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공룡의 멸종,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하는 근육 때문
아프리카 코끼리는 충분한 근육 갖고 있어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동물의 왕국에서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존재한다. 힘이나 뇌 크기는 일반적으로 동물의 크기에 따라 비례한다. 그러나 최고로 빨리 달리는 속도는 중간 크기의 동물에서 발견된다.

바로 치타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고양이과로 현존하는 지상에서 가장 빠르다. 시속 100km 대를 달리는 유일한 육상 동물로 최대 120km까지 속력을 낼 수 있다

그러면 중간 크기의 동물인 치타는 왜 그렇게 빠를까?

치타는 가장 빠른 동물이다. 평균 50kg의 치타는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몸무게를 갖고 있다. 폭발적인 근육의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치타는 가장 빠른 동물이다. 평균 50kg의 치타는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몸무게를 갖고 있다. 폭발적인 근육의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거대한 공룡의 멸종,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하는 근육 때문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 대학은 미국의 하버드 대학, 퀸즈랜드 대학, 그리고 선샤인 코스트 대학(USC) 연구원들과 공동으로 빨리 달릴 수 있는 근육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조사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의 수석 저자인 ICL의 생명공학 전문가 데이비드 라본트(David Labonte) 교수는 “가장 빠른 동물은 큰 코끼리나 작은 개미가 아니라 치타와 같은 중간 크기 동물”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최대 달리기 속도는 단일 요인이 아니라 근육 기능과 관련된 두 가지 요인, 즉 근육 수축 속도와 수축 중 근육 단축(muscle shortening) 정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저자인 USC의 크리스토퍼 클레멘테(Christofer Clemente) 박사는 “치타 크기의 동물은 이 두 가지 요인을 갖춘 약 50kg으로 물리적 최적 지점에 있다. 그래서 가장 빠르며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하버드 대학의 피터 비숍(Peter Bishop) 박사후 연구원은 “코뿔소나 코끼리 같은 대형 동물의 경우 달리기는 엄청난 무게를 들어올리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왜냐하면 근육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중력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크기의 400종 이상의 동물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근육 진화를 지배하는 기본 물리적 원리가 무엇인지를 파악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통찰력은 잠재적으로 자연 최고의 달리기 선수들의 운동 능력을 갖춘 로봇 개발의 지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코끼리는 충분한 근육 갖고 있어

연구팀의 이 모델은 동물 그룹 간의 차이를 밝혀준다. 예를 들어 파충류는 덩치가 비슷하더라도 포유류보다 훨씬 더 느리다.

연구팀은 "이에 대한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사지 근육이 파충류 신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더 작다는 것이다. 빨리 움직이려면 작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코끼리와 같이 오늘날 살아있는 가장 큰 육상 포유류는 ‘움직일 수 없는 이론적 체중 제한’보다 훨씬 낮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코끼리가 거대한 체중을 갖고 있지만 달리기 근육은 여전히 잘 발달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공룡의 멸종이 거대한 몸무게 때문이라는 지적과 같이 한다.

또한 이 연구는 몸 길이가 37m이며 무게가 40톤을 초과한 가장 큰 공룡 파타고티탄(Patagotitan)이 멸종한 이유에 대해 해답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육식공룡으로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몸체 길이가 3배로 체중은 10배에 달한다.

라본트 교수는 “우리의 연구는 멸종된 동물과 인간 운동선수를 포함하여 오늘날 살아있는 동물의 근육 생리학에 대해 많은 흥미로운 질문을 제기한다. 신체적 제약은 달리는 것만이 아니라 수영하고 날아다니는 동물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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