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과 연결고리 없지만 군부 내 대표적 매파로 평가

미국을 상대해야 할 중국의 신임 둥쥔 국방부장.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긴장 고조 문제도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임무가 주어졌다.[사진제공=환추스바오(環球時報)]
미국을 상대해야 할 중국의 신임 둥쥔 국방부장.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긴장 고조 문제도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임무가 주어졌다.[사진제공=환추스바오(環球時報)]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다.”라는 속담이 있다. “불행은 절대 혼자 오지 않는다.”는 의미의 이른바 화불단행(禍不單行)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을 살다보면 실제로 이런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중국 군부에서도 최근 비슷한 일이 발생,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혀 의외의 인물이 국방부장에 임명되면서 중국 내외신의 주목을 받게 됐다면 분명 이렇게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해군 출신으로는 사상 최초로 국방부장이 되는 기록까지 세운 주인공은 둥쥔(董軍. 63) 상장으로 군 내에서까지 의외의 발탁이라는 평가를 들으면서 대단한 행운아로 불리고 있다. 지난해 연말 임명되기 직전까지 해군 사령관이었던 그에게 몇 개월 전만 해도 국방부장이라는 자리는 사실 진짜 언감생심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이유는 하나둘이 아니었다. 우선 해군 출신이라는 점이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약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전임자인 리상푸(李尙福.66) 전 국방부장은 임명된 지 고작 6개월여에 불과했다. 큰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전격 교체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의 연결고리도 단 하나 없다. 장군이 된 이후에도 공식 진급식에서 마주친 것 이외의 만남이 거의 없었다면 말 다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고 10월 초부터 상황이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리 전 부장이 모종의 비리 혐의로 낙마할 것이라는 소문에 휩싸이더니 10월 말 진짜 공식 해임된 것이다.

후임을 임명해야 하는 인사 요인이 갑자기 발생하자 하마평이 무성했다. 대부분 육군 출신들의 장성들이 후보로 거론됐다. 당연히 그의 이름은 전혀 거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시 주석의 낙점을 받았다. 해군 출신에 자신과는 연결되지 않은 인물을 쓰고자 했던 그의 의중에 딱 들어맞았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이처럼 무명의 장군에서 단숨에 행운의 사나이가 되는 기적을 창조한 둥 부장은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에서 태어났다. 해군과의 인연은 1978년 17세의 나이에 랴오닝(遼寧)성의 다롄(大連)함정학원에 입학하면서부터 맺었다.

졸업 후에는 해군사령부 군사훈련부장, 북해함대 부참모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 소장으로 승진하면서 장군이 된 다음에는 대만해협을 관할하는 동해함대 부사령관을 지냈다. 이어 해군 부참모장, 남부전구 부사령관으로 근무했다.

2018년에는 중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2021년 3월 해군 부사령관이 된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해 8월 겨우 5개월 만에 사령관이 되면서 상장(대장) 계급장을 단 것 역시 마찬가지 아니었나 싶다.

그는 군 경력이 말해주듯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주변 상황을 거의 꿰고 있다고 해도 좋다. 양 해역에서 대만 및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볼 때는 상당히 이상적인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좋다. 이에 대해서는 해군 장교 출신의 군사 평론가인 가오웨이(高衛) 씨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월 13일 실시되는 총통 선거를 앞둔 대만은 현재 ‘대만 독립’을 부르짖는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집권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이 경우 대만 독립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중국이 이 분위기를 용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만해협 인근에서 군사적 위협도 불사할 수 있다. 남중국해 역시 대만해협과 별 다를 게 없다. 필리핀, 베트남과의 무력 충돌은 언제라도 발생 가능하다. 양 해역을 다 잘 아는 해군 출신이 국방부를 관장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고 해야 한다. 결국 그렇게 됐다.”

가오 씨의 말에서 보듯 그는 향후 대만과 동남아 국가들과의 갈등을 순조롭게 해결해야 하는 절대적 임무를 가지고 있다고 단언해도 좋다. 무력을 동원해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입장을 사석에서 공공연하게 밝힌다는 소문이 파다한 사실을 상기하면 상당한 의욕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군부 내의 대표적 매파라는 얘기를 듣는 것은 확실히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최근 “영토는 1mm라도 양보하지 말라.”는 지시를 상하이(上海)시 소재 무장경찰부대 산하의 해안경비대에 내린 시 주석과 궁합이 상당히 잘 맞는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뜻대로 쉽게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미국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긴장 고조를 그저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 했다가는 전혀 예상 못한 미국과의 군사 충돌도 빚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는 미국과 이처럼 우발적인 군사 충돌 회피를 위한 대화 루트 확대 차원의 소통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임무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가 취임하자마자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의 양국 장관 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이로 보면 너무나 당연하다고 해야 한다.

당연히 쉽지 않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중국이 자국을 넘어서는 군사 강국이 되는 것을 용납할 리 없는 미국이 국방장관 회담에서든 고위 군사 관계자들 간의 대좌에서든 거세게 몰아붙일 것이 너무나 자명한 탓이다.

하지만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위기관리, 미국과의 소통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할 경우 그는 지금보다 더 큰 행운에 직면할 수 있다. 국방부장을 넘어 군사부주석 자리까지 넘보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외신에서는 그가 내년 3월 열릴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에 해당) 제2차 회의에서 승진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하고 있다. 그가 로켓 출세를 하리라고 보는 일부 베이징의 군사 전문가들의 예상이 정곡을 찌른 것이라는 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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