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실험에서, 한번 주사로 ‘신경모세포종’ 종양 세포 80~90% 근절
인플루엔자 등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암 환자 건강 개선 ‘일화’는 사실?
현재 승인받은 바이러스 4개에 불과… 임상 실험 중인 바이러스 많아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지카(Zika)바이러스는 이집트숲모기 등이 주된 매개체인 감염성 질환으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가벼운 두통, 발진, 발열, 그리고 근육통 등이 나타난다. 그러나 감염자의 80% 이상은 아무 증세를 보이지 않고 3∼7일이면 자연스레 회복된다.

1947년 우간다 붉은털원숭이에게서 처음으로 발견된 이 바이러스는 임신부가 감염될 경우 머리가 작은 소두증(小頭症)을 가진 아이를 출산할 위험이 높아져 그동안 경계의 대상이 돼 왔다.

이 소두증은 태아 때 두뇌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고 수축돼 비정상적으로 작은 뇌와 머리를 가지고 태어나는 선천성 뇌손상을 말한다.

모기 매개 질병인 지카 바이러스는 임산부가 감염될 경우 머리가 작은 '소두증'을 가진 아이를 낳을 위험이 크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를 이용한 암 정복에 나섰다. [사진=NPR]
모기 매개 질병인 지카 바이러스는 임산부가 감염될 경우 머리가 작은 '소두증'을 가진 아이를 낳을 위험이 크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를 이용한 암 정복에 나섰다. [사진=NPR]

쥐 실험에서, 한번 주사로 ‘신경모세포종’ 종양 세포 80~90% 근절

최근 연구원들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지카 바이러스가 인간의 신경모세포종 종양(neuroblastoma tumors)을 표적으로 삼아 근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종양은 어린이 신경계통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복부 종양과 연관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치료법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빨리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지카 바이러스는 1947년에 확인된 이후 인간을 괴롭혔지만, 이제 과학자들은 다른 적, 즉 암과 싸우기 위해 세포를 손상시키는 이 바이러스의 능력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학술지 ‘암 연구 커뮤니케이션(Cancer Research Communications)’ 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신경 조직 암의 일종인 신경모세포종 종양의 세포가 이식된 쥐를 치료하는데 지카 바이러스를 사용했다.

지카 바이러스를 주사한 직후 이 쥐의 종양은 거의 완전한 조직 사멸을 보였으며, 쥐의 생존 기간도 연장되었다. .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 위치한 느무르 아동병원(Nemours Children Hospital)의 연구 과학자이자 이번 연구의 첫 번째 저자인 조셉 마자르(Joseph Mazar) 박사는 "그 차이는 놀라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마자르 박사는 "아마 믿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80%에서 90%의 효능을 얻었다. 단 한번의 주사로 종양은 거의 근절되었다. 재발도 없고 증상도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인플루엔자 등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암 환자 건강 개선 ‘일화’는 사실?

바이러스를 암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1800년대 이후 일화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간염, 홍역 또는 천연두와 같은 특정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일부 암 환자의 건강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학술지 ‘생화학(Biochimie)’ 저널의 2023년 리뷰에 따르면 암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손상시키는 능력 때문에 이러한 바이러스를 종양 용해성 바이러스(oncolytic viruses)라고 불렀다.

이러한 바이러스를 활용하려는 초기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1990년대에 새로운 유전공학 기술과 실험실에서 만든 DNA를 통해 연구자들은 바이러스를 보다 구체적이고 안전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지카 바이러스는 이집트숲모기 등이 매개하는 감염성 질환으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가벼운 두통, 발진, 발열, 그리고 근육통 등이 나타난다. 그러나 감염자의 80% 이상은 아무 증세를 보이지 않고 3∼7일이면 자연스레 회복된다. [사진=픽사베이]
지카 바이러스는 이집트숲모기 등이 매개하는 감염성 질환으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가벼운 두통, 발진, 발열, 그리고 근육통 등이 나타난다. 그러나 감염자의 80% 이상은 아무 증세를 보이지 않고 3∼7일이면 자연스레 회복된다. [사진=픽사베이]

현재 특정 암 치료법으로 승인된 바이러스는 4개뿐이다. 예를 들어 악성 신경교종(glioma)에 사용되는 변형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일본에서 승인되었고, 진행성 흑색종에 대한 또 다른 변형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미국에서 승인되었다.

더 많은 암을 죽이는 바이러스들 사용이 임상 시험에서 진행 중에 있다. 그러면 바이러스로 암을 치료한 선례들이 있는 왜 지카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걸까?

발달 중인 태아의 뇌 성장을 방해해 소두증을 일으키는 지카 바이러스는 미성숙 신경 세포를 표적으로 삼는다.

그래서 느무르 아동병원의 소아외과 의사이자 이번 연구의 수석 저자인 타마라 웨스트모어랜드(Tamarah Westmoreland) 박사가 주도한 연구팀은 이 바이러스를 신경모세포종을 표적으로 삼는 데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었다.

신경모세포종은 미성숙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영유아에서 가장 흔히 진단되는 암 중 하나이다.

이 종양이 발생하면 집중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생존율이 낮다. 그리고 예후가 좋지 않은 이 고위험 종양에 대한 현재의 치료법은 대부분 심각한 부작용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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