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연세대 연구팀, “제트기류 약화가 아니라 걸프류의 열 축적 때문”
열 축적, 길게는 10년까지 지속…이후에는 고온 현상 나타날 수도
2021년 텍사스 정전 등 기후 재난 예방할 수 있는 기틀 만들어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지구 온난화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는 동아시아와 북미 등 지역에서 겨울이 점점 추워지는 이상한 현상을 목격했다.

일반적인 기후 변화 예측과 모순되는 일련의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발생했다. 다시 말해서 겨울도 따뜻해야 하는데, 그와는 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일부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제트기류 약화를 지적했다. 기후 모델은 이 이론을 확실하게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구 온난화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는 동아시아와 북미 등 지역에서 겨울이 점점 추워지는 이상한 현상을 목격했다. 한국의 과학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서 걸프류의 열 축적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픽사베이]
지구 온난화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는 동아시아와 북미 등 지역에서 겨울이 점점 추워지는 이상한 현상을 목격했다. 한국의 과학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서 걸프류의 열 축적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픽사베이]

KIST-연세대 연구팀, “제트기류 약화가 아니라 걸프류의 열 축적 때문”

2021년 극심한 한파로 인해 발생한 텍사스 정전은 정확한 기후 모델의 긴급한 필요성을 요구했다. 정확한 기후 모델은 기상 이변을 예측하고 사회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와 같은 필요성을 인식한 기후 전문가들은 향후 10년간의 기후 추세를 예측하는 중요한 목표를 설정하는 작업에 도전했다.

과학전문 매체 어스닷컴(Earth.com)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연세대와 공동으로 수행한 획기적인 발견을 소개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KIST의 지속가능환경연구단의 성미경 선임연구원과 연세대 비가역적기후변화연구센터의 안순일 교수는 중위도 해양이, 특히 동아시아와 북미 지역에서 빈번한 한파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들은 이를 바탕으로 향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겨울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KIST-연세대 연구팀은 추운 겨울과 기후변화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추운 겨울의 원인을 해류로 지목하고 “해류는 열에너지와 부유 물질, 용해 물질을 운반함으로써 인근 지역의 날씨와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특히 대서양의 멕시코 만류(걸프류, Gulf Stream), 태평양의 쿠로시오 해류의 하류 지역 등 좁은 위도 대 내에서 온도 변화가 급격한 지역을 '해양 전선'이라고 한다.

그러나 KIST-연세대 공동 연구팀은 극한 한파가 바로 이 해양전선 지역에 열이 과도하게 축적되는 데에 따른 대기 파동열 반응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를 주도한 한국 KIST의 지속가능환경연구단의 성미경 연구원.  

열 축적, 길게는 10년까지 지속…이후에는 고온 현상 나타날 수도

200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의 이상한파 경향은 북대서양의 걸프류 부근의 열 축적이, 북미 지역 이상 한파 경향은 쿠로시오 해류 부근의 열 축적이 심화한 것과 맞물렸다.

해양전선 지역이 겨울철 한파와 이상고온 빈도를 조절하는 온도조절기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해양전선의 열 축적은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발생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대륙 지역은 지구 온난화 추세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온난화 중단'을 경험할 수 있다.

해양전선 지역에 열이 축적되는 과정은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까지 지속된다. 이 기간에 대륙 지역에서는 지구 온난화 추세를 거스르는 온난화 정체기가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해양전선 지역이 차가워지는 시기에는 대륙 지역에 겨울철 이상고온이 지속되면서 온난화가 급격히 가속화된 것처럼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는 곧 최근의 이상한파 추세가 본질적으로는 지구 기후시스템의 일시적인 자연 변동성에 의해 강화된 것으로, 해양전선의 열 축적이 해소되는 시기가 돌아오면 겨울철 이상고온 문제가 심각해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해양전선 부근의 열 축적량을 변화시킨 기후모델 실험에서도 뚜렷이 나타나, 기존 해빙 이론과는 달리 관측자료와 기후모델 실험이 일관된 결론을 보여줬다.

따라서 향후 10년의 중장기적인 기후변화 예측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기후모델에서 해양전선의 변동을 정확히 모의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KIST의 성미경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해양 전선의 영향을 지구 온난화 기후 모델에 적용하면 가까운 미래의 기후 변화 예측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성 박사는 “2021년 텍사스 정전 등 기후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겨울철 에너지 수요 장기 전망과 기후변화 대응 인프라 구축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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