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이 사양산업이라고? 천만의 말씀...
美의 中 조선업 제재 계기로 서방의 상선과 군함시장 과점 가능성
한화오션과 HD한국조선해양 주목해야

미국이 조선업에 대해서도 중국을 제재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한화오션(사진 오른쪽) 과 HD한국조선해양(사진 왼쪽) 등 국내 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사진=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홈페이지]
미국이 조선업에 대해서도 중국을 제재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한화오션(사진 오른쪽) 과 HD한국조선해양(사진 왼쪽) 등 국내 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사진=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홈페이지]

【뉴스퀘스트=윤한홍 경제에디터 】 미국이 반도체보호법(CHIPs Act) 등으로 중국 반도체산업을 제재한 데 이어 항만 및 조선산업에서도 중국을 제재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국가안보와 주요 기간산업 공급망과 운영안정성 등을 결합평가하고 단계적으로 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기사에서는, 미국 국가철도망에 대한 안보차원의 평가 이후, 미국 주요 도시들의 중국 철도차량 의존도를 줄이려는 의도에 힘입어 우리나라 철도차량업체인 현대로템(064350)이 1조원 가까운 대체물량을 수주한 사례를 분석한 바 있다.

이번에는 전미철강노조 (United Steelworkers) 등 5개 노조의 청원을 계기로 중국 조선, 해양물류, 항만인프라산업 등에서 중국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관행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는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발표가 나왔다고 한다.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바이든 행정부는 상기 노조들의 요청에 적극 호응하면서 대통령 스스로가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맞서 미국 노동자와 일자리를 위해 싸우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후티반군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빌미로 홍해 왕래 서방상선들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고 있고, 미국과 영국, 프랑스 해군은 그 대응을 위해 상당한 전력소모를 하고 있다는 소식은 잘 알려지고 있다. 후티반군에게는 이란에 이어 러시아가 무기공급 등 지원을 하고 있다는 뉴스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로 대표되는 대륙세력에 맞서 해양세력의 맹주를 자처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 EU는 해양물류와 인프라는 물론이고 해군력 자산 유지역량에 대한 심각한 자성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조선업이 포함된 광의의 해양인프라 산업에서 ‘대륙세력’인 중국이 60%에 가까운 압도적 점유율(‘23년말 기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이러한 역량을 기반으로 이미 중국해군의 함정수가 미국을 추월했다고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의 점유율은 0.04%에 불과하다.

하지만, 동맹국인 우리나라와 일본이 각각 23%, 13%를 점유, 합산 36% 점유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그나마 서방진영에 위안거리이자 희망이 될 수 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가 중국과 싸우며 어렵게 지켜온 2등 자리가 더욱더 빛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전통적 해양패권세력이 주축이 된 서방진영의 실질적 해양 하드웨어 역량이 대한민국에 집중되어 있다는 시각이 퍼지고 있는 듯 하다. 이는 매우 중요한 시각전환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조선업은 기존 ‘중국에 밀리고 있는 그저 그런 사양산업’이라는 시각 대신 ‘서방진영의 안보적/상업적 주도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소중한 핵심자산’으로 재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중국, 일본, 미국 세계선박시장 점유율 추이

[그래프=Clarkson]
[그래프=Clarkson]

지난 100여년 간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영국에서 미국으로 해양패권은 승계되어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보다 훨씬 이전에 조선산업이 쇠퇴한 영국에서는 이제 중형급 구축함 한 척 만드는데 11년이 걸렸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이고 현장인력들은 대부분 50대나 60대라고 한다.

미국은 그나마 Jones Act등을 통해 상선건조산업의 명맥은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수익성 높은 군함만을 건조하는 조선소들마저도 계속되는 공급망 붕괴 등 급격한 사업기반 축소현상에 고민하고 있다.

최근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은, 지난 해에 이어 함정건조 및 유지보수(MRO) 역량을 확인하기 위해 한화오션(042660)과 HD한국조선해양(009540) 사업장을 다시 방문했다고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조선소들이 해양패권세력이 주축인 서방진영의 주력 해군지원센터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는 실마리 같은 사건이다. 영국 해군도 과거 군수지원함 등 비핵심 해군자산을 우리나라에서 조달한 경험이 있다.

아마도 미국과 영국의 경우는 해군함정들의 선체(Hull)를 우리나라에서 제작하고 핵심무장만 자국에서 장착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여타 캐나다나 호주 같은 국가들은 핵심무장의 설계능력 자체가 뒤쳐져 있기 때문에 한국해군이 사용하고 있는 표준 핵심무장도 포함하여 잠수함 등 해군함정을 조달하려 할 것이 전망된다.

특히 강조해야 할 점은 조선산업이 클러스터(Cluster)산업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산업구조론의 ‘클러스터이론’에 따르면, 저렴한 인건비 같은 전통적 경쟁요인이 아니라 수백, 수천개의 기업들이 지역적,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클러스터의 경쟁력’이 특정국가내 특정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다고 한다.

매우 무겁고 물류가 어려우며, 아날로그적 현장경험에 익숙한 다양한 협력기업들이 모여서 유기체 같은 산업단지를 형성하는 조선산업이 정확히 그 이론에 부합하는 산업이다.

미국은 아마도 장기적으로는 한국 조선업체들을 반도체 업체들의 경우처럼 미국으로 불러들이길 원할 것이다. 한화오션이 미국 현지조선소를 인수하려고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그러한 맥락일 것으로 보인다.

항만설비의 경우, 운영정보 유출우려 부품이 장착된 중국산 크레인들을 대체하기 위하여 일본의 Mitsui E&S는 이미 미국 자회사를 통해 이를 현지에서 제작하는 사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산업은 항만크레인이나 반도체의 경우보다 미국내 사업장 확대가 더 어렵고 장기적인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한홍 경제에디터
윤한홍 경제에디터

하지만 해군과 상선 선대들로 구성되는 해양패권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서방의 핵심자산일 수 밖에 없고, 이 자산을 보호하고 강화하기 위해 미국에 이어 EU도 중국산 선박들에 대한 항만세 특별부과 등 여러 가지 억제 또는 유인책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영국, EU등 서방의 조선, 해양 하드웨어 및 인프라 산업이 단기적으로 부활하기 쉽지 않다면, 적어도 중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조선산업을 중국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그들의 안보와 경제이익에 핵심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을 미국을 포함한 서방진영 전체가 간절히 깨닫기 시작한 것 같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