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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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신년이면 제일 궁금한 것 중 하나가 올해의 운세이다.

요새는 워낙 관련된 사이트에 가입만 하더라도 나의 월별 운세 정도는 쉽게 찾아낼 수 있지만, 한 20년 전만 해도 그렇게 쉽게 알 수는 없었다.

정보는 구전으로만 주로 전해졌던 때인지라 건너건너 아는 사람로부터 ‘어디가 용하더라’라는 말을 듣고 확신을 가진 후 점집을 찾아가곤 했다.

그런데, 점집에 가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바로 자신이 좋게 받아들일 만한 얘기를 들을 때까지 계속 찾아다닌다고 한다.

예를 들면 자식 문제로 속이 타들어가 점집에 가는 사람들이 ‘걔는 죽을 때까지 그러고 살 팔자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면, ‘걔가 지금은 그렇지만 나중에는 크게 돼서 부모한테 제일 효도할 놈이야’라는 얘기를 들을 때까지 계속 다른 점집을 찾아다닌다는 말이다.

우리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확증 편향이다.

내가 믿고 싶은 바가 있으면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찾아 헤메는 것이 바로 확증 편향인데 점을 구실로 하지만 내가 희망하는 바가 있으면 그를 확인시켜주는 증거 (점집)을 찾아다닌다는 점에서 정확히 일치한다.

행복에 관한 연구와 강의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댄 길버트가 한 얘기를 우리 상황에 맞게 비유해 보자.

나처럼 살을 빼고자 하는 사람들, 아니면 이제 막 운동을 시작했는데, 열심히 한 듯한 생각이 드는 사람들은 집 욕실 앞에 디지털 체중계가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샤워하기 전에 체중계에 한 번 올라가곤 하는데, 만약 몸무게 변화가 없거나 혹은 100g이라도 늘은 사람이 있다면 열에 아홉은 분명 다시 올라가 본다.

왠지 내가 너무 힘을 주거나 아니면 너무 한 쪽으로 서 있어서 수치가 잘못 나왔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올라가 보는데, 어쨌거나 결과는 똑같다.

그러면 최후의 방법으로 샤워를 하고 나와서 또다시 재본다. 그런데, 내가 몸무게를 쟀는데, 처음부터 원래 몸무게보다 2kg가 덜 나왔다고 하면 바로 환호성을 지르며 저울에서 내려 오고 틀림없이 인증샷을 찍었을 거다.

이 역시 우리가 원하는 결과에 대해서는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원치 않는 결과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즉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중을 기한다는 점을 잘 보여 주는 광경이다.

이를 사회심리학 용어로 ‘동기화된 추론’이라고 얘기하는데, 자신이 목표하는 바가 있으면, 믿고 싶지 않은 근거는 무시하고, 믿고 싶은 근거만 채택해 결론에 유리하게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확증편향과 거의 유사한 개념이다.

디토와 로페즈의 1992년 연구에서는 사람들의 이러한 심리와 행동을 잘 보여준다.

이 연구에는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다. 그런 다음 침으로 췌장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효소 결핍증을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는 막대를 개발했다고 하고 침을 묻혀서 검사용 막대의 색깔이 변하는지를 관찰하게 했다.

한 그룹은 효소결핍증이 있으면 막대가 녹색으로 변한다고 했고, 나머지 한 그룹은 효소결핍증이 없으면 막대가 녹색으로 변한다고 했다.

물론, 다른 실험들처럼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으며 막대도 일반 막대인지라 색이 변할 리가 없다.

결핍증이 있으면 막대가 녹색으로 변한다고 들은 그룹은 당연히 색이 안 변했으므로 결핍증이 아니라는 판단을 할 수가 있고, 예상대로 그들은 결과에 대해 매우 좋아하며 검사를 빠르게 마쳤다.

결핍증이 없으면 막대가 녹색으로 변한다고 들은 그룹이 원하는 바는 당연히 막대가 녹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런데 막대의 색깔이 변하지 않았으니 어땠을까?

바로 결과를 받아들였을까? 당연히 아니다.

앞선 그룹보다 실험을 마치는데 평균 30초나 더 결렸다.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중간에 잘못 한 건 없는지, 침이 덜 묻은 건 아닌지, 스틱에 이상이 있던 건 아닌지 등을 확인하느라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 실험 이후에도 동기화된 추론을 검증하는 실험들에서는 모두 다 유사한 결론을 보였다.

새해가 되어서 당연히 나도 오늘의 운세를 확인할 예정이다.

그리고 올해 못다 이룬 목표들을 내년에도 달성하기 위해 다짐하고 또 다짐할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그런 목표 중 하나로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확인하느라 인생을 허비하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삼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자 한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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