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인간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 미치지 않아
폭염으로 인한 재산 피해 등으로 분노를 야기하는 경우는 있어
더울 때 내전이나 개인 폭력 증가한다는 주장, 신빙성 없어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수십 년 동안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폭염의 시기에는 내전과 개인 폭력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폭염과 폭력은 함께 가는 것일까? 아니면 폭염으로 인한 농작물 실패로 인해 사람들에게 분노를 일으키게 만들기 때문일까? 아니면 더위가 인간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UCB)의 이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더위가 일부 사람들을 더 공격적으로 만들 수 있지만, 이러한 폭력 가능성은 자신이 소외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때 생긴다.

수십 년 동안 진행된 일부 연구들에 따르면 폭염의 시기에는 내전과 개인 폭력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가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더위가 인간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수십 년 동안 진행된 일부 연구들에 따르면 폭염의 시기에는 내전과 개인 폭력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가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더위가 인간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일반적으로 인간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 미치지 않아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더위가 사람들의 의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이 연구는 지적했다.

이 연구의 공동 저자인 UCB 박사과정의 로버트 픽먼스(Robert Pickmans)는 연구 동기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기후변화와 기온 변화를 고려할 때 이것이 중요한 탐구 분야라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인 전국경제연구소(NBER: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에 의해 연구 보고서로 발표되었다.

픽먼스는 “더위가 주는 심리적 영향에 대한 연구들은 과거에도 많았다. 그러나 규모가 작고 제한된 표본들을 사용해 수행되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출신 900명, 케냐 나이로비 출신 1000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섭씨 22도와 섭씨 30도의 방으로 옮겨져 의사 결정 및 인지 테스트를 거치도록 했다. 그런 다음 연구팀은 시원한 방과 더운 방에 있는 각 개인의 성과를 비교했다.

폭염으로 인한 재산 피해 등으로 분노를 야기하는 경우는 있어

연구 결과, 첫 번째 발견은 대부분의 경우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더운 방에 있는 사람들은 더 졸린다고 불평했지만 그들의 의사 결정 능력은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구팀이 '파괴의 기쁨(joy of destruction)'이라고 이름을 붙인 한 가지 과제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참가자들이 이 ‘파괴의 기쁨’이라는 게임을 했을 때 더운 방에 있는 케냐의 일부 참가자들이 더 공격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해당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실제 기프트 카드로 현금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포인트는 컴퓨터나 익명으로 플레이하는 파트너에 의해 무작위로 지울 수도 있었다.

연구를 주도한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 박사 과정의 로버트 픽먼스.   
연구를 주도한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 박사 과정의 로버트 픽먼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더운 룸에 있는 케냐 참가자들은 수입(포인트)을 줄이면서 다른 참가자들에게 해를 끼치려는 경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추가 조사를 통해 당시 케냐의 일상생활을 뒤흔들었던 과열된 선거에서 배제된 소수민족 참가자들이 이러한 반응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울 때 내전이나 개인 폭력 증가한다는 주장은 신빙성 없어

픽맨스는 "특히 기온과 정치적 폭력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들을 고려할 때 이 연구는 매우 흥미로웠다. 그러나 일부 케냐 참가자들이 의도적으로 참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연구 결과는 참고하는 선에서 받아들여야 하며, 일반적인 것으로 단정을 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픽맨스는 또한 섭씨 30도 이상의 온도가 인간의 정신이나 행동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대해 추가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픽맨스와 그의 동료 과학자들은 섭씨 30도에서 1시간이 아닌 2시간 더 오래 머물게 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는 사람들이 이 더운 온도에서 특정 종류의 추론과 직감적 충동을 무시하는 능력이 어느 정도 감소하는 것을 보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는 능력이 크게 저하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2021년 연구에 따르면 감옥과 같이 통제된 환경에서도 정말 더운 날 수감자들 사이의 폭력이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더운 날에는 자살 위험이 더 높다는 일부 연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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