면 파충류와 다른 척추동물은 어떻게 포유류보다 노화 과정이 느릴까?

최근 한 과학자는 공룡의 지배적인 통치 기간 동안에 진행된 진화가 포유류에 지속적인 유산을 남겼다고 제안한다.

공룡이 지배적인 포식자였던 1억년 이상 동안 포유류는 일반적으로 작고 야행성이며 지금보다 수명이 훨씬 짧았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 ‘장수 병목현상 가설(longevity bottleneck hypothesis)’이라는 이론이 있다. 이 가설은 빠른 번식을 위해 초기 포유류에 대한 오랜 진화적 압력이 장수와 관련된 유전자와 경로의 손실이나 비활성화를 초래했다는 내용이다.

이 가설은 이는 포유류에 재생 특성(팔을 자르면 다시 돋아나는 등의)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뒷받침된다.

이 개념은 영국 버밍엄 대학의 노화 분야 전문가인 주앙 페드로 드 마갈량스(João Pedro de Magalhães) 교수에 의해 밝혀졌다.

이 가설은 1억년 전 공룡의 지배와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서 관찰되는 생물학적 노화 과정 사이의 흥미로운 연관성을 제시한다.

영국 버밍엄 대학 교수 ‘장수 병목현상 가설’ 제기

공룡이 지배했던 중생대는 초기 포유류에게 심각한 도전을 안겨주었다. 드 마갈가량스 교수에 따르면, 이 시대의 포유류는 주로 공룡의 위협으로 인해 급속한 번식에 대한 끊임없는 압력을 받았다.

1억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된 진화적 스트레스로 인해 초기 포유류의 장수 관련 유전자가 손실되거나 비활성화된 것으로 여겨진다.

공룡이 지배했던 중생대는 인류를 포함한 초기 포유류에게 심각한 도전을 안겨주었다. 이 시대의 포유류는 주로 공룡의 위협으로 인해 급속한 번식에 대한 끊임없는 압력을 받았다. 이 때문에 빨리 성장해 빨리 자손을 낳아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직면했다. 오늘날 인간의 노화 속도가 빨리 진행되는 이유다.  [사진= 픽사베이]
공룡이 지배했던 중생대는 인류를 포함한 초기 포유류에게 심각한 도전을 안겨주었다. 이 시대의 포유류는 주로 공룡의 위협으로 인해 급속한 번식에 대한 끊임없는 압력을 받았다. 이 때문에 빨리 성장해 빨리 자손을 낳아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직면했다. 오늘날 인간의 노화 속도가 빨리 진행되는 이유다.  [사진= 픽사베이]

그는 이 이론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우리 인간과 코끼리, 고래 같은 포유류는 중생대의 유전적 장애를 안고 살아가며 많은 파충류보다 놀라울 정도로 빨리 노화되도록 진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장수 병목현상 가설'은 포유류가 수백만 년에 걸쳐 노화되는 방식을 형성한 진화적 힘을 밝혀줄 수 있다. 인간은 가장 오래 사는 동물에 속한다. 그러나 오래 살면서도 노화 과정이 훨씬 느리고 노화의 징후가 거의 없는 파충류와 기타 종도 많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일반 악어인 경우 수명이 60~80세로 인간과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노화현상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이나 다른 포유류와 달리 건강한 삶을 유지한다.

다시 말해서 공룡의 지배적인 우세로 인간의 노화는 빨리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공룡의 위협에 항상 시달려왔던 인간은 진화론적으로 빨리 성장해서 빨리 자손을 낳아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려왔으며, 그것이 바로 인간의 노화가 빨리 진행되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드 마갈량스 교수는 먹이사슬의 하위 계층으로 분류된 최초의 포유류는 공룡 시대에 생존 전략으로 빠른 번식을 우선시하도록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포유류는 파충류를 비롯해 다른 척추동물에 비해 노화 속도가 빠르다. 파충류는 수명을 다할 때까지 겉으로는 노화를 거의 알아차릴 수 없다. 인간의 노화 과정은 포유류 가운데서도 가장 빠르다. [사진=픽사베이]
포유류는 파충류를 비롯해 다른 척추동물에 비해 노화 속도가 빠르다. 파충류는 수명을 다할 때까지 겉으로는 노화를 거의 알아차릴 수 없다. 인간의 노화 과정은 포유류 가운데서도 가장 빠르다. [사진=픽사베이]

공룡 통치 하에서 “빨리 성장, 빨리 낳아야 한다” 스트레스 때문

그는 이러한 진화의 압력이 현대인의 노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제안한다. “우리는 동물계에서 정말 놀라운 회복과 재생의 사례를 본다. 운이 좋게도 티라노사우루스의 먹이가 되지 않은 초기 포유류에게는 그러한 유전 정보가 불필요했을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그는 인간, 고래, 코끼리를 포함한 포유류들은 덩치가 더 커지고 더 오래 살도록 진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파충류보다 빠르게 노화되는 중생대의 유전적 결과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드 마갈량스 교수는 이 가설이 여전히 이론의 영역에 있지만 수많은 흥미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한다고 제안한다.

그러한 흥미로운 방향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공룡 시대에 촉발된 급속한 노화 과정으로 인해 암이 다른 종보다 포유류에서 더 널리 퍼질 수 있는 이유를 탐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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