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 나서며 새로운 국면...'빅5' 교수들 '동조' 조짐
8일 현재 의료 현장 떠난 전공의 1만1985명, 전체 92.9%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일부 의대 교수들은 의대 신입생 증원에 반발하며 공동 성명을 내거나 단체로 사직서까지 제출하며 집단행동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일부 의대 교수들은 의대 신입생 증원에 반발하며 공동 성명을 내거나 단체로 사직서까지 제출하며 집단행동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 급기야 의대 교수들이 나섰다.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울산대 의대 교수들 전원이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다. 서울의대, 연세의대, 가톨릭의대, 성균관의대 교수협의회 분위기도 ‘동조’로 기울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교수 사회의 집단행동 움직임이 현실화할 경우 의료 현장은 치명적 상황을 맞게될 것으로 예측했다.

교수들은 정부의 일방적 의대 증원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 이상 제자들에게 행해지는 정부의 억압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에서는 총 3401명의 증원을 신청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9일 총회를 열고 대학 본부가 일방적으로 신청한 증원 규모 등 현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교수들은 각 대학 본부와 증원 신청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의대생들의 동맹휴학도 늘어나고 있다. 학사 일정에도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현재 5000명이 넘는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의대생의 약 30% 수준이다. 실제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고 면허정지 절차에 들어갔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정부의 강경 일변도 조치로 ‘전공의들이 돌아올 길이 막혔으며, 이를 의료개혁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의료 현장을 떠난지 18일째 이어지고 있다. 병원에 남아 있던 전임의와 인턴들도 계약 만료, 계약 거부로 이탈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빅5'병원 전임의들도 대거 병원을 떠나고 있다. 설상가상의 상황이다. 의료 현장은 점점 더 깊은 혼란 속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극한’ 대치는 좀처럼 풀어질 조짐이 안 보인다. 환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군병원 문을 열고 응급실도 개방했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덴 미약한 수준이다.

간호사가 의료 현장에서 더 많은 진료행위를 할 수 있게 된 8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간호사가 의료 현장에서 더 많은 진료행위를 할 수 있게 된 8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간호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더 많은 진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하는 등 의료 공백 최소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엑스레이 촬영, 대리 수술, 전신마취, 전문의약품 처방 등 9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진료 행위를 의료기관장 ‘책임 아래’ 할 수 있게 했다.

정부의 이같은 지침에 의료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미 병원에서 암묵적으로 해온 일을 지침(법률)으로 분류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의료공백을 메우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의사 업무를 대신해 왔던 '수술실 간호사(PA)를 제외하면, 나머지 대다수 간호사들은 (의사 업무에 대한) 숙련도 부족으로 자칫 의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가 업무 중 의료 사고·과실로 인한 형사 책임을 면해주겠다고 공언했지만, 민사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누가 보호해주고 책임져줄 것이냐는 것이다. 일부 병원 노조에서는 이번 사태가 해결된 뒤에도 계속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를 떠맡게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왜 간호사가 의사의 업무까지 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8일 현재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는 1만1985명으로 전체 92.9%에 달한다고 밝혔다. 의대정원 확대는 늦출 수 없다며 의료개혁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의료계는 의료계대로 각각의 논리와 명분으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의료 현장은 ‘대란’의 경계선에서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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