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진출도 가능, 야심 불태워도 하등 이상하지 않아

세계 최대 주류회사인 마오타이그룹의 딩슝쥔 회장. 아직 채 50세가 되지 않은 세계 주류업계의 파워 엘리트라고 할 수 있다.[사진=마오타이그룹 홈페이지]
세계 최대 주류회사인 마오타이그룹의 딩슝쥔 회장. 아직 채 50세가 되지 않은 세계 주류업계의 파워 엘리트라고 할 수 있다.[사진=마오타이그룹 홈페이지]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인들은 자국이 모든 면에서 세계 최대가 되지 못하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묘한 버릇이 있다. 하기야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아직 인도가 넘겨다볼 의지조차 불태우지 못하게 만드는 나름 엄청난 경제력에 구매력의 척도인 인구도 무려 14억 명에 이르니 말이다. 실제로도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대 국가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주당 많기로는 한국만큼이나 둘째가라면 서러울 중국이 세계 최대 주류회사를 보유하는 것은 이로 볼 때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바로 국주로 불리는 마오타이(茅臺)를 생산하는 구이저우(貴州)마오타이그룹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별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3월 중순 기준의 시가총액만 봐도 좋다. 무려 2조2000억 위안(元. 402조6000억 원)을 오르내린다. 시쳇말로 넘사벽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수준이 아닌가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의 자존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도 위협하는 이 정도 국영 주류회사의 수장이라면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경영인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현실은 일반의 상식적인 상상을 초월한다. 아직 49세의 젊은 피 딩슝쥔(丁雄軍) 회장이 이 회사의 선장으로 2년 7개월째 활약하고 있다면 확실히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다. 고작 47세 때 세계 최대 주류회사의 최고 경영자가 됐다는 말이 된다.

딩 회장은 중국식으로 말할 경우 치링허우(七零後. 지난 세기 70년대 출생자)에 해당한다. 1974년에 후베이(湖北)성 충양(崇陽)현에서 출생, 대학까지는 고향 인근에서 생활했다. 그러나 명문 우한(武漢)대학 고분자화학과에서 박사 과정까지 수료한 이후인 2001년 7월부터 현재까지는 23년 가까운 세월 동안 줄곧 구이저우성에서만 테크노크라트(기술 관료)로 이력을 쌓았다. 첫 근무지는 구이양(貴陽)시 샤오허(小河)구의 과학기술국 부국장이었다. 20대 후반의 나이가 무색하게 상당한 고위직에서 커리어를 본격 쌓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이어 5개월 후인 이듬해 2월에는 경제무역국으로 이동, 국장 자리에 올랐다. 거의 파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박사 과정까지 수료한 덕을 톡톡히 봤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보인다.

그의 승승장구는 이후에도 그칠 줄 모른 채 이어졌다. 구이양시 샤오허구 부구장과 시 기술개발구관리위원회 부주임으로 재임 중일 때는 투자 유치에서 발군의 실적을 보이기도 했다. 2009년 11월에 구이양시 비서장을 거쳐 3년 후 성 정부의 부비서장에 오른 것은 당연하지 않았나 싶다. 2016년 11월부터 비제(畢節)시 부시장과 성 에너지국 국장을 잇따라 역임한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었다.

이처럼 40대 중반의 나이에 거침없는 행보를 거듭하자 급기야 구이저우성을 넘어 중앙 정부에서도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2021년 8월에는 마침내 대망의 마오타이그룹 회장에 발탁되는 기염까지 토할 수 있었다.

지난 1950년에 창업, 금년 75년 역사를 자랑하는 마오타이그룹은 현재까지 그를 포함, 총 8명의 회장을 배출했다. 회장의 평균 재임 기간이 거의 10년 가까이 된다. 심지어 일부 전임 회장들은 20년 전후 재임하기도 했다. 따라서 그 역시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경우 10년 이상 현직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본인이 원하거나 경영에 뛰어난 성과를 거둘 경우는 분명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중앙 정부 경제부처에서 국장급으로 재임하다 퇴직한 위안리즈(元立志) 씨가 “중국은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일을 잘 할 경우 계속 일하게 하는 전통이 있다. 굳이 인사를 위한 인사를 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

고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가 사망할 때까지 무려 27년 동안이나 총리 자리에 있었던 것은 괜한 게 아니다. 지방은 더하다. 능력이 있으면 재임 기간은 별 관계없다. 딩슝쥔 회장도 개인적인 능력으로 볼 때 상당 기간 마오타이그룹 회장 자리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가 마오타이그룹을 오랫동안 이끌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이로 보면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해야 한다. 그가 중국, 나아가 글로벌 주류업계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발휘할 파워 엘리트라는 얘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스펙이나 언론과 주변의 평가를 종합할 경우 그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무엇보다 거대 국영기업을 이끌어가기에 충분한 실무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또 좌고우면하지 않는 추진력도 상당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중앙 정부에서 예의 주시할 만큼 뛰어난 젊은 피로서의 자질까지 상기할 경우 교체설이 나돌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당연히 그가 마오타이를 오랫동안 경영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그게 바로 당정 및 재계의 고위급들이 종종 빠지는 이른바 미인과 뇌물의 함정이 아닌가 싶다. 부정부패에 물 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말이 된다. 이는 그의 전임자들 두 명이 관련 범죄로 단죄됐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절대 기우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마오타이그룹에서 생산하는 술들이 사치품이라는 편견도 불식시키는 데 한몫을 단단히 할 필요도 있다. 현재 장기 집권 체제를 확고하게 굳힌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수년 전부터 관료들의 무사안일과 부정부패 일소를 위해 가능한 한 절주(節酒)를 권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때 천정부지의 인기를 달리던 마오타이그룹의 주류들은 졸지에 관료들의 공공의 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상황이 달라질 조짐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바로 이 고정관념을 깨는 데 일조를 해야 한다. 그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근에는 마오타이그룹의 주류들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의 개선에 필요한 팸플랫을 제작, 중앙 및 전국 각 지방 정부에 발송하면서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만약 그가 재임 중 괄목할 만한 경영 성과를 올릴 경우 마오타이그룹은 다소 침체된 현재의 상태에서 벗어나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다. 2020년 7월 6일 기록한 2000억 위안까지는 어려울지 몰라도 1000억 위안 가까이 시가총액이 폭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 경우 그는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정치적으로도 주목을 받을 수 있다. 현재의 부장조리(차관보)의 직급이 한 단계 올라가면서 다른 자리로 영전도 가능하다. 본인이 생각이 있다면 중앙 정부 진출도 충분히 이룰 수 있다. 당연히 다음 자리는 부장(장관) 직급일 수밖에 없다. 그가 구이저우를 벗어나 중앙으로 향할 날을 기대해도 크게 무리하지는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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