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105주년 기념사는 대한민국 ‘통일 여정의 새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여러 의미에서, 다양한 시각에서 곱씹어져야 한다.

너무나 마땅한 것인데도 너무 쉽게 훼손되어졌고, 모두가 받아들이리라 믿었지만 많은 무리들이 거부조차 하는 대한민국의 정신을 다시 다잡아 보게 한다.

첫째, 이번 기념사는 ‘제2의 독립선언’으로 ‘통일선언’이라 할 수 있다.

“3.1운동은, 모두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통일로 비로소 완결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모든 국민이 주인인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기미독립선언의 정신을 다시 일으켜, 자유를 확대하고, 평화를 확장하며, 번영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길 끝에 있는 통일을 향해 모두의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저희 정부가, 열정과 헌신으로 앞장서서 뛰겠습니다. 함께 손을 잡고, 새롭고 희망찬 미래를 열어갑시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3.1 독립운동이 분단 이후 가지는 의미가, 현실에서 가져야 할 사명이 바로 통일임을 이번만큼 가슴으로 안지 못했다. 우리에게 북한 주민에게 전 세계에 이렇게 명확하게 표출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은 3.1절 기념사에서 ‘통일’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이었지만 재임 시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이란 헌법적 의무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문재인, 뜻깊은 2019년 3.1절 100주년에 “통일도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차이를 인정하며 마음을 통합하고, 호혜적 관계를 만들면 그것이 바로 통일입니다”고 헌법을 왜곡했던 법조인 문재인과 근본적으로 다름을 기대했던 필자로서는 큰 유감이었다.

대한독립을 선언하고, 만세를 부르짖으며 뛰쳐나간 선열들이 그토록 염원했던 조국의 완전한 독립은 지금의 현실에서 무엇을 의미할까?

1919년 3월 1일 선열들은 지금의 고통을 벗어 던지려면, 앞으로 닥쳐올 위협을 없애고 억눌린 민족의 양심과 사라진 국가 정의를 다시 일으키려면, 사람들이 저마다 인격을 발달시키고 우리 자녀에게 고통스러운 유산 대신 완전한 행복을 주려면,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의 중요한 부분인 동양 평화를 이룰 발판을 마련하려면, 원래부터 지닌 자유권을 지켜서 풍요로운 삶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려면, 원래부터 풍부한 독창성을 발휘하여 봄기운 가득한 세계에 민족의 우수한 문화를 꽃피우려면, “우리에게 가장 급한 일은 민족의 독립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외쳤다.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똑같은 이유로, 민족의 자유·인도·생존·존영과 국가 정의를 위해 “우리에게 가장 급한 일은 민족의 통일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라 선언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기필코 이루겠다고 각오하는 3.1절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선열들의 얼과 뜻을 진실로 기리는 일이다.

8.15 광복절은 우리 스스로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나라가 해방되고, 되자마자 점령되고 분단된 날이다. 3.1절은 우리 민족 스스로 깨치고 떨치고 일어나, 죽음을 무릅쓰고 세계 만방에 우리의 독립을 선언하고 쟁취하기 위해 투쟁한 날이다. 그만큼 의미가 큰 날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통일을 원한다면, 자유 독립을 위한 선열들의 피와 땀을 헛되이 하지 않고 이으려면, 3.1절은 독립운동 기념식이 아니라 ‘통일 염원식’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3.1운동 정신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통일을 국가, 국민, 대통령의 의무로 헌법에 규정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자유민주주의와 통일을 강조하고,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반도 자유·평화·통일’에 대한 한·미·일 정상의 명확한 지지·합의를 최초로 이끌었다. 이번 3.1절 기념사에서 남북쪽 모든 국민에게 통일 의지를 밝히고, 통일 추진을 약속하고, 통일 대열 동참을 호소했다.

둘째, 통일선언에 이어 이번 기념사는 ‘자유선언’이라 할 수 있다.

