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그룹 부채만 444조원, 빈집 1억5000만 채 상상초월 공급 과잉
각종 악재로 中 부동산 시장 빈사상태,

 

상하이시 근교에 짓다 만 주택 단지.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위기 상황에 직면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상하이시 근교에 짓다 만 주택 단지.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위기 상황에 직면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홍콩 고등법원으로부터 청산 명령을 받은 헝다(恒大. 에버그란데)의 위기를 비롯한 각종 악재로 완전 빈사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최악의 경우 경제가 치명적인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빨리 위기 탈출을 위한 해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정말 그런지는 각종 악재들을 살펴봐야 확실히 알 수 있다. 역시 무려 2조3882억 위안(元. 444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의 부채를 짊어진 채 파산 위기에 내몰린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가 최근 홍콩 법원에서 선고받은 청산 명령을 우선 꼽아야 할 것 같다.

중국 부동산 시장 정보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들의 2일 전언에 따르면 홍콩 고등법원은 지난달 29일 헝다 측이 실행 가능한 구조조정안을 채권단에게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예상대로 청산을 명령했다.

홍콩 법원은 그동안 헝다와 채권단 간 구조조정에 대한 합의가 원금 회수 측면에서 조금 더 낫다는 판단 하에 채권단이 제기한 청산 소송 심리를 2022년 6월 이후 7차례나 연기한 바 있다. 헝다 측 변호사가 구조조정안을 조만간 구체화할 수 있다고 한 주장이 먹히면서 법원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채권단이 헝다가 최근 내놓은 구조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양측은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헝다 담당 린다 찬 판사 역시 예상대로 “심리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지속됐으나 회사는 아직까지 2조3882억 위안의 부채를 구조조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지 못했다. 법원은 이제 청산 명령을 내리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히면서 청산 명령을 내렸다.

헝다는 2021년 말에 해외채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면서 중국 GDP(국내총생산)의 25% 전후를 책임지는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위기의 상징처럼 여겨져왔다. 하기야 총 자산이 1조7440억 위안으로 부채보다 훨씬 적은 사실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번 홍콩 법원의 결정으로 헝다는 홍콩법 하에서 청산을 맞게 되는 중국의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가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헝다가 그대로 법원의 결정을 수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각 항소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얘기가 될 것 같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홍콩 법원의 명령을 무시할 경우 헝다의 완전한 공중분해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체들의 부채가 줄기는커녕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실도 거론해야 한다. 역시 헝다를 먼저 꼽아야 할 것 같다. 채무 위기가 불거진 지난 2021년 이후 2년 사이에 4000억 위안 정도가 늘어난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수년 내에 3조 위안도 돌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개발업계 1위 기업인 비구이위안(碧桂園. 컨트리가든)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상환해야 할 빚이 1조3600억 위안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헝다보다 상황이 낫다고 희희낙락할 처지가 절대 아니다.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야윈춘(亞運村)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천청페이(陳成培) 씨가 “비구이위안의 상황도 상당히 심각하다.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을 경우 헝다 꼴이 될 수 있다."면서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이로 볼 때 정곡을 찌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헝다와 비구이위안 외에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업계의 다수 중견 기업들의 처지 역시 비슷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빚더미에 올라앉은 채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국이 구원의 손길이 내밀지 않을 경우 무너질 기업들이 부지기수라고 해도 좋다.

이 와중에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해 한국의 제주도에까지 진출했던 뤼디(綠地)그룹도 최근 심하게 휘청거리면서 부동산 시장이 어느 정도 심각한 양상인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부채가 매출액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 1조 위안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게다가 경영 상태도 해가 갈수록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최대 90억 위안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동안의 경영 상태를 보면 앞으로도 개선될 가능성은 그다지 없을 듯하다.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를 기반으로 하는 공룡 부동산 개발업체 완커(萬科)가 거액의 탈세를 자행했다는 소문 역시 간단치 않다.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상황은 상당히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무 당국이 단순히 완커만이 아닌 업계 전반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할 것이 자명하다면 분명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안 그래도 휘청거리는 부동산 산업이 거의 궤멸적 타격을 입지 말라는 법이 없다.

완커의 탈세 소문은 오랫동안 협력사 관계를 맺어온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시의 바이룬(百潤)부동산이 세무 당국에 제보를 하면서 수면에 떠오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탈세 기간과 액수도 상당히 구체적인 것으로 보인다. 10여 년 가까운 기간 동안 1000억 위안 이상의 세금을 포탈했다는 것이 바이룬부동산의 주장이라고 한다.

바이룬부동산은 탈세 방법도 확실하게 제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 매출을 축소하는 방법을 꼽을 수 있다. 또 자본을 허위로 늘리는 방식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이 두 가지 방법만 써도 매출액과 순익은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 자연스럽게 세금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 세무 당국은 바이룬부동산의 제보 및 언론 보도에 대해 아직 공식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까닭이 없다. 내부적으로는 조사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당연히 완커는 완강하게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옌타이의 완커 지사가 5년 동안 27억 위안의 세금을 납부했다는 사실이 자신들의 결백을 증명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분위기로 볼 때 완커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곧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상상을 초월하는 공급 과잉 상태에 직면해 있다. 전국에 빈집이 1억5000만 채에 이른다는 얘기는 절대 황당한 게 아니다. 때문에 향후 상당 기간 동안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빈사상태 역시 꽤 오랫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이 전체 경제를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은 너무 과하다고 하기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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