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리나 상무부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위안자쥔 충칭시 서기. 중국 정가의 젊은 피로 불러도 괜찮을 듯하다./환추스바오(環球時報).
차기 총리나 상무부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위안자쥔 충칭시 서기. 중국 정가의 젊은 피로 불러도 괜찮을 듯하다./환추스바오(環球時報).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에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집권한 지난 2012년 이후 최근까지 많은 유행어가 나왔다 상당수가 세월의 흐름과 함께 빠르게 또는 서서히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굳건히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상당 기간 생존할 유행어도 꽤 많다. 아마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은 ‘굴기(崛起. 우뚝 섬)’가 아닌가 싶다.

뒤에 접미사로 가져다 붙이면 바로 말이 된다. ‘우주 굴기’를 사례로 들면 좋다. 미국을 제치고 우주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중국의 야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우주 굴기는 시진핑 주석도 종종 입에 올린다. 그러나 이 분야 단연 최고 전문가이자 지금까지 중국이 거둔 눈부신 성과를 이끈 수훈갑의 주인공은 위안자쥔(袁家軍. 62) 정치국 위원 겸 충칭(重慶)시 서기라고 해야 한다.

이는 그가 언론에 의해 ‘항천방(航天幫)’ 내지 ‘우주방(宇宙幫)’의 수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또 천추파(陳求發. 70) 전 랴오닝(遼寜)성 성장, 마싱루이(馬興瑞. 65) 정치국 위원 겸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서기, 쉬다저(許達哲. 68) 전 후난(湖南)성 서기와 함께 ‘우주항공 4인방’의 일원으로 불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해야 한다.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 출신 정치인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그는 지린(吉林)성 퉁화(通化)시 출신으로 런민르바오(人民日報)의 보도에 따르면 어린 시절부터 우주항공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웅지를 품은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희망대로 1980년 우주항공 분야의 최고 명문인 베이징항공학원 항공기설계 및 응용역학과에 진학, 고체역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대부분의 동창들이 그렇듯 항공항천공업부 제5연구원(우주기술연구소)에서 우주선 설계 분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제5연구원에 남아 계속 연구에 전념했다. 나이 34세 때인 1996년에는 중국 최초의 우주선인 선저우(神舟)1호 발사 팀의 상무부총지휘(부책임자)를 맡아 성공리에 임무를 완수하기도 했다. 이 공로로 항공항천공업부에서 떨어져 나온 중국항천공업총공사 5연구원의 부원장이 될 수 있었다. 2003년에는 대망의 원장이 된 후 선저우 2호부터 5호까지의 발사 프로젝트를 총지휘했다. 2006년에는 베이징항공항천대학에서 박사 학위도 받았다.

그는 그러나 2012년 3월 항천과기그룹 부사장을 5년 동안 역임한 커리어를 마지막으로 정치권의 구애를 받아들이는 일생일대의 대결단을 내린다. 닝샤(寧夏)회족자치구의 상무위원이 된 것이다. 정확히 50세의 나이에 부부장(차관)급의 대우를 받고 완전한 변신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정치권에서도 승승장구했다. 닝샤회족자치구 상무부주석을 거쳐 2014년에는 부서기에까지 올랐다. 이어 저장(浙江)성으로 이동, 상무부성장과 부서기를 지낸 다음 성장과 서기에도 올랐다.

나이 60세 때인 2022년 10월에는 다시 한 번 정치적으로 도약하는 기회 역시 가지게 된다. 10월에 시 주석의 3연임을 완전히 확인하는 장(場)이었던 제20차 전국대표대회(매 5년마다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24명이 정원인 당 정치국에 입성하는 쾌거를 거둔 것이다. 2개월 후인 이해 12월에 정치적 비중이 베이징과 상하이(上海)시에 못지않은 충칭(重慶)시 서기가 된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전형적인 테크노크라트에서 정치국 위원까지 올라선 것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다. 장점도 하나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과학자답게 성격이 주도면밀하다. 인구가 3200만 명인 메가시티인 충칭을 이끌어갈 수장으로 부족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성격이 온화하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정치인으로서는 상당한 장점이라고 해야 한다. 전임자들인 보시라이(薄熙來. 75)와 쑨정차이(孫政才.61) 두 전 서기가 까칠한 성격으로 인해 주변에 적을 많이 만들어 급기야 낙마한 사실을 상기하면 진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무기징역 형을 선고받은 둘은 석방을 탄원하는 이들을 거의 만들지 못한 탓에 아직도 감옥에서 나올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온화한 스타일의 사람들이 흔히 가지는 장점인 사교성 역시 거론해야 할 것 같다. 이에 대해서는 망주천(莽九晨) 런민르바오(人民日報) 기자가 들려주는 사례를 들어봐야 잘 알 수 있다.

“그는 과학자 출신이나 발이 무척 넓다. 국가도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8월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과 영국, 미국 3국 연합국의 주미얀마 전구(戰區) 사령관이었던 조지프 스틸웰 대장의 증손녀까지 만났다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그가 이보다 전인 4월에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을 만난 것은 이로 보면 하나 이상하지 않다고 해야 한다. 2018년에 한국에 가서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과 교류한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찾아보려면 단점도 없지는 않다. 무려 50세가 돼서야 정치권에 발을 디뎠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꼽아야 할 것 같다. 정치 경험이 다소 부족하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너무 과학자의 숙명일 수도 있는 너무 꼼꼼한 성격 역시 장점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주변으로부터 때로는 대범해질 필요가 있다는 충고는 아무래도 괜히 듣는 게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는 비록 환갑이 넘기는 했으나 현재 대부분 65세 이상인 당정 최고 지도자들의 연령을 감안했을 때 비교적 젊다고 해야 한다. 젊은 피라고 불러도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 당연히 정치적 미래가 주목되고 있다. 중국 정가 정보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들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2027년 가을에 열릴 제21차 당 전국대표대회에서 7명 정원의 상무위원회에 진입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그는 차기 총리 또는 최소한 상무부총리 이상의 자리에서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당 내에서 선의의 경쟁도 해야 한다. 눈에 확 드러나는 성과를 통해 자신을 제외한 9명의 정치국 위원들보다 훨씬 좋은 평가 역시 받아야 한다. 만약 모든 것이 순조롭게 될 경우 2027년부터는 그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단언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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