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사망자 2만5000명 넘어...팔 민간인 사망 2만3843명
전쟁의 불길, 중동 지역 전역은 물론 홍해로도 번지는 양상
네타냐후 "이스라엘 막을 자 없다“...팔 민간인 벼랑 끝으로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에 올라가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에 올라가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축제장을 기습 공격, 민간인을 인질로 끌고가면서 촉발된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이 14일로 100일이 됐다. 사망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측을 합쳐 2만50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본거지인 가자지구로 대대적인 진격을 감행하면서 전쟁은 쉽게 끝날 듯 했지만 오히려 중동 지역 전체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14일 현재 사망한 이스라엘인은 1200명, 다친 사람은 1만2415명이다. 반면 가자지구에서 숨진 팔레스타인은 민간인이 2만3843명에 달한다. 다친 사람도 6만명을 넘었다. 82명의 기자들도 가자지구에서 취재 도중 목숨을 잃었다. 가자지구는 삶이 존재하지 않는 극한의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공세로 민간인 피해가 늘어나자 국제사회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 전쟁 100일을 하루 앞둔 13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찾은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필립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지난 100일간 벌어진 막대한 죽음과 파괴, 피란민 발생, 굶주림, 상실과 슬픔이 우리 모두의 인간성을 더럽히고 있다"며, 이번 전쟁을 규탄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번 전쟁으로 가자지구는 완전히 파괴됐으며, 2만3843명의 팔레스타인인 사망자 대다수가 여성과 미성년자라고 밝혔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제거를 목표로 가자지구에 무차별 공습을 가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유엔은 가자지구 인구의 85% 이상인 약 190만명이 피란 생활을 하고 있을 정도로 가자지구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됐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텐트 난민캠프에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앉아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안전 지역에 엄청난 수의 피란민이 몰려들면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난민캠프에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앉아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안전 지역에 엄청난 수의 피란민이 몰려들면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자 국제사회의 전쟁 중단 압력도 강도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정부는 국제사회의 전쟁 중단 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스라엘은 승리할 때까지 하마스와의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할 뿐이다.

외신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스라엘을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로 제소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ICJ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무시할 것"이라는 점을 천명하는 등 강경 기조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국제사회와 이스라엘 간 양보 없는 대립 속에 전쟁의 불길은 중동 전역은 물론 홍해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지난 10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군사기지에 대한 공습으로 헤즈볼라와의 충돌이 예상되며, 12일과 13일엔 미국과 영국이 예멘 후티 반군 거점에 대한 공습을 감행, 확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11일(현지시간) 북부 지역에서 레바논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충돌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11일(현지시간) 북부 지역에서 레바논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충돌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등 서방 진영은 특히 이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후티 반군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이 미국의 공습에 대해 "불안정을 촉발할 것"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서면서부터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사태에 이란이 직접 개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고위 당국자의 "우리는 후티의 싸움을 지지하지만 이 지역에서의 전면전을 원치 않는다"는 말이 이란의 속내를 말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200만명에 육박하는 팔레스타인 피란민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통받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 전쟁 확전’이라는 또 다른 불씨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이번 전쟁은 유엔이 전 세계 각지의 기근 위험 실태 모니터링을 시작한 이래 가장 심각한 굶주림에 노출된 사례로 분석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우리가 여기서 안전히 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하고 있다“며 ”누구도 이스라엘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최소한의) 삶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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