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슬림 외교관 전용, 리야드의 ‘외교 지구’에 설립
왕세자 빈 살만의 개혁 프로그램 '비전 2030'의 일환
1952년 영국 외교관 총격 사망 사건 이후 완전 폐쇄

사우디아라비아에 처음으로 술을 파는 매장이 들어선다.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따르고 있는 사우디는 음주는 물론 술 제조와 판매를 금지해 왔다. 사우디가 수도 리야드에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술을  파는 매장을 개설하는 것은 70여년 만의 일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처음으로 술을 파는 매장이 들어선다.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따르고 있는 사우디는 음주는 물론 술 제조와 판매를 금지해 왔다. 사우디가 수도 리야드에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술을  파는 매장을 개설하는 것은 70여년 만의 일이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사우디아라비아에 처음으로 술을 파는 매장이 들어선다.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따르고 있는 사우디는 음주는 물론 술 제조와 판매를 금지해 왔다.

24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사우디가 수도 리야드에 국외 거주자들에게 술을 파는 매장을 개설하는 것은 70여년 만에 처음이다.

압둘아지즈 국왕의 아들 중 한 명이 술에 취한 채 영국 외교관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1952년 이후부터 술 금지령이 법제화됐다.

비무슬림 외교관 전용, 리야드의 ‘외교 지구’에 설립

비록 무슬림이 아닌 외교관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적인 형태지만 이슬람 종주국에 술이 유통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사우디의 변화를 상징하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은 수년간 외교 파우치라고 알려진 밀봉된 공식 패키지에 술을 수입해 온 외교관 직원으로 제한된다. 사우디 관리들은 이 가게의 "불법 주류 거래"에 철두철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AFP와 로이터 통신이 확인한 정보에 따르면 새로 오픈할 술 매장은 시내 중심 서쪽 대사관과 외교관 주택이 밀집한 ‘리야드 외교 지구(Riyadh's Diplomatic Quarter)’에 위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매장은 몇 주 안에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기에도 몇 가지 제한 사항이 있다. ■ 사전에 등록하고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 21세 미만은 출입 불가, 그리고 ‘적절한 복장’ 갖추어야 ■ 운전 기사 대동 불가 ■ 월별 사용량 제한 등이다.

그러나 특별히 엄격한 규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외교관이 아닌 외국인 거주자가 매장을 이용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고객의 알코올 구매 한도는 월 240 "포인트"로 제한된다. 예를 들어 증류주 1리터에는 6포인트, 와인 1리터에는 3포인트, 맥주 1리터에는 1포인트가 적용된다.

BBC는 “술이 리야드 생활의 일부에 지나지 않겠지만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어디서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신 후에 어떻게 행동하는지 주의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현행 사우디 법률에 따르면 술 소비, 또는 소지에 대한 처벌에는 벌금, 투옥, 공개 태형, 그리고 외국인의 경우 강제 추방까지 이루어진다.

사우디 왕세자이자 실질적인 통치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은 사우디 개방을 위해 경제·사회 개혁 계획인 '비전 2030'을 주도하고 있다. 첫 주류 매장 개설도 그 혁신들 가운데 하나로 가장 최근의 조치이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사우디 왕세자이자 실질적인 통치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은 사우디 개방을 위해 경제·사회 개혁 계획인 '비전 2030'을 주도하고 있다. 첫 주류 매장 개설도 그 혁신들 가운데 하나로 가장 최근의 조치이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왕세자 빈 살만의 개혁 프로그램 '비전 2030'의 일환

수년 동안 사우디 주재 외교관들은 일정 양의 술을 가져오기 위해 사우디 당국이 제공하는 결코 조작할 수 없는 "파우치"를 사용해야 했다.

이번 조치는 사우디 왕세자이자 실질적인 통치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이 주도하는 경제·사회 개혁 계획인 '비전 2030' 혁신들 가운데 하나로 가장 최근의 조치이다.

걸프 지역 이슬람 국가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등은 허가받은 식당이나 가게에서 비무슬림 외국인을 대상으로 술을 취급할 수 있지만 사우디는 허가하지 않았었다.

2018년 여성의 운전 허용을 비롯해 대중가수 콘서트 개최, 공공장소에서 엄격한 남녀 분리의 완화, 영화 극장 개장, 관광비자 발급 등 최근 수년간 폐쇄적인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

이슬람에서는 술이 금지되어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1952년까지 국내 술 판매에 다소 화해적인 태도를 취했다.

1951년 왕자 미샤리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가 행사에서 술 한 잔 더 따르는 것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제다의 영국 부영사 시릴 우스만을 총으로 쏜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1년 후, 압둘아지즈 국왕은 술 소비는 물로 술 매장까지 전면 금지했다. 미샤리 왕자는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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