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원 이르는 ‘러시아판 롤스로이스’…지난해 북러 정상회담 때 애착 드러내
현대 제네시스나 기아 카니발 리무진 등 타보면 핵 집착 후회할 수도

지난해 9월 13일 보스토치니 우주센터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차량 ‘아우루스’에 함께 올라 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9월 13일 보스토치니 우주센터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차량 ‘아우루스’에 함께 올라 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센터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북러 무기 밀거래와 대북 위성기술 제공 등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 회담장 나타난 김정은은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그런데 그가 활짝 웃는 장면이 연출됐다.

푸틴의 제안으로 함께 전용차량인 ‘아우루스’(Aurus)의 뒷자리에 올랐을 때다.

김정은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신기해하며 이것 저것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부러워하는 표정이 드러났다.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고 5개월이 흐른 지난 2월 18일 평양에는 푸틴이 김정은에게 보내는 선물 하나가 도착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러시아산 승용차’라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조러(북러) 두 나라 수뇌분들 사이에 맺어진 각별한 친분 관계의 뚜렷한 증시로 되며 가장 훌륭한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푸틴의 선물이 혹시 아우루스가 아닐까 하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북한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관련 영상도 공개하지 않아 궁금증이 증폭됐다.

먼저 입을 연건 크렘린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현지 언론에 푸틴이 보낸 게 아우루스이며 김정은이 이를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우루스에 눈독을 들이는 김정은의 표정을 읽은 푸틴이 우크라이라 전쟁에서 고전하는 자신을 위해 포탄 등 무기를 제공하고 있는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선물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푸틴이 아우루스를 해외 국가지도자급 인사에게 선물한 건 김정은이 최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스통신은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도 아우루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본인이 구입한 경우”라고 보도했다.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러시아의 롤스로이스’라고 불리는 아우루스는 현지에서 4000∼8000만 루블(약 5∼11억 원) 수준에 판매되는 최고급 차량이다.

차량 길이가 7m에 이르고 무게는 7t, 방탄유리와 대전차 지뢰에도 견디는 장갑 능력에 완전 잠수가 가능한 설비 등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 원수급 의전 차량으로 이용하기 위해 방탄・특수 장비 등을 장착할 경우 비용은 껑충 뛰어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실 김정은의 고급 차량에 대한 관심은 아우루스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 때도 김정은의 이런 모습은 엿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비스트’란 애칭을 가진 자신의 차량 ‘캐딜락 원’을 자랑할 때였다.

미 대통령의 공간이란 점을 의식해서인 듯 김정은이 차에 탑승까지는 하지 않은 게 푸틴 때와는 다른 점이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차량에 지문이나 체모 등 인체정보를 남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2020년 8월 수해를 입은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에 직접 일제 렉서스의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몰고 나타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조선중앙통신]
지난 2020년 8월 수해를 입은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에 직접 일제 렉서스의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몰고 나타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조선중앙통신]

김정은의 고급 자동차에 대한 애착은 국적불문이다. 수해를 당한 현장에 렉서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직접 몰고 나타난 적도 있다.

이를 두고 김정은이 일본에 대한 반감이 거의 없는 수준이고, 오히려 호감에 가까운 감정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나아가 이런 대일인식이 북일 간 관계정상화나 정상회담, 수교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는 전망도 있다. 북송 재일교포 출신인 생모 고용희의 영향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물론 도저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대목도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 장례식에 쓰인 미제 링컨 컨티넨탈 차량을 두고 “주민에게 반미와 반제국주의를 그토록 강요하던 두 사람이 왜 마지막 가는 길에는 미국산 고급 세단을 이용했을까”하는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가 있다.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변변한 자동차 브랜드 하나 없는 북한을 통치하는 김정은 입장에서는 자국산 고급 의전차량을 타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통령이 한없이 부러울 수 있다.

그가 만일 현대 제네시스나 기아의 카니발 리무진 등을 경험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지 않고 그 역량을 자동차와 반도체 등에 돌렸다면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세상이 열렸을 거라며 원망이나 후회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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