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지난 전공의 복귀 시한...뚜렷한 복귀 움직임 안 보여
3일 집회, 2만 넘게 모일 경우 '싸움판' 커지고 오래갈 수도
의협 비대위 "정부 압박 계속될 경우 '휴진 카드' 꺼낼 것"
복지부 “미복귀자는 수사·기소 등 사법절차 진행 불가피"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 의국에서 의료진이 '전공의 전용공간'이라고 써진 표지판을 지나치고 있다. 정부는 이날을 전공의들의 데드라인으로 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 의국에서 의료진이 '전공의 전용공간'이라고 써진 표지판을 지나치고 있다. 정부는 이날을 전공의들의 데드라인으로 정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 시한이 이틀을 넘겼다. 2일 오후 6시 현재 전국 주요 병원에서 전공의들의 뚜렷한 복귀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확한 집계도 없다. 환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병원을 지키는 의료진도 ‘번아웃’ 단계에 다다르고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에 반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로 촉발된 ‘의료 대란’이 정부의 '법대로' 고수로 의료계 반발이 확산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1일 경찰은 대한의사협회 사무실과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전공의 이탈을 방조하고 부추긴 혐의다. 정부 공언대로 사법절차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의협 비대위는 강하게 반발했다.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며 결사항전 의지도 다졌다.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릴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도 에둘러 밝혔다. 의대 교수들도 "좌시하지 않겠다"며 정부 대응에 날을 세웠다.

3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리는 ‘전국의사총궐기대회’가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의협은 궐기대회에 2만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이 의료계를 자극해 참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참석인원이 예상을 뛰어넘을 경우 이번 싸움은 판이 커지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일 경우엔 투쟁 동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의대 증원 방침을 재고하거나 거둬들일 생각이 없음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을 향해서는 의료현장으로 돌아올 것을 요구하며 지난달 29일을 복귀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업무복귀명령서 전달 등 이후 상황(구속수사 등)에 대비한 명분 쌓기도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면허를 박탈할 수 있다는 입장도 유지했다.

정부가 제안한 복귀 시한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제안한 복귀 시한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료계는 반발과 함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환자들의 피해가 늘어나면서 의료계를 향한 시선도 곱지 않다. 정부가 사법처리, 의사면허 정지·박탈 등 강경 입장을 거듭 밝히자 곳곳에서 ‘움찔’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복귀 시한에 맞춰 병원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 9000여명 중 6% 수준인 500여명(2월 29일 현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망세를 보이던 대형병원 원장들이 복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지만 먹히는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의협 등 의사단체는 정부와의 강대강 대치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경찰의 압수수색과 공시송달 등에 대해 "의사를 범죄자로 몰고 있다"며 분노했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의 압박이 계속될 경우 개원의들이 ‘휴진’ 카드를 꺼낼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정부와 의료계의 싸움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와 대화를 준비 중’이라고 밝히면서도 결속력을 다지며 버티기를 풀지 않고 있다. “여기서 밀리면 명분도 실리도 다 놓친다”는 위기의식이 의협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다. 복지부는 “미복귀자에 대해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은 물론 수사, 기소 등 사법절차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공의 이탈 열흘째인 지 29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엠뷸런스에 태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공의 이탈 열흘째인 지 29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엠뷸런스에 태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의료현장이다. 병원 문턱조차 넘지 못한 환자들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보호자들은 그런 환자들을 대동하고 다른 병원을 찾아 헤매고 있다.

일반적인 비유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는 내 한 몸 부지런히 움직이면 기본은 한다. 하지만 몸이 아픈 건 좀 다른 문제다. 의사의 힘을 빌어야 고통을 해소하고 치유에 이를 수 있다. 국민이 이토록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응급 상황일 경우엔 더더욱 의사의 손길이 간절하다.

지금 대한민국 의료현장은 정부의 '지엄한' 법 집행과 의료계의 '직을 건' 버티기로 혼란에 빠져있다. 의대 정원 확대가 ‘이슈 블랙홀’이 되면서 한 달 남짓 만에 병원은 또다른 고통의 현장으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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