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6000가지 화학물질 가운데 4200가지 인체에 해로워
규제의 허점과 업계의 저항으로 그냥 넘어가
‘영원한 화학물질’도 포함돼 있지만 간과돼

플라스틱은 인류가 발견한 가장 최고의 소재로 꼽힌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혁명을 일으켰다. 물병, 음식 용기, 장난감, 심지어 의료 장비에도 들어있다. 그러나 우리가 너무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어 자신도 모르게 화학물질에 중독이 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플라스틱은 인류가 발견한 가장 최고의 소재로 꼽힌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혁명을 일으켰다. 물병, 음식 용기, 장난감, 심지어 의료 장비에도 들어있다. 그러나 우리가 너무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어 자신도 모르게 화학물질에 중독이 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플라스틱은 인류가 발견한 가장 최고의 소재로 꼽힌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혁명을 일으켰다.

물병, 음식 용기, 장난감, 심지어 의료 장비에도 들어있다. 그러나 우리가 너무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어 자신도 모르게 화학물질에 중독이 될 수 있다.

노르웨이 공과대학이 추진하는 플라스트켐 프로젝트(PlastChem Project)에 따르면 일상적인 플라스틱 제품에 포함된 수천 가지 화학 물질이 우리의 건강과 환경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만6000가지 화학물질 가운데 4200가지 인체에 해로워

이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가장 광범위한 플라스틱 화학물질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했다. 여기에는 현재 생산되고 있는 무려 1만6000가지의 다양한 플라스틱 화학 물질이 나열되어 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이러한 화학 물질 중 최소 4200종이 심각한 건강 및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단지 980개에 불과한 극소수만이 규제 대상이라는 점이다.

플라스트켐 프로젝트는 해로운 화학물질에 대해 4가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 지속성(분해기간) ▲ 이동성(입자의 이동 범위) ▲ 생체 축적 가능성 ▲ 독성 여부 등이다.

이 보고서는 가장 우려되는 플라스틱 화학물질로 다음 세가지를 지적했다.

■ 과불화물질(PFAS): 소위 "영원한 화학 물질"이라고 불리는 이 물질은 들러붙지 않는 프라이팬과 같은 조리기구부터 패스트푸드 포장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에 숨어 있다. 이는 암, 간 손상 및 선천적 결함을 일으킨다.

■ 프탈레이트(phthalates): 플라스틱을 더욱 유연하게 만들도록 설계된 물질로 우리 몸에서 호르몬을 교란한다. 특히 성장 중인 어린이에게 해로울 수 있다.

■ 비스페놀(bisphenols):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 모방체인 이 물질은 식품 포장에 흔히 사용되는 성분으로 잠재적으로 내분비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마틴 와그너(Martin Wagner) 생물학과 교수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제품을 살펴보면 일반적인 플라스틱 제품에서 수천 가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백 가지의 화학 물질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규제의 허점과 업계의 저항으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 많아

공동 저자인 식품 포장 포럼(Food Packaging Forum)의 제인 문케 대표.

그는 이어 “불행하게도 우리가 주저 없이 손을 뻗는 물병, 익숙한 도마, 어린아이의 젖니 장난감 등은 조용히 우리의 신뢰를 배반할 수도 있다. 겉보기에 무해해 보이는 이러한 제품에는 우리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화학 물질이 들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흔히 치유의 대명사로 간주되는 의료 기기 자체가 해로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수혈에 사용되는 혈액 백(blood bag)도 그중 하나다. 흔히 PVC로 만들어진 이 백에는 첨가제인 프탈레이트가 포함될 수 있다.

더구나, 신체가 발달하고 있는 성장 중의 어린이들은 독소에 취약하다. 또한 플라스틱 장난감은 위험한 화학물질의 매개체가 되어 어린이의 입으로 직접 전달될 수도 있다.

연구팀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엄청난 지식 격차라고 지적했다. 놀랍게도 알려진 플라스틱 화학물질 중 4분의 1 이상이 기본 식별 정보가 부족하다.

규제 허점과 업계의 저항은 이러한 화학물질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평가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더욱 방해한다는 것이다.

공동 저자이자 식품 포장 포럼(Food Packaging Forum)의 제인 문케(Jane Muncke) 대표는 “우리는 현재 사람들에게서 수천 가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백 가지의 플라스틱 화학 물질을 발견하고 있으며, 그 중 일부는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경고했다.

플라스틱 및 석유 산업에서는 자사 제품이 안전하고 재활용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서는 플라스틱 재활용의 타당성에 대해 수십 년 동안의 속임수에 대한 끔찍한 그림이 그려졌다. 재활용 플라스틱이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와그너 교수는 “전 세계 정부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문제가 있는 플라스틱 화학 물질을 적절하게 처리해야만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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