기미독립선언서가 “우리 민족이 영원히 자유롭게 발전하려는 것”을 그 정신으로 말했듯이, 이번 105주년 기념식의 의미를 ‘자유를 향한 위대한 여정’으로 상징적으로 압축했듯이 윤 대통령은 자유를 17번이나 외쳤다.

자유에의 이 같은 강조는 복합적 의미를 농축한 것으로 봐야 한다.

먼저 대한민국이 놓여야 할 토대, 지향해야 할 통일의 토대가 자유민주주의여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자유이다.

그런데 왜 ‘자유민주주의’는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고 ‘자유’의 기치만 들었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필자는 십수 년 전부터 우리 헌법 전문(前文)과 제4조에 적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를 의미한다,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이념적 지향은 인민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입헌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 대중민주주의, 풀뿌리민주주의 등과 같이 민주주의 앞에 수식어가 붙은, 수많은 민주주의 가운데 하나와 같은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가 아니라 ‘자유(Freedom)’와 ‘민주주의(Democracy)’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법제처가 만든 헌법의 공식 영어본도 역대 보수·진보 정부를 막론하고 ‘자유민주적’을 ‘free and democratic’으로 받아들였다.

‘liberal democratic’이 아니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통일조항인 헌법 제4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on the Principles of Freedom and Democracy’로 번역하여 통일 대한민국이 자유와 민주주의에 기반해야 함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 이후 여러 기념사와 연설에서 전임자와 달리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처음에는 자유민주주의만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를 동시에 거론하다가 이제는 자유만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필자는 우리 헌법이 담은 진정한 이념정향을 윤 대통령이, 정부가 받아들인 결과로 보고자 한다.

민주주의와 더불어 자유가 한 인간과 국가가 누려야 할 기본적이자 보편적 가치이며, 대한민국이 놓여야 하고 통일 대한민국도 지향해야 할 이념이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명시한 대한민국 헌법이 얼마나 의미 있고 가치가 큰 것인가를 보여주고 널리 환기하고자 원하기 때문이다.

자유의 강조는 인민이 사장(死藏)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자유 없는 북한 인민민주주의와 차별된다.

북한이 민주주의체제라 여기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민주주의라 우기니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자유 없는 민주주의의 전형이 지금의, 김씨 일가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주소 아닌가!

자유 없는 민주주의, 그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며 의미할 수 있는 가를 곰곰이 생각하며, 윤 대통령의 자유 강조를, 대한민국의 이념적 정체성인 자유와 민주주의를 되새겨보아야 한다. 국민 각자는 어떤 이념적 토대에서 통일된 대한민국을 원하는지 자문하고 자각해야 한다.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로 이해되어야 하며, 그것은 우리와 같이 분단되었던 서독의 헌법이자 통일된 독일의 헌법인 ‘기본법(Grundgesetz)’에 규정된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freiheitliche demokratische Grundordnung)’로부터 영향 받은 바 크다.

그리고 남북한 체제대결의 시기에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에 반하고 대항한다는 의미에서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압축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본다.

셋째, 이번 3.1절 기념사는 ‘북한 주민에 주는 통일선언’이다. ‘자유민주적 평화통일’을 체현할 수 있는 주동력원이 북한 주민이고, 북한 주민이 되어야 함에 대한 대통령의 분명한 인식을 볼 수 있다.

우리 남쪽 주민들은 통일을 이룰 수 없다. 무력 통일을 배제하는 한, 헌법에 입각한 통일은 북한 주민이 움직여야만 실현될 수 있다.

그들 스스로 눈과 귀를 열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실상과 김정은 독재체제의 추악한 진면목을 깨달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그들이 원하는 자유·민주주의·인권·복지가 있음을 자각하고, 이들을 누리고자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대한민국으로 향하는 평화의 진군을 시작할 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이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다.

‘통일’은 북한 주민이 하는 것이다.

