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세월호 참사 이후의 각종 대책들을 쏟아내더니, 청와대가 내세운 기치에 따라 속전속결식 집행에 착수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모든 것을 스스로 진단하고 결론을 내린 후 ‘나를 따르라’는 식의 태도다. 대통령의 진단이 옳은지, 다른 원인진단과 대책은 없는지 사회적 토론을 거치지 않고 밀어붙이기하는 것이야말로 더 큰 참사를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특별법을 만들어 정부와 국회로부터도 독립적인 국민참여형 특별위원회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직접적 원인과 근본적 원인 등에 대한 종합적 조사와 진단,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청와대는 대통령 담화 직후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담화에 담긴 내용을 리스트로 만들어 빠짐없이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또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차관회의를 열고 각 부처가 후속조치 과제별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조속하게 수립해 추진하기로 하고 국무조정실은 후속조치 추진상황을 점검·관리하기로 했다. 대통령이든 청와대든 대책안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사회적 토론도 거치지 않고 진상규명도 끝내지 않고, 청와대가 군사작전 펼치듯이 쏟아내는 대책이 필요한게 아니다.

지방선거가 목전으로 다가오고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여권의 참패가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청와대는 자신들이 내놓은 대책을 중심으로 하루라도 빨리 모든 것을 마무리짓고, 국민의 관심과 사회적 논의를 종식시키고 싶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국민의 안전과 밀접한 국가의 책무마저 민간부문으로 떠넘기거나 꼭 필요한 규제들을 완화시켜온 박근혜 정부를 비롯한 그 이전 정부들의 국정운영 기조에 대한 반성도 없다.

무엇보다도 이번 참사와 관련해 가장 많이 반성하고 인적 교체를 해야 하는 곳인 청와대가 문제의 진단을 스스로 종결하고 대책을 주도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청와대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해 민경욱 대변인, 이정현 홍보수석 등의 교체도 없이 이뤄지는 청와대의 밀어붙이기는 순서도 틀렸고 방향도 옳지 않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독선적인 행동은 세월호 참사 와중에 있었던 주요 공직에 대한 인사에서도 드러났다. 방송통심심의위원회에 박효종, 함귀용씨 같은 박근혜 대통령 후보 캠프 출신이거나 극우적이고 매우 편향된 인사를 임명한 것이나, 과잉수사 등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이끈 우병우 전 검사를 민정비서관에 임명한 것,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진에 민주화운동에는 어울리지 않은 인사들을 대거 임명한 것 등이 그것이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독선이 변하지 않는 한, 참사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직접적 원인과 근본적 원인 등에 대한 종합적 조사와 진단, 대책을 제시할 수 있는 국민참여형 특별기구 활동 등을 담은 특별법부터 제정할 것을 다시 한 번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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