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버티는 한 무력 대만 통일은 힘든 상황에서
은퇴 직전이지만 평화적 통일 위해 협상에 적극 나설 듯...

대만과의 평화 협상에 적극 나서게 될 경우 정치적 위상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쑹타오 당 중앙대외연락부 부장.[사진제공=환추스바오(環球時報)]
대만과의 평화 협상에 적극 나서게 될 경우 정치적 위상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쑹타오 당 중앙대외연락부 부장.[사진제공=환추스바오(環球時報)]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에게 대만 통일 문제는 필생의 과업이라고 해도 괜찮다. 만약 대만마저 홍콩처럼 품에 안으면 중국은 진짜 미국과 맞장을 떠도 괜찮을 국력을 보유하게 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무엇보다 현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정부가 ‘대만 독립’을 외치고 있다면 굳이 더 이상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

이 상황에서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65) 부총통이 지난 13일 치러진 제16대 총통 선거에서 가볍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민진당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3기 집권에 성공한 셈이 된다. 환호작약할 수밖에 없다. 반면 중국에게는 악몽이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자연스레 대만 통일 문제가 국정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이 문제를 다루는 부처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역시 바빠지지 않는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수장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졸지에 그 어느 곳보다 중요한 부처의 수장으로 주목을 받게 된 인물은 다름 아닌 쑹타오(宋濤. 69) 주임이다. 당의 대만공작판공실 주임까지 겸임하고 있으니 몸이 두 개라도 정신이 없을 것이라고 해도 좋지 않나 싶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그를 자주 독대한다는 소문이 권력의 핵심인 중난하이(中南海) 주변에서 파다한 것은 분명 괜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정치 이력 말년에 갑자기 주목을 받는 처지가 된 쑹 주임은 장쑤(江蘇 )성 쑤첸(宿遷)시 출신이나 청장년 시절에는 줄곧 푸젠(福建)성에서 활동했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푸젠성으로 하방된 탓이다. 대학도 푸젠사범대학을 다녔다. 전공은 정치경제학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 세기 말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지방 관료로 묻힐 뻔한 평범한 인물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2001년 10여 년 전의 오스트레일리아 유학 경력을 높이 산 당시 부총리 겸 외교부장 첸치천(錢其琛)에 의해 졸지에 발탁돼 외교부로 불려간 것이 그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신의 한수가 됐다. 첸 전 부총리 겸 외교부장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8년 동안 주인도 대사관 참사관을 비롯해 주기이아나와 필리핀 대사도 지낼 수 있었다. 한마디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못한 벼락출세를 했다고 해도 괜찮지 않나 보인다. 2011년에는 낙하산 인사가 쉽게 거머쥐기 어려운 외교부 부부장(차관)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2013년 당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 판공실 부주임을 거쳐 2년 후 당 중앙대외연락부 부장으로 승진한 것은 마치 그를 위해 마련해 놓은 코스 같았다고 해도 좋았다. 2022년 현직으로 이동한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이력만 놓고 보면 그는 대기만성형의 인물에 가깝다. 이런 스타일은 대개 겸손하기 마련이다. 실제로도 그는 사람들을 대할 때 너무 과하다 싶을 만큼 고개를 잘 숙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들이나 조카뻘이라고 할 수 있는 부하 직원들에게도 그렇다면 그게 몸에 베인 진심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는 또 남의 말을 잘 경청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좀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는 것 역시 단점보다는 장점에 가깝다. 대만 통일 문제를 다루는 부처의 수장으로서는 완전 적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도 인간인 만큼 단점 역시 없지 않다. 무엇보다 과감하지 못하다는 약점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주위에서 자주 지적한다는 얘기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우유부단하다는 얘기가 될 듯하다. 이에 대해서는 그를 잘 아는 전직 외교관인 류궈푸(劉國福) 씨의 말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쑹 부장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신중한 성격이라고 해야 한다. 웬만해서는 자신의 주장도 잘 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답답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게 협상을 하거나 할 때는 도움이 된다. 남의 말을 잘 들어준다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대만과의 통일 문제를 다루는 부처의 수장으로는 단연 최고의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중앙대외연락부장으로 일할 때 까다롭기 그지없는 북한조차도 그를 높이 평가했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현재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 관계는 사상 최악이라고 해도 좋다. 극렬 ‘대만 독립론자’로 불리는 라이 총통 당선인이 5월 20일 정식으로 취임할 경우는 상황이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대만의 뒤에서 반중 정서를 더욱 부추길 경우 최악 상황으로까지 흘러가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쑹 부장 같은 스타일의 협상 전문가가 필요할 수도 있다. 양안 관계가 강대강(强對强)으로 흘러갈 경우 파국은 필연인 만큼 분명 그렇다고 해야 한다.

그가 성격과는 달리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하는 것이 미국의 존재로 인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시 주석 역시 그에게 대만과의 평화 협상에 나서도록 적극 권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은퇴를 해도 괜찮을 나이에 해당한다. 중국 정치권의 ‘7상8하(67세 이상은 현직을 유지하나 68세 이상은 은퇴함)’ 불문율을 상기하면 진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만 집권 민진당의 라이 당선인이 승리함에 따라 갑자기 상당히 바빠지게 됐다. 앞으로 어떻게든 양안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 조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대화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올릴 경우 그는 향후 은퇴보다는 위상이 한 단계 더 높아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베이징 정가에서 그가 1, 2년 후 부총리로 승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 것은 이로 보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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