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전방 부대 육군 장병들이 철책선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대한민국 육군 페이스북]
대한민국 최전방 부대 육군 장병들이 철책선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대한민국 육군 페이스북]

【뉴스퀘스트=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설을 앞두고 모 일간지에서 모두가 고향을 찾는 시간에 사랑하는 가족도 만나지 못하고 철책을 지켜야 하는 전방 GOP대대장의 하루를 소개한 글을 보며 후배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해 깊은 감사를 느끼며 남다른 생각에 잠겨 본다.

대대(battalion)라는 조직은 지상군의 중대보다는 크고 연대보다는 작은 제대로서 중령급이 지휘하며 4~5개 중대로 구성된다. 참모부를 보유한 최하위 제대이지만 영어 이름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지상 전투(battle)에서 핵심적인 단위이고 상급부대의 작전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제대이다.

따라서 지상군의 강약은 이 대대 급 제대가 얼마만큼 강한가의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다. 이런 중요한 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대대장은 소위로 임관하고 15년 정도 지나 중령이 되었을 때 맡게 되는 직책인데 나이는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어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대부분 결혼도 해서 가정을 일구고 자식들은 유치원을 다니거나 초등학교 저학년에 해당되는 시기이다.

가장 정력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나이지만 가족하고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대장직을 수행하는 24~30개월 기간 동안에는 가족과의 단란한 시간을 모두 포기해야만 된다.

특히나 전방 철책선을 지키는 GOP 부대의 대대장으로 보직될 경우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보장되는 외출마저도 수시로 발령되는 ‘경계강화’ 지시로 인해 제대로 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밤새 긴장한 상태에서 철책선 순찰을 돌고 아침에 해가 뜬 후 ‘전 철책 이상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약간의 짬을 내서 눈을 붙이는 것으로 반복되는 일과는 보수나 수당이 문제가 아니라 정말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성심과 애국심이 앞서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생활이다.

직업군인에게 있어 진급은 헌신과 희생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며 그동안의 어려움과 고통을 한 번에 씻어내 줄 수 있는 청량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소령 때 까지는 숫자도 많지만 제각기 다양한 부대, 각종 직책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동일 집단 속에서 개인별 우열을 가려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런데 중령 계급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손쉬워진다. 2년이란 같은 기간에 동질적인 근무 환경에서 누가 얼마나 자신의 전술지식, 리더십 등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하여 부여된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는가를 가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각 대대는 1년에 1회 이상 전투력, 전술, 각 기능 분야별 수준을 측정 받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급부대로 보고되어 해당 부대의 전투력 수준으로 평가되고 지휘관 개인의 업적으로도 기록된다.

그리고 차기 진급부터 이때의 평가 결과가 진급 당락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모든 평가는 상대 평가로 진행되고 10여개 부대 중에 우수부대에는 단 한 개 부대만 선발되기 때문이다. 한편, 5백여 명의 대대원 중에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있게 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대대장에게 돌아온다.

장병들과 동고동락하는 최고 계층이 바로 대대장이기 때문이다. 레드오션 중에도 지독한 레드오션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대대장직을 집행유예 2년짜리라고 하는 우스개 소리도 나왔던 것이다.

군악대를 포함해서 전 병과를 다 가지고 있고 말 한마디로 안 되는 것이 없어 보이는 사단장 을 지휘관의 꽃이라고 하는데 냉정히 회고해 보면 지휘관 중에 최고의 꽃은 대대장이었다.

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장병들과 한 울타리에서 기거하며 운동, 훈련 등 모든 일과를 같이하고 한솥밥 먹으면서 지내다보니 장병 개개인의 이름은 물론 가정사까지 훤히 알 수 있었고, 한 병사가 대대에 전입을 와서 전역할 때까지 결코 짧지 않은 인생의 일부를 공유할 수 있는 대대장 보직이야말로 가장 보람되고 자랑스러운 시기가 아니겠는가.

오늘도 눈 덮인 산야와 해안에서 경계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대대장과 국군 장병들에게 “화이팅!”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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