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품질·가격 다잡은 '이마트표' 먹거리
바이어, 발품 팔며 신상품 발굴... ‘e-트렌드’ 공유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 이마트의 압도적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쇼핑 카트를 끌고 매장을 둘러볼 때마다 차별화한 상품과 가격대를 접하는 소비자들의 궁금증이다.

21일 한채양 이마트 대표가 이같은 물음에 답을 내놨다. 한 대표는 "이마트는 먹거리 상품에 사활을 걸었다"는 짧지만 강한 임팩트의 문장으로 답했다. 상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 세계 시장을 극성스럽게 누비며 작황을 체크하고 가격을 살폈다는 것이다. 

과일·축산·수산 등 신선식품부터 매장에서 파는 조리식품인 델리에 이르기까지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그로서리’ 상품의 고객 만족도를 더 높이겠다는 비전을 실행하는 첫 걸음은 '최상의 상품을 최저대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마트가 추구하는 ‘압도적인 먹거리 경쟁력’은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또 하나의 핵심 전략이다. 이마트는 1월부터 고객이 꼭 필요한 상품을 상시 최저가 수준으로 제공한다는 ‘가격파격 선언’으로 독보적 가격 리더십 구축에 나섰다.

가격에 이어 상품이 본업 경쟁력의 핵심이며 상품 중에서도 신선과 델리 먹거리가 고객이 이마트를 찾는 중요한 이유라는 판단에서다. 이는 한 대표가 추구하는 이마트의 경영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마트가 역점을 두는 건 ‘한 끗 차이’다. 유통 산업 특성상 우수한 상품이라도 한두 달이면 경쟁사가 모방하기 쉽다.

한채양 대표는 “우리는 ‘한 끗 차이’를 유지하기 위해 남들보다 2배로 뛰어야 한다”며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먹거리의 가격 안정에 힘을 쏟는 동시에 상품 하나하나의 품질을 높여야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 [사진=이마트 제공]
한채양 이마트 대표. [사진=이마트 제공]

‘고객 반응’ 공유...‘산지 관리 전문 검품단’ 신설

이마트는 최근 그로서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지 관리부터 상품 판매 후 고객 반응 수집에 이르기까지 그로서리 상품이 유통되는 ‘A to Z’ 과정을 정비하고 있다. 

이마트는 고객 중심의 상품 개발과 운영을 위해 최근 ‘e-Trend(이-트렌드)’ 시스템을 구축했다. ‘e-Trend’는 고객들이 이마트 앱과 SSG닷컴에 남기는 상품평과 고객가치센터에 접수되는 상품에 대한 의견을 종합해서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하루 평균 3만개, 월 평균 80만개에 이르는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리뷰 키워드와 부정 리뷰의 증감 추이를 보여준다. 특히 부정 리뷰가 크게 증가했을 때는 담당 바이어에게 긴급하게 알람을 줘 솔루션을 마련하도록 유도한다. 

e-Trend가 판매 이후 이뤄지는 마지막 단계를 고도화한 것이라면 그로서리 상품이 태어나는 산지 관리 수준도 한층 높아졌다. 가장 먼저 정비에 나선 곳은 과일팀이다. 과일은 지난해부터 이상 기후로 작황이 좋지 않아 품질 관리와 가격 방어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최근 산지 농가와 협력사를 돌며 품질을 점검하는 ‘전문 검품단’을 신설했다. 바이어들이 산지를 돌며 재배 상황 및 작물 상태를 살펴보는 것에 더해 과일의 품질을 불시에 체크하며 관리 수준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누비는 이마트의 열혈 바이어들

이마트가 자랑하는 후레시센터에 더해 신설된 e-Trend, 전문 검품단 등 시스템 고도화와 함께 그로서리 상품성을 좌우하는 건 현장을 뛰는 바이어들 몫이다. 이들은 다른 이마트 과일팀 바이어들을 만나 ‘최고 과일’을 만들어내는 비결로 “새벽부터 새벽까지, 농부보다 더 농업적 근면성을 갖고 일한다"(이완희 딸기 바이어)는 얘기를 들었다.

이마트 과일 바이어들이 상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들은 최고 품질의 과일을 최저 가격에 매대에 올리기 위해 전세계 수확지와 시장을 누비고 있다. [사진=이마트 제공]
이마트 과일 바이어들이 상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들은 최고 품질의 과일을 최저 가격에 매대에 올리기 위해 전세계 수확지와 시장을 누비고 있다. [사진=이마트 제공]

이마트 과일팀은 규모에서도 다른 유통사들을 압도한다. 과일팀에 속한 바이어만 20여명에 달한다. 동종 업계의 10여명에 비해 약 2배 많은 숫자다. 바이어 1명이 담당하는 품목이 적은 만큼 과일의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좋은' 품질을 매대에 올릴 수 있다. 이보다 더 큰 경쟁력이 있을까?

이완희 바이어는 “1주일에 1박 2일로 두 번 정도 산지 출장을 간다. 하루에 7~8곳의 농가나 협력사를 방문하지만 늘 부족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 출장 갈 때마다 이동거리가 1000km가 넘는 건 예사다. 새벽부터 산지를 돌기 시작해 늦은 밤 숙소에 짐을 푼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정을 넘겨 작업장을 불쑥 다시 찾기도 한다. 언제 가더라도 균일한 품질의 상품이 만들어지는지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마트 상품의 경쟁력이 이곳에서 시작된다는 방증이다.

샤인머스캣을 담당하는 김효진 바이어는 "하루에 농가 10곳 정도를 돈다"며 “같은 농가라도 하우스 내부 어디에서 나무가 자라냐에 따라 맛이 달라서 위치 별로 각각 10송이씩 따고, 같은 송이라도 포도알의 위치에 따라 또 맛이 달라서 위-중간-아래 최소 3개씩은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에 샤인머스캣 300알을 먹고 나면 혀가 마비되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김 바이어의 고충과 사명감이 고스란히 와닿는다.

작년 말부터 유통업체들에게 큰 숙제가 된 과일값 상승은 할당관세 인하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지난달 정부는 과일값 동반 폭등을 막기 위해 오렌지 할당관세를 조기 인하하기로 했다. 이같은 결정 직후 이마트 바이어는 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격이 낮아질 오렌지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구남 오렌지 바이어는 주요 오렌지 공급업체를 돌며 한국 내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1, 2월에 오렌지 물량을 당초보다 50% 증대하기로 합의했다.  이 바이어는 “갑자기 미국으로 가서 넓디넓은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었다”며 “결국 물량 증대라는 결과를 얻었고 거래업체에게도 ‘이마트가 한국에서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회사’라는 인식도 심어주었다”고 말했다. 

바이어들은 지속적으로 과일 가격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현재 산지를 수시로 찾아 신규 농가 발굴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현금 매입 계약으로 우수 농가의 물량을 확보해 시세가 올라도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것도 주요 전략이다.

이마트의 경쟁력은 선진화된 시스템과 바이어의 열정이 합해진 결과물이다. 과일팀 바이어들은 “이마트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이기 때문에 ‘공간의 제약’이 있는 건 단점이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상품을 선보일 수 있어 품질 기준이 엄격해지는 것은 상품 경쟁력에 장점이 된다”고 말했다.

한채양 대표가 강조하는 '한 끗 차이'는 이마트의 경영 전략과 바이어들의 집요함, 그리고 현장을 누비는 극성스러움에서 나오는 것임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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