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에 쉽게 노출돼 위험 증가
겨울잠 짧기 때문에 과거만큼 지방 축적도 없어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 연구팀 20년 동안 관찰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로 박쥐들은 충분한 겨울잠을 자지 못하고 일찍 깨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르셀로나 대학이 주도한 이 연구는 박쥐가 더 짧은 겨울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박쥐의 수면 패턴, 이동 장소, 그리고 해충을 잡아먹는 방제 역할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가 온화한 지역에 사는 많은 박쥐 종은 겨울에 생존하기 위한 방법으로 겨울잠을 사용한다. 겨울에는 평소 먹이인 곤충을 쉽게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로 박쥐들은 충분한 겨울잠을 자지 못하고 일찍 깨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로 박쥐들은 충분한 겨울잠을 자지 못하고 일찍 깨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 연구팀 20년 동안 관찰

그래서 혼미(torpor)라는 상태에 들어간다. 혼미 상태에서 박쥐의 신체 기능이 크게 저하된다. 체온이 떨어지고 평소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박쥐는 겨울이 되기 전에 축적한 지방으로 생활할 수 있으며 먹이를 찾을 필요 없이 추운 몇 달 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크게 변했다.

바르셀로나 연구팀은 슈라이버의 긴날개박쥐(Schreiber’s bent-winged bats)들이 기온 상승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20년 동안 연구했다.

그들은 최대 절전 모드 주기인 겨울잠 동안 박쥐의 체중과 지방 함량을 추적했다. 흥미롭게도 체중은 감소했지만 상당한 양의 지방을 잃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겨울은 점점 온화해지고 봄은 일찍 시작되기 때문에 박쥐는 평소보다 더 빨리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때문이다.

지방을 잃지 않았다는 것은 좋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위험도 뒤따른다.

공동 저자인 조디 세라-코보(Jordi Serra-Cobo) 교수는 “그들이 축적하는 지방은 겨울 내내 먹지 않고도 버틸 수 있을 만큼 많아야 한다. 그러나 겨울이 짧아지고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박쥐는 겨울을 보내는 데 지방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가을에는 살이 찌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박쥐는 겨울 동안 동면을 하기 위해 동굴의 더 시원하고 깊은 곳을 선호했다. 그러나 기온 상승으로 인해 이들 지역은 시원함을 잃어가고 있다. 그 결과, 박쥐는 동면을 위해 동굴 입구에 더 가까운 시원한 장소를 찾아야만 했다.

겨울잠 짧기 때문에 과거만큼 지방 축적도 없어

위치가 바뀌면 동굴 입구 근처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넷고양이(genets)와 같은 포식자로부터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 이 새로운 도전은 박쥐가 겨울을 살아남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박쥐는 해로운 해충과 질병을 퍼뜨리는 곤충을 비롯해 곤충 개체군을 조절하는데 매우 중요한 동물이다. 봄에 일찍 일어나서 사냥을 시작하면 해충의 개체 수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예측할 수 없는 날씨, 특히 봄에 갑자기 추워지는 날씨는 일찍 일어나는 박쥐에게 위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생존할 만큼 저장된 지방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다양한 박쥐 종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기후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미 온난화 영향을 많이 받아 따뜻한 지중해와 같은 지역에 사는 박쥐는 추운 지역의 박쥐보다 기후 변화에 더 잘 대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는 심지어 박쥐와 같은 회복력이 강한 생물에게도 기후 변화가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극명하게 상기시켜준다.

이 연구는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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