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장남)·임종훈(차남) 사장, 통합 반대하며 경영권 분쟁 돌입
법원 인용 여부에 따라 통합 성공 여부 결정될 듯
합병 소식 이후 급등했던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하락’ 전환

이달 중순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이 통합 계획을 발표했지만, 한미약품 그룹 내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법원 가처분 신청으로 이어지면서 최종 결과에 대해 제약, 바이오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연합뉴스]
이달 중순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이 통합 계획을 발표했지만, 한미약품 그룹 내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법원 가처분 신청으로 이어지면서 최종 결과에 대해 제약, 바이오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이달 중순 제약·바이오 업계의 시선이 집중된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절차에 제동이 걸렸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최근 양사 통합을 반대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어머니(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와 장녀(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가 같은 편에 섰고, 장남(임종윤 사장)과 차남(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이 한 배를 타면서 가족 간 치열한 대결이 예고되고 있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번 분쟁은 이달 중순 한미사이언스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지분 양수 계약을 공시하면서 불거졌다.

당초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취득하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실장의 주도로 이뤄진 양사 통합 계획 발표에 임종윤 사장이 불편한 속내를 내비치면서 통합 과정에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임종윤 사장은 개인회사인 코리그룹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번 통합과 관련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임종윤 사장은 지난 17일 수원지방법원에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까지 제출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에는 남동생인 임종훈 사장이 동참하면서 2:2 맞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지난 17일 기준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어머니 송영숙 회장(12.56%), 장녀 임주현 실장(7.29%) ▲장남 임종윤 회장(12.12%), 차남 임종훈 사장(7.20%) 양측이 엇비슷하게 보유하고 있다.

다만, 또 다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직 어느 한쪽 편을 선택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OCI홀딩스와 한미사이언스의 통합 과정이 어떻게 결론을 맺을지 어느 쪽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OCI홀딩스는 각 그룹별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를 선임하여 공동 이사회를 구성하고, OCI홀딩스 이우현 회장과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 임주현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아 상생 공동경영을 할 예정이었는데 ‘한미그룹 형제’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형국이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 임성기 회장 별세 후 상속세 이슈와 맞물려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한미사이언스 형제 간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됐다”며 “이와 관련해서 향후 진행 상황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그룹 내 경영권 분쟁으로 확산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다만, 이번 지분취득 거래는 양사 모두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이뤄진 만큼 전면 무효화 등의 불발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미약품그룹은 임종윤 사장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요건성 문제가 없어 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우리 측 법률 검토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와 관련해 아직 특별한 입장을 내놓을 것은 없지만, 양 그룹사가 합의한 동반·상생 공동 경영의 취지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원활한 통합 절차 진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서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합병 소식 발표 후 상한가(16일)를 비롯해 3거래일 연속 상승했던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17일에 이어 이날 오후 3시 기준 이틀 연속 약 10% 하락했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OCI 그룹 내 제약·바이오 사업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두 그룹 통합 시 구체적인 시너지 발생과 전략·R&D 방향성에 관해서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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