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 성장은 전력부족이라는 현실의 벽에 직면 불가피
MS나 엔비디아 보다 TSMC, 삼성전자, 인텔 등 반도체 생산설비 보유기업들의 협상력 높아질 것

【뉴스퀘스트=윤한홍 경제에디터 】몇 년 전부터 권위있는 세계 주요 에너지연구기관들은 2050년까지 세계 전력수요가 현재의 3배 정도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온실가스 무배출(소위 Net-Zero)을 기본전제로 한 이 전망의 근거로는 화석연료 퇴출과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전환(Energy Transition), 내연기관의 전동화(Electrification) 또는 전기자동차(EV),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철강, 화학 등 온실가스 대량배출 기간산업의 신공정 도입 등이 제시되어 왔다.

그런데, 이 전망이 제시되어온 이후 새롭고도 중요한 고전력 소비주체가 하나 더 추가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인공지능 이전에도 이미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등 전통적 서버들을 운영하던 인터넷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공급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인 미국의 Dominion Energy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 운영 중심지중 하나인 버지니아주의 경우 2013~2022년의 10년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은 약 500% 증가했다고 한다. 참고로 이 데이터센터들은 기존의 전통적 구형서버들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었다.

◆ Dominion Energy사의 데이터센터向 전력공급 실적과 전망

[그래픽=Dominion Energy]
[그래픽=Dominion Energy]

그런데 현재 설치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신형 AI서버들은 기존 서버들에 비해 전력소비량이 2~3배에 달한다. 유명한 엔비디아사의 GraceHopper H100 모듈로 구성된 서버랙 하나는 보통 30~40kWh 정도의 전력을 소비한다고 한다.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예를 들어보자면, 가정용에어컨은 1~2kWh, 구형 서버의 경우는 10kWh 초중반의 전력을 소비한다.

게다가 인텔(Intel)에서 3일전쯤 발표한 새로운 소비자용 AI PC플랫폼까지 가세하면, 일반 가정이나 기업들에서도 생산성 향상을 위한 AI앱들이 일상적으로 가동되면서 전력소비를 크게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직은 AI가 인류의 미래생활에 어느 정도로 침투하고 성장할 것인가 정확하게 추정하는 것이 어렵기는 하다. 하지만 최근의 활용사례와 지식기반 기업들의 열광적 반응, 전문가 평가에 의하면 AI는 인터넷 보급 이후 최대의 정보기술혁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AI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정됐던 ‘2050년 3배’라고 하는 기존 전력수요 성장전망은 상향 수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AI의 중요성을 감안, 어림하여 ‘3배’가 아닌 ‘4배’라고 해도 크게 무리한 전망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전망이 ‘공급’은 생각하지 않고 ‘수요’만 가정한 수치라는 것에 있다. 앞선 연재기사들에서 세계 주요국 전력공급 기업들의 사정이 매우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한전의 누적적자 및 부채 문제는 ‘새발의 피’라고 할 정도로 막대한 누적적자로 파산위기에 처한 선진국 전력기업들이 많다. 반복되는 내용이지만, 독일의 한전이라고 할 수 있는 Uniper는 작년 천문학적 누적적자 300조원을 기록, 파산 직전 국유화된 사례도 있다.

영국은 물론이고 사정이 나은 미국의 경우도 송전망 구축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신재생에너지 공급망 확충이 매우 더디다. 또한, 금리상승 요인 외에도 풍력발전기 내구성 저하로 인한 유지보수비용 급증으로 kWh당 300원 이상의 계약가에도 풍력발전단지 운영기업들이 입찰을 포기하고 있다는 사례도 이미 설명한 바 있다.

요약하자면 전기차나 AI같은 중요한 전력’수요’ 주체들이 급증하는 와중에 전력’공급’ 주체들은 구조적 적자와 사회적 저항으로 공급을 증가시킬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모순적 압력 때문에 전기차 보급은 물론 AI산업 성장의 중요한 병목현상(Bottle-Neck Effect)이 발생할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까지는 AI라는 신분야를 탄생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주역들에게만 시선이 집중되어 왔다. OpenAI,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AI를 구현하는 핵심반도체를 설계하는 엔비디아는 ‘수퍼갑’으로 대접받고 있다. AMD도 경쟁제품 설계를 통해 엔비디아에 도전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의 공통점은 양사 모두 ‘생산설비가 없는(Fabless) 반도체 설계기업’이라는 데 있다.

하지만 AI가 전력부족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 TSMC, 삼성전자, 인텔 등 반도체 생산설비 보유기업들의 협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AI가 확산될수록 전력확보경쟁이 벌어질 것이고 전력가격은 상승할 수 밖에 없으며 구글, 아마존 등 AI서비스 운영기업들은 이중고적 비용부담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설계의 우수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신기술의 미세공정이 적용된 저전력반도체 확보 여부가 초기의 AI서비스 적자상황을 타계하는 핵심적 요인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만일 삼성전자나 인텔처럼 설계와 생산역량 두 가지를 모두 갖춘 기업중 하나가 엔비디아나 AMD의 AI칩보다는 설계가 조금 뒤지기는 하지만 자사개발 최신 저전력공정을 독점적으로 선행적용한 AI칩을 구글과 아마존 같은 서비스 기업들에게 제시한다면 어떻게 될까? AI서비스 기업들은 갈등하게 될 것이다.

아직은 전력비용이라는 제약조건보다는 AI서비스의 성공적 론칭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AI서비스가 어느 정도 자리잡기 시작하는 시점에 전력사정이 악화되고 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이 온다면, 무게중심은 저전력 반도체 제조기술 보유기업들에게로 이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전력사정이 점점 좋아져서 전력비용이 부담이 적다면 비용보다는 무조건 성능 위주의 반도체시장이 유지될 것이고 이는 엔비디아 같은 기존 선도기업에 유리하다. 엔비디아와 AMD 입장에서는 TSMC나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기업들의 경쟁관계를 활용해 불리한 상황을 극복할 수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근거들을 합리적으로 분석해볼 때 전력공급사정은 인공지능 같은 신기술 성장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반도체 기술전문가들의 반론도 가능하겠지만, 기술우위와는 별개로 사업환경 변화 때문에 예상을 벗어나는 기업간 협상력 역전사례는 많았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라는 새로운 저전력 미세회로반도체 제작기술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Exynos 등 자사의 프로세서 설계를 접목해 모바일용 AI칩 사업에서 큰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인텔의 경우도 엔비디아가 장악한 AI서버는 물론 소비자용 제품의 전반에 걸쳐서 신설계와 최첨단 제작공정을 접목해 보다 직접적으로 엔비디아 솔루션들을 대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윤한홍 경제에디터
윤한홍 경제에디터

인텔과 삼성전자와의 공통점은 바로 최첨단 제작설비(Fab)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Fab의 보유여부는 전력비용이 상승할수록 더욱더 중요한 경쟁력 원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산업에 대한 고성장 확신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소프트웨어-하드웨어설계-제작-서비스 확산 등 전체 가치사슬(Value Chain)의 무게중심이 전력공급 부족심화라는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어떻게 이동하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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