우리 남쪽은 우리 사회에 자유·민주주의·인권·복지가 더 만개하도록 만들어가는 동시에 우리 사회를 그리고 북한 주민과 함께하려는 우리 마음을 북한 주민이 보고 듣고 느끼게 하는 ‘통일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은, 대통령은, 남쪽 동포들은 - 김정은이 뭐라고 하든 - 북한 주민도 우리와 한 민족 한 동포 한 국민임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삶과 인권에 관심을 가짐은 물론이고 그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들과 하나가 되고자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희망’을 북한 주민에게 주어야 한다.

북한 주민에게 김정은 독재체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희망’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며, 이를 위해 북한 주민에게 ‘대한민국이란 희망의 씨앗’을 심어야 한다.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 죽음을 무릅쓰고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고 거친 파도를 헤쳐 남쪽 땅에 온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따뜻한 포옹은 이를 위한 대통령과 정부의 다짐이다.

“우리의 통일 노력이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이 되고 등불이 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북한 주민들을 향한 도움의 손길을 거두지 않을 것이며,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탈북민들이 우리와 함께 자유와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따뜻하게 보듬어 나갈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 주민도 이번 기념사가 그들에게 주는 행간의 의미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무장독립운동, 외교독립운동, 교육·문화독립운동을 포함하는 모든 이들의 피와 땀이 모여 대한민국의 토대가 되었다, 이들 모두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하고 그 역사가 대대손손 전해져야 한다, 온 국민과 후손들이 대한민국의 이 자랑스러운 역사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통일로 ‘모두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모든 국민이 주인인’ 한반도가 된다고 분명히 했다.

‘모든 이들’, ‘모두’, ‘모든 국민’ 속에 북한 주민이 당연히 당당하게 자리 잡아야 함을, 자리 잡을 것임을 북한 주민들은 깨달아야 한다.

통일 대한민국의 토대를 만들 모든 피와 땀에 북한 주민도 함께해야 함을, 그렇게 해서 북한 주민도 합당한 평가를 받고 그 역사가 전해지고 모든 국민과 후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는 중층적 의미를 이번 기념사를 접할 북한 주민들은 깨쳐야 한다.

넷째, 이번 기념사는 ‘국제사회에 대한 자유통일선언’이다. 자유의 강조가 대한민국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 획득에 필수적임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통일 자체를 위해 통일하려는 것이 아니다.

통일을 이루려는 이유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 어느 국가 어느 국민도 누리고자 원하는 자유와 민주주의와 인권을 한반도 전역에 실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통일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통일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가 중요한 것임을 윤 대통령은 “북한 정권의 폭정과 인권유린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통일입니다”라 표현했다.

그리고 인류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대한민국의 통일은 인류 의 자유와 인권, 평화와 번영에도 도움이 될 것임을 들어 공감대와 지지를 “통일은 우리 혼자서 이룰 수 없는 지난한 과제입니다. 국제사회가 책임 있는 자세로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자유로운 통일 대한민국은, 동북아시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입니다”라며 호소하고 있다.

한반도 통일에 중국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음이 자명한 현실이다.

중국이 반대하는 한, 한반도 통일이 매우 힘들어질 것임도 모두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중국에게 우리의 통일 목적이 한반도 모든 주민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리게 하는데 있음을 적극 알려, 통일 과정에서 중국을 설득하고, 통일에 대한 동의 최소한 묵시적 동의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민주’, ‘자유’가 중국 공산당이 국가적 가치로 존중하고 주장하고 교육하는 ‘12가지 사회주의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통일에 대한 대통령의 큰 뜻과 시각은 우리에게, 북한 주민에게, 국제사회에 분명히 알려졌다.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그러면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

자유민주주의가 강조되는, 30년 묵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수정도 기대되지만, 구체적인 통일 실천전략이 입안되고 전개되어야 한다.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이겠지만, 필자의 칼럼이 여러 부분 대통령의 육성에 반영되고 있음을 느낀다.

통일로 향하는 국가전략과 정책방안도 그렇더라도 그렇게 되기를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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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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