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만물상'...백두대간 오가는 호랑이 호피무늬와 유사한 색조 띠고 있는 이채로운 작품
'고향의 냇가에서'...어린시절 시골의 서정 듬뿍 느끼게 하는 포근하고 향토적인 분위기

【뉴스퀘스트=정형렬 갤러리피코 대표 】 

예술인 전신(60호 2007년)
예술인 전신(60호 2007년)

▲ 예술인 전신

예술인의 전체 모습을 형상하였다고 한데서 제목을 ‘예술인 전신’이라고 명명한 것 같다. 그런데 이 그림이 누구를 모델로 하였다는 언급은 전혀 없다. 다만 북한의 전형적 전통미의 도톰한 타원형 얼굴의 후덕한 미인상에 예술인의 우아하고 화려한 자태를 합성하여 이상화한 예술인의 초상을 상상하여 그린 그림이라고 추측해 본다.

꽃이 피아노 의자에 올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공연이 끝난 뒤 기쁨과 보람, 평온과 휴식의 이미지가 겹쳐진 한컷의 기념촬영 장면을 연상시킨다. 장소는 레드골드의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멋을 드리운 커튼이 배경으로 되어 있고, 녹색 잔디 위 분홍색 꽃무늬 카펫이 깔려 있는 공연자 대기실인 듯 보인다. 오른쪽 면은 시멘트 회색벽이 노출되어 있어 건조한 듯하면서 현대적인 느낌의 세련된 미를 풍기고 있다.

회색의 건조성을 보완하려는 양 눈내린 묘향산(?) 풍경화가 그려진 달력을 상단에 배치하고 있어 마치 창가를 통해 바깥의 정경을 보이게 하는 트임의 효과를 주면서 정적인 구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검정색 피아노와 흰색 드레스의 전체적인 대비 속에 녹색 카펫과 원목 테두리를 한 녹색 융단 의자의 색상 조응, 하단 가운데 금색 꽃무늬 은빛 구두와 드레스 색감의 어울림도 작품의 품격을 한껏 높여주고 있다.

화가 강훈영은 젊은 시절 음악가와 화가의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한 시절이 있었다. 그림 속에서 본인이 가지 못한 음악인의 길에 대한 동경이 짙게 배어 있는 흔적이 서려 있다. 천상의 옷처럼 하얀 망사 드레스가 카펫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품과 속살을 비치며 어깨를 덮고 있는 나비의 날개 같은 상의의 맵시는 이 화가의 실력과 작품에 들인 정성을 평가받게 해주는 작품의 백미이다.

이 그림은 1996년 원작 이후에도 여러점 그려졌고 많은 후배화가들도 즐겨 따라 그린 그림이며, 자국 뿐만 아니라 중국 등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명화로 평가받고 있다. 조선역대미술가편람에서 이 그림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다. “<예술인전신>은 유화를 우리 식으로 그릴데 대한 당의 방침을 받들고 그가 3년간의 고심 끝에 완성한 것이다.

이 그림을 그리는 기간 그는 심한 육체적 및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야 했다. 불치의 병이라는 의학상의 진단은 비록 그의 육체는 꺼꾸러뜨릴 수 있어도 의지는 꺽을 수 없었다. 그는 당의 방침을 관철하기 전에는 물러설 수도 죽을 수도 없다는 완강한 의지를 가지고 병과 싸워 승리하였으며, 창작의 총화라고 할 수 있는 <예술인전신>을 기어이 완성해 내었다.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창조된 유화 가운데서 가장 섬세한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자그마한 묘사의 공백도 없이 치밀한 방법으로 제시된 모든 요소들을 형태와 부분, 색과 질감까지도 진실하게 표현함으로써 화가의 높은 묘사력을 확증해주었다. 조선화와 유화기법을 전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그였기에 이 그림을 비롯한 적지 않은 작품들에서 두 형식의 우수한 측면들을 통일적 과정 속에서 형상에 구현하고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색감과 명도 대비로 긴장감과 주목도를 높이고, 몸에 착용한 보석류와 레이스 드레스, 배경의 문양들이 하나의 잘 정돈된 아이덴터티를 이루어 우아한 고급스러움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 또한 열린 피아노 덮개 안쪽에 비친 여인의 뒷모습 그림자에는 생생한 현장감이 아른거린다.

금강산 만물상(195-108 2007년)
금강산 만물상(195-108 2007년)

▲금강산 만물상(195-108 2007년)

만물상은 강원도 금강산 외금강지역 만물상구역 온정마을 서쪽에 있는 바위산을 일컫는 말이다. 온정리의 서쪽 끝인 오봉산의 남쪽 사면 일대로, 층층절벽에 만가지 생김새를 가진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이 줄을 지어 서 있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원래는 만물초(萬物草)라 하였고, 오랜동안 비바람에 자연적으로 다듬어져 자기나름의 형체를 갖춘 바위들이 수도 없이 솟아 있어 이곳에서 만물의 모양새를 다 볼 수 있다고 하여 '만물상'이라 하였다. 금강산의 만물상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인 '천선대'라는 전망대에서 이러한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천선대는 천만가지 모양의 돌바위가 꽉 들어찬 만물상의 전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고, 동해의 푸른 바다와 병풍을 둘러친듯한 오봉산의 연봉들, 집선봉, 채하봉, 세존봉, 관음련봉, 삼선암, 귀면암, 온정령 등의 기묘한 경치를 전부 다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수많은 만물상의 작품중에서도 유독 전체적인 느낌과 색감에서 마치 백두대간을 오가는 호랑이의 호피무늬와도 유사한 색조를 띠고 있는 이채로운 작품이다. 수세기 동안 남과 북을 오고 갔으며 팔도를 호령했던 한국호랑이의 신화적 기운마저 느낄 수 있는 만물상의 손꼽히는 수작으로 여겨진다.

