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송은정 기자 = 이순신 장군에 대해 환상을 갖거나 막연히 동경하는 이들이 많다. 비교할 수 없는 열세에도 불구하고 지략과 지형을 이용하여 왜군을 대파하고 승리를 이끈 해전이 전설처럼 남아 있기 때문이다.

유광남 작가 역시 불과 13척의 배로 적선 330여 척과 투쟁해 위대한 승리를 이룬 인물에 대한 동경으로부터 이순신에 대한 자료 수집을 시작했다. 그러다 이순신이 스스로 목숨을 내놓았다는 사실에 깊은 아쉬움을 느끼며, 판타지로써나마 그가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길로 들어가 역성혁명에 대한 꿈을 꿨다.

작가는 ‘그가 진정한 영웅이라면 백성을 우선 구원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에서 ‘행동하는 이순신’이라는 가상의 스토리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은 꿈을 구체화시켰다. 만약 이순신이 역성혁명을 하여 신제국 건설을 시도했다면 조선은 어떻게 뒤바뀌었을까를 흥미진진하게 따라가다 보면 지금의 우리가 바라는 강력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꿈이 구체화되는 지점에 이른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1597년 이순신의 투옥에서 석방될 때까지 34일간의 기록, 백의종군의 신분으로 풀려난 직후 일본과 명나라를 상대로 한 삼국전쟁을 주로 다루며 조선 내 역성혁명의 과정을 심도 있게 풀어 나간다.

한편 구국의 명장이 감금되어 오욕의 현장에서 썼던 심중 일기는 그가 평소에 기록했던 난중일기와는 어떻게 달랐을까 하는 작가의 상상은 ‘억울함’이라는 감정으로 가닿는다. 이순신 장군의 억울함은 그가 파격적 쿠데타(?)를 일으키는 소설의 동력이 된다.

선조의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의 불안감은 능력이 출중한 장수들이 나라를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는 대신, 혹여 자신의 자리를 넘볼까 하는 좁은 소견에 빠져 그들을 밀어내 버리곤 했다. 권력 쟁탈의 소용돌이에서 나라가 오욕을 당하는 꼴을 지켜보느니, 이순신은 군사혁명을 단행해 강한 조선을 세워야만 했다. 해전 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명량해전의 압도적 승리를 토대로 이순신의 제국을 완성해야 했다.

또한 작가는 영의정을 지내고 ‘징비록’을 지었던 서애 유성룡과 일본군에서 조선으로 투항해 조선을 위해 일본과 싸웠던 항왜 장수 사야가 김충선, 칠천량의 패전 장수 원균 그리고 정여립 등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백성을 위하는 영웅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본다.

명나라의 만력제와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 후금(여진)의 누루하치 등을 상대로 이순신의 제국이 어떻게 순항할 수 있을 것인가. 가상 역사 판타지 ‘이순신의 제국’은 이순신이 제국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 속으로 조금씩 우리를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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