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AS 물질 노출 많으면 많을수록 암 세포 이동성 증가 확인
신생아 혈액을 비롯해 모든 인체 기관, 새 알에서도 발견돼
화재와 싸우는 소방관, PFAS에 많은 노출로 대장암 걸릴 확률 훨씬 높아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미국 예일 대학 공중보건대학원 연구원들이 실험을 통해 두 가지 "영원한 화학 물질(forever chemicals)”이 암 세포를 다른 위치로 이동하도록 자극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해당 화학 물질이 살아있는 인간과 같은 유기체에서 암을 전이하는데 부분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과불화화합물(PFAS)이라고 불리는 산업용 화학물질 그룹에 속하는 물질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다. 이 물질은 환경에서 분해되지 않고 인체에 축적될 수 있기 때문에 “영원한 화학 물질”로 불린다.

미국 예일 대학 공중보건대학원 연구원들이 실험을 통해 두 가지 "영원한 화학 물질(forever chemicals)”이 암 세포를 다른 위치로 이동하도록 자극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암 전이에 기여한다는 내용이다. [사진=Yale University] 
미국 예일 대학 공중보건대학원 연구원들이 실험을 통해 두 가지 "영원한 화학 물질(forever chemicals)”이 암 세포를 다른 위치로 이동하도록 자극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암 전이에 기여한다는 내용이다. [사진=Yale University] 

PFAS 물질 노출 많으면 많을수록 암 세포 이동성 증가 확인

이 물질들은 물이나 기름의 침투를 저항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환경 안정성을 침해하고 의심되는 독성 영향으로 악명이 높다.

공동 제1 저자인 지 정(Jie Zheng) 박사후 연구원은 “PFAS는 전 세계적으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널리 퍼져 있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로, 실내 먼지, 청소용품, 코팅제 등의 환경에서 자주 검출된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역시 공동 제1저자인 캐롤라인 헬렌 존슨(Caroline Helen Johnson)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다.

이 영원한 화학물질은 신생아의 혈액, 북극의 원주민 공동체에 사는 사람들의 혈액, 물고기와 홍합, 심지어 새의 알에도 나타날 정도로 널리 퍼져 있다.

이전의 연구에 따르면 신체 내에서 안전한 수준의 PFAS는 없으며, 암을 포함한 수많은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국제암연구소(IARC)는 일반적인 PFAS인 퍼플루오로옥탄산(PFOA)을 인간에게 발암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했다. 그리고 또 다른 일반적인 PFAS인 퍼플루오로옥탄술폰산(PFOS)을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했다.

정 연구원은 이제까지 PFAS와 대장암(CRC) 사이의 관계를 다룬 연구는 없다고 강조했다.

신생아 혈액을 비롯해 모든 인체 기관, 새 알에서도 발견돼

그러나 화재와 싸워야 하는 소방관은 일반인에 비해 이러한 유형의 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으며, 일 자체가 PFAS에 많이 노출되는 직업이라고 정은 말했다. CRC 사례의 약 80%는 일종의 환경 노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의 암을 유발하거나 촉진하는데 영원한 화학물질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서 그동안 분명한 연구가 없었다.

존슨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은 생물학적 샘플에서 아미노산, 지질, 그리고 단백질과 같은 수천 개의 소분자의 변동 수준을 측정하는 도구인 대사체학(metabolomics)을 사용하여 CRC를 연구한다.

대사체학은 대사물질을 분석해 숨어 있는 돌연변이를 찾아내는 학문으로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결정해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하는 유전체기능학의 하위개념이다.

공동 제1저자인 예일 대학 공중보건 대학원의 캐롤라인 헬렌 존슨 교수.

2001년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연구팀이 효모에서 숨은 돌연변이를 찾아내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면서 탄생한 이 학문은 미래의 유망한 연구분야로 떠올랐다.

존슨은 "대사체학은 생물학적 효과와 동일한 샘플에서 환경 노출을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CRC 세포가 최대 7일 동안 PFAS 용액에 담겨 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면밀히 조사했다.

화재와 싸우는 소방관, PFAS에 많은 노출로 대장암 걸릴 확률 훨씬 높아

그들은 노출이 많을수록 세포 운동성 증가를 관찰했으며, 암 전이와 일치하는 대사 변화를 발견했다. 이는 화학 물질이 암 전이를 유도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PFAS 노출 후 CRC 세포의 대사 프로파일을 조사하기 위해 이 연구는 PFOS와 PFOA에 중점을 두었다. 둘 다 소방용 폼 및 기타 여러 제품에 사용되는 소재다.

연구팀은 두 가지 CRC 세포 유형을 사용했다. 한 유형은 돌연변이가 없거나 "야생형(wild-type)" KRAS 유전자를 가진 세포로 구성되었다.

대장암을 비롯한 췌장암, 비소세포폐암에서 흔하게 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진 'KRAS 유전자 변이'는 1964년에 처음 발견됐다.

암 변이 유전자 중에는 최초 발견이었기에 그동안 KRAS를 표적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거듭됐으나,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KRAS(쥐 육종 바이러스성 종양유전자: kirsten rat sarcoma viral oncogene)는 대장암 발병을 일으키는 가장 우세한 돌연변이 중 하나다.

연구팀은 화학물질 용액에 KRAS를 담그자 이 종양 유전자 세포의 이동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세포들은 막을 퍼뜨리고 다른 세포에 침투하는 경향을 보였다.

존슨 교수는 “이것이 암 세포의 전이라고 분명히 증명할 수는 없지만 전이의 특징인 운동성이 증가한 것은 분명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 및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저널 최근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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