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러시아 지정학적 위험에 베네주엘라 튀르키에까지 전쟁 가세할 듯...
국제유가 폭등 대비, 투자자들 원유 및 정유기업 투자로 위험 분산 바람직

지난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공습에 러시아 랴잔의 정유소가 불타는 모습[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공습에 러시아 랴잔의 정유소가 불타는 모습[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윤한홍 경제에디터 】 여러 가지 우려요인에도 불구, 올해 들어서도 미국 주식시장을 비롯한 우리나라와 OECD국가들의 증시는 상당히 우수한 투자성과를 기록 중이다.

대표적으로는 인공지능(AI) 테마로 인해 엔비디아(NVIDIA)를 선두로 반도체 및 인공지능 서비스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연준(FED)과 EU의 유럽중앙은행(ECB)도 그 동안의 금리상승 정책을 멈추었으며, 적어도 올해 하반기부터는 금리인하 기조로 회귀할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 주식투자자들의 추가 수익전망을 강화해 주고 있는 분위기이다.

국내 코스피, 코스닥지수도 최근 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상승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미국 연준을 대표로 한 각국 중앙은행 정책금리 인하추세는 아래 그래프에서 나타난 것처럼 최근 물가가 비교적 안정세에 들어서고 있다는 사실에 가장 큰 근거를 두고 있다. 반면 국내 생활물가는 최근에 정치 쟁점화할 정도로 뒤늦게 높아지고 있기는 하다.

미국 주요 물가지표 추세

[그래프= US BLS, Atlanta/Cleveland FED]
[그래프= US BLS, Atlanta/Cleveland FED]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극에 달했던 1년여 전과 비교하여 최근 상당히 안정되기 시작했으며 이에 가장 기여가 큰 부문은 에너지, 가솔린, 중고차 시세 등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특별한 돌발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은 중고차 시세는 논외로 한다면, 에너지와 가솔린 등의 가격이 크게 반등할 경우 물가는 다시 불안해질 수 있고, 그 결과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들은 주식투자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금리인하를 늦추거나 오히려 금리인상으로 방향전환할 수도 있다는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위험요인인 원유가격이 크게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최근 몇 가지 근거에 기반하여 제시되기 시작했다. 특히, 가장 주목되는 요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새로운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가성비 뛰어난 자폭드론을 활용하여 러시아의 원유생산 및 정유시설 공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자주 보도되고 있다. 이전까지 묵시적으로나마 전장을 우크라이나 국토 이내로만 한정해 왔던 러-우전쟁이 이제는 러시아 본토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전장이 우크라이나에 한정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은 러시아가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이 근본적 배경이다. 현재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 공격은 자제하고 있으며 이러한 자제의 배경으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핵전쟁 회피를 위한 강력한 선긋기도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점점 더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고 미국과 서방의 지원도 약해지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돌파구가 절실했던 것 같다. 그래서 러시아의 장기적 전쟁수행 역량을 약화시키면서도 핵공격을 유발할 수도 있는 모스크바 공격 등 일종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최대 저항수단으로서 러시아 외곽의 원유 및 정제시설을 공격하는 대안이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한 미국의 보도를 보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원유시설 공격에 대해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고 한다. 원유가격 폭등으로 미국 가솔린 가격이 상승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에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선택은 당연히 우크라이나의 생존을 우선할 것으로 보이고 러시아 원유시설에 대한 ‘괴롭힘’ 정도의 견제는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러시아 측의 뉴스도 주목된다. 푸틴 대통령이 뜬금없이 “OPEC+(비OPEC 주요산유국)와의 감산협의를 준수하는 차원에서 러시아의 원유생산량을 오는 6월까지 하루 9백만 배럴 수준으로 하향조정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최근 보도이다. 이는 마치 ‘엎어진 김에 쉬어가자’는 격일 수도 있고 러시아의 원유생산 시설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명백하게 타격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전쟁 이전 2019년, 러시아의 일 평균 원유생산량이 11.7백만 배럴로 세계 2위에 달했었다. 그러면 9백만 배럴이라는 숫자는 30% 감산에 해당한다. 이는 현재 OPEC+가 회원국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10% 감산량보다 3배나 많은 감산량이며, 전쟁중인 러시아가 최대한의 원유판매수입을 원할 것이라는 상식적 전망을 크게 벗어나는 수치이다. 결국,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생각보다 큰 원유생산 병목현상을 겪고 있음이 분명하다.

다음으로, 국내에는 많이 보도되고 있지 않지만 원유가격을 폭등시킬 수 있는 다른 요인들로서 남미의 베네주엘라-가이아나 분쟁 가능성과 중동지역 튀르키예의 쿠르드 침공가능성도 있다.

심각한 경제위기로 지지도 하락 위기에 직면한 베네주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은, 최근 신흥 산유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웃나라인 가이아나를 사실상 침공하자는 국민투표에서 90% 이상의 찬성을 얻었다고 한다. 이렇게 진행되는 배경에는 가이아나에서 새롭게 개발된 유전지역이 과거 식민지시대 베네주엘라에 속했었으나 영국의 압력으로 가이아나에 강제적으로 병합되었던 곳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있다.

튀르키예의 경우에는, 파퓰리스트 지도자로 평가되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을 침공하겠다고 이라크 정부에 공식 통보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역시 지지율 상승을 통한 정치적 위기 해결을 위한 의도라고 주요 서방언론들은 평가하고 있다. 쿠르드 자치정부가 원유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튀르키예군이 이 시설을 공격하거나 봉쇄할 수 있다는 전망은 매우 설득력 있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위험성이 재평가 되고 있다. 인도적 우려가 고조되는 방향으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무리한 전쟁수행 행태가 지속됨에 따라, 주변 이슬람 세력들이 일종의 사변을 일으킬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를 우려한 미국에서도 네타냐후 정권교체를 비공식적으로나마 거론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될 정도이다.

하마스의 실질적 궤멸이 멀지 않은 상황이어서 곧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정치적 위기에 몰린 네타냐후 총리가 레바논 헤즈볼라를 곧 선제 공격하여 전쟁을 확전, 연장할 수도 있다는 위험한 전망도 급부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홍해 왕래 서방선박을 공격하곤 했던 후티반군도, 예를 들자면 친미국가인 사우디의 원유생산시설을 다시 공격하려 시도할 수도 있다. 헤즈볼라-후티-하마스-이란의 연대를 감안했을 때, 비록 그 맹주인 이란이 직접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한다 해도 헤즈볼라와 후티는 얼마든지 심각한 돌발행동을 할 수도 있다.

그 동안 잠재적 위험성에 비해 각 지역 분쟁들이 원유시장을 크게 교란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안심하는 분위기가 유지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상기한 내용들이 생각보다 긍정적으로 해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 나열한 몇 가지 위험요인들 중 한가지만이라도 심각한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유가폭등으로부터 금리인하 시나리오 붕괴, 지역경제 마비 등으로 세계 주식시장은 생각보다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윤한홍 경제에디터 
윤한홍 경제에디터 

막연한 위험 때문에 긍정적 흐름을 타고 있는 우량주식을 무조건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서서히 고조되는 잠재적 위험요인을 상쇄시킬 수 있는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원유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 발생해서 전체 주식시장이 하락하더라도 개별적으로 주가상승이 가능한 국내 정유사 주식이나 ETF, 해외 오일메이저 기업 또는 글로벌 원유ETF 등을 일정하게 편입하는 위험관리 전략이 매우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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