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하게 나타나는 ‘얼음 코어’에서 구분 데이터가 점차 사라져
녹는 지표수 스며들어… 얼음 코어 내 화학물질 씻어내 분간 못해
알프스의 그랑콩뱅 빙하 시험… “같은 현상 다른 빙하에서도 일어날 것”
아이스메모리재단의 얼음 코어 시추 보관 작업 빨리 서둘러야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얼음 코어(ice core)는 얼음과 빙하의 연구에서 중요한 도구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빙상이나 높은 산 빙하에서 채취하는 코어 샘플이다.

빙하는 매년 쌓이는 눈 층으로 인해 형성되기 때문에 여러 해에 걸쳐 형성된 얼음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얼음 코어는 핸드 오거(hand augers), 또는 전동 드릴로 뚫어 샘플을 수집한다. 보통 약 3.2km 이상의 깊이에 도달할 수 있으며 최대 80만년 된 얼음을 채취할 수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로 빙하가 줄어들고 대신 숲이 형성되고 있다. 알프스를 포함해 높은 산의 모습은 옛날과 전혀 다르다. [사진=phys.org]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로 빙하가 줄어들고 대신 숲이 형성되고 있다. 알프스를 포함해 높은 산의 모습은 옛날과 전혀 다르다. [사진=phys.org]

뚜렷하게 나타나는 ‘얼음 코어’의 구분 점차 사라져

얼음 코어는 얼음 층을 조사하여 지구 기후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연구 도구다. 여기에는 수천 년 동안의 기후 기록을 포함돼 있으며, 온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 및 기타 기후 변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얼음 코어 연구를 통해 지구 기후 변화와 지난 수백 년 동안의 환경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연구는 미래의 기후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의 끊임없는 가속화로, 이러한 얼음 코어조차 사라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보존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스 메모리 이니셔티브(IMI: Ice Memory initiative)’가 주도한 최근 연구에서 그 필요성이 절실히 드러났다. 

스위스 서부 알프스의 그랑 콩뱅(Grand Combin) 대산괴(massif)에 위치한 코르바시에르(Corbassière) 빙하가 급속히 녹아 귀중한 기후 데이터 기록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스 메모리 이니셔티브는 스위스의 폴 쉐러 연구소(PSI: Paul Scherrer Institute), 프리부르 대학, 베니스의 카포스카리 대학, 그리고 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의 극지 과학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공동 참여한 협력 프로그램이다.

구팀은 2018년과 2020년 두차례 코르바시에르 빙하에서 시추한 얼음 코어(ice core)를 분석했다. 그들의 목표는 빙하 내에 보관된 귀중한 기후 기록을 보존하는 것이었다.

녹는 지표수 스며들어… 얼음 코어 내 화학물질들 씻어내 분간 못해

연구팀은 두 세트의 얼음 코어 사이에 중요한 차이점을 발견했다. 14m까지 시추한 2018년 코어는 2011년까지의 기록을 포함하고 있었으며, 여기에는 암모늄, 질산염, 황산염과 같은 미량 물질의 계절별 예상 변동이 표시돼 있었다.

일반적으로 강설을 통해 퇴적되는 이러한 물질들은 대기 오염 및 기후 조건에 대한 계절적 설명을 제공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PSI 연구원 테오 젠크(Theo Jenk) 박사의 주도로 18m까지 시추한 2020년 코어는 충격적인 추세를 드러냈다. 최상위 레이어에서만 예상되는 계절 변동이 나타났다.

오래된 기록을 나타내는 더 깊은 층에서는 이러한 변동이 평탄해지고 미량 물질의 총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변칙 현상은 마치 도서관이 일부 책을 잃어버리고, 나머지 책들은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뒤섞여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기후 데이터의 심각한 손실을 나타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러면 2년만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연구팀은 2018년에서 2020년 사이에 얼음의 용해가 증가하여 지표의 물이 빙하 깊숙이 침투하여 미량 물질들을 씻어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과정은 빙하의 역사적 기록을 희석시켰을 뿐만 아니라 영구적으로 제거하여 빙하의 역사를 지워버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추를 통해 얻는 얼음 코어에는 기후변화는 물론 계절의 변동 등 기후 역사가 담겨 있다. 그러나 최근 계속되는 따뜻한 날씨로 인해 지표수가 스며들어 얼음 코어에 있는 화학성분들이 씻겨 그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사진=NASA Climate Change]  
시추를 통해 얻는 얼음 코어에는 기후변화는 물론 계절의 변동 등 기후 역사가 담겨 있다. 그러나 최근 계속되는 따뜻한 날씨로 인해 지표수가 스며들어 얼음 코어에 있는 화학성분들이 씻겨 그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사진=NASA Climate Change]  

아이스메모리재단의 얼음 코어 시추 보관 작업 빨리 서둘러야

연구팀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기상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일반적인 기후 추세에 맞춰 빙하가 따뜻했지만, 이 기간이 극단적으로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러한 큰 변화에 대해 PSI의 환경화학연구소 소장인 마르기트 슈비코프스키(Margit Schwikowski)는 “이러한 강력한 용해를 유발할 단일 요인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뜻한 날씨가 문턱을 넘은 것 같고, 이제는 비교적 강한 효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발견의 의미는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빙하가 더 역동적이고 빠르게 녹고 있다는 신호이며, 얼음이 계속 보충되는 고도가 높은 곳의 빙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에 따라 전 세계의 다른 많은 빙하도 기후 기록 보관소 역할을 할 수 있는 얼음 코어의 능력이 상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스 메모리 이니셔티브를 지원하고 있는 아이스 메모리 재단은 향후 20년에 걸쳐 위기에 처한 20개의 빙하에서 얼음 코어를 수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코어는 남극 대륙에 위치한 콩코르디아 연구 기지(Concordia Research Station)의 얼음 동굴에 보관될 예정이다.

이 이니셔티브는 빙하 기후 기록의 완전한 손실에 대비한 잠재적인 보호 장치를 제공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랑콤빙 얼음 코어 연구는 이러한 보존 임무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저널 최근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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