원근의 표현도 잘 나타냈으며 구름과 안개의 기운이 성스럽고 신비감 마저 들게 하는 독특한 화풍을 나타낸다. 하늘과 산맥이 대각선의 사선형의 구도로 양분되어 선명한 보색 대비로 확연히 분절되고 있다. 마치 두개의 별개 화면이 도킹되는 듯한 시각적 착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아침 노을이 운무에 휩싸여 아침 하늘에 붉은 태양의 색채 기운이 가시면, 유달리 깊고 맑은 검푸른 빛깔인 남청색이 대체하여 하늘빛을 뒤덮는다. 여기서는 남청색의 오로라빛 광선이 운무를 물들이고 건너편의 산맥들을 푸르게 적시면서 남청색의 진하고 옅은 농담의 파도 물결로 가을 하늘의 옷자락을 염색해 놓았다.

고향의 냇가에서(91-68 2007년)
고향의 냇가에서(91-68 2007년)

▲고향의 냇가에서(91-68 2007년)

이 작품은 '고향의 냇가'란 제목처럼 짙은 녹음의 푸르름에 이렇게까지 한가로울 수 있을까? 하는 어린시절 시골의 서정을 듬뿍 느끼게 하는 포근하고 향토적인 작품이다. 풍요로운 풍광에 그려진 하늘빛에 수목들, 빨래하는 아낙들과 풀을 뜯거나 되새김질에 열심인 소들, 그리고 냇가의 주인임을 자처하는 물오리 일가족들의 물놀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정신건강학에 있어서 색감에 대한 치유 방법 중에 녹색(Green Color) 계열을 자주 접하거나 수목이 우거진 그림이나 혹은 실제 산을 보면서 치유하게 하는 방법들은 이미 검증된 사례이기도 하다. 요즘같이 급변하고 불안한 국내외 정치사회 전반에 매일 접하게 되는 자극적인 사건 사고들은 우리에게 우울감과 박탈감 및 피로감 등을 호소하게 한다.

현대인들에게 "강훈영의 고향의 냇가"는 위의 감정들에 대한 적절한 힐링의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만큼 이 작품만의 따뜻함과 풍요함이 절묘하게 공존을 해서 순수함에 더한 힐링의 입체감이 더해진 보면 볼수록 치유의 농도가 진하게 농축된 작품이다. 아이들이 물고기를 잡는 등 생동적인 모습이 덧붙여졌더라면 더욱 재미있는 작품이 되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오리가 물살을 가르고 소 두 마리가 평화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고향의 향취를 물씬 풍기는 참으로 정겨운 모습이다.

강훈영 화가
강훈영 화가

 

그는 평양미술대학에 교원으로 활동하면서 "조선화에 대하여(1989)", "회화 습작집(1992)", "조선화 교재 습작집(1980년)", "소묘", "소묘실기" 등 많은 책들을 집필하여 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고, 후대 교육사업을 통하여 이름있는 미술가들을 수많이 양성하였다.

그는 교원. 강좌장으로 활동하면서도 시간을 내어서 조선화 유화 명작들을 창작하였고, 그의 작품들 중 높히 평가된 수십점이 국보로 지정되어 조선민술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다음은 연합뉴스 최선영 기자의 강훈영 화가에 대한 기사자료(2000.7.7.자)를 인용했다. “평양미술대학 교수이자 인민예술가인 강 화백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를 미술작품에 형상하는데 앞장선 선구자의 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가 그린 유화 「조국광복회 창건을 선포하시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조선화 「꺼질줄 모르는 당중앙의 불빛」등 김 주석과 김 총비서를 그린 40여점의 국보적 작품은 조선혁명박물관과 각지 혁명사적지, 조선미술박물관 등에 보존돼 주민들의 사상교양에 이용되고 있다.

특히 유화 「삼지연에서 본 백두산」은 김 주석이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작품의 하나이며, 유화 「예술인전신」은 김 총비서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강 화백은 유명한 교육자이기도 해 지난 60년 평양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40년간 대학강단에서 소묘와 조선화(동양화), 북한식 유화교육을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30여명의 인민예술가와 공훈예술가, 학위. 학직 소유자를 양성했다. 그는 현재도 조선화를 바탕으로 북한식 유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강훈영(1935~작고?)은 누구인가?

- 김일성상 계관인(우리로 치면 최고 훈장 받음)

1935년 10월 8일 평안북도 구성시 성안동에서 출생.

1954년 정주1인민학교. 정주초급중학교. 정주고급중학교 졸업.

1960년~86년 평양미술대학 졸업. 유화강좌, 소묘강좌, 조선화 강좌 교원으로 활동.

1980년 공훈예술가 칭호 수여 받음.

1986년 부터 평양미술대학 조선화학부 강좌장. 명화가 양성 특성학부 회화강좌장으로 활동.

1996년 국방위원장 표창장 받음.

1997년 인민예술가 칭호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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