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난 지 33년이 되는 날이다. 12.12사태로 군부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은 이듬해 5.17쿠테타로 사실상 정권을 장악하고 이에 항거한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12.12사태 이후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민중은 마를 틈 없이 피눈물을 쏟아야했다.

오늘 사죄와 반성이 없는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을 심판하려는 영화 ‘26년’이 2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전두환에게 받은 6억원 등과 관련해 비난 여론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33년 전 오늘, 권력에 눈이 멀어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과 노태우 등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세력은 총칼로 민주주의를 짓밟아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피로 얼룩지게 만들었다.
 
이제 12.12사태는 역사가 되었지만, 과연 ‘역사의 죄인들에게’ 진정한 반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그들은 권력을 사유화해 전두환-노태우의 민정당, 김영삼-노태우-김종필의 민자당, 이회창의 신한국당, 이명박의 한나라당, 오늘날 새누리당에 이르는 ‘특권연대’의 씨앗을 뿌렸다.

그 사이에 우리 사회의 기회는 불평등했고 경쟁과정은 공정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한 결과는 당연히 정의롭지 못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지만, 어떻게든 권력을 잡으면 과거는 묻지 말라는 식의 판결이 또 다른 쿠데타를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이 땅에서 다시는 민주주의를 ‘군화발로 짓밟는’ 어떠한 시도조차 불가능하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과거처럼 국가로부터 ‘통제받는’ 국민이 아니라 국가를 ‘통제하는’ 국민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책임이고, 그 첫 걸음은 오는 19일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18대 대통령선거를 일주일 앞둔 시점, 문재인 후보에 이어 박근혜 후보도 ‘시대교체’를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시대가 교체되자면 유신독재에 이은 군사독재 시절의 모든 유산이 진정으로 청산돼야 마땅하다.

어제 밤, 국정원이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난여론을 조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터넷에는 ‘국정원 12.12사태’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민간인을 불법사찰까지 한 이명박 정부다. 국정원에 의혹의 시선을 거둘 수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국정원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발하고 있고, 새누리당도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허위사실, 흑색선전, 역공작 행태라고 분개하고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국정원 직원 선거개입 건에 대한 “부실조사로 선관위가 증거인멸을 방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최종적인 결과는 사실관계가 전체적으로 규명된 뒤에 나오겠지만, 이미 트위터 등에서는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날리는 없는 것이라는 반응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런 대한민국의 좌충우돌, 이념적 대립을 비웃기라도 하듯, 북한은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결과적으로 로켓 발사를 예의주시한다던 이명박 정부는 사전 인지는커녕 해외 언론을 통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사실을 확인한 듯하다. 한반도 정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없었다. 정보수집에 대한 무능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심지어, 정부는 어제까지만 해도 “북한이 로켓을 발사대에서 내려 해체했다”는 오보를 내보내고, 22일 이후에나 발사 가능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정부의 말대로 라면, 로켓을 해체한 북한이 새벽사이에 로켓을 조립하고 발사대에 다시 올려 발사한 것이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북한은 그야말로 강성대국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야권은 물론이고 새누리당도 등을 돌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무능한 대통령과 한 배를 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칫 함께 침몰할 처지에 직면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때, 국정원은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고 있었냐”는 국민적 비난에 이명박 정부는 분명히 대답하고 책임져야 한다. 국민은 대단히 불안하다. 안보불안, 경제무능, 민생파탄 정부는 MB정권이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박근혜, 문재인 가운데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명박 정부와는 노선을 달리 해야 한다.

안보 이야기가 나와서 첨언하자면, 지구의 안보가 위협당하는 위기의 상황에서 슈퍼히어로들이 모여 세상을 구하는 스토리의 ‘어벤져스’라는 영화가 있다. 각기 개성이 강한 이들이지만 지구의 위험에 공동으로 대응해 위기의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인데 요즘 대선판도와 매우 흡사하다.

안철수, 심상정 전 후보와의 연대, 국민연대, 각계각층의 지지선언 그리고 이수성, 정운찬 전 총리, 문국현 창조한국당 전 대표의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후보 측에는 김영삼, 김종필, 이회창, 이인제, 한광옥, 한화갑, 김경재 등이 집결했고, 주성영, 최연희, 한승조 전 교수까지도 박근혜 후보 진영에 집결했다.

각 캠프의 시선에서 접근했을 때, 위기의 대한민국을 지키는 슈퍼히어로들이 모두 모여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이룬 셈이다. 정말 궁금하다. 어느 캠프가 어벤져스급 인사들이고 누가 다크어벤져스급 인사들일까.

분명한 것은 자신들의 시선에서 접근했을 때 한쪽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이고 다른 한 쪽은 ‘나쁜 녀석들’(Bad Boys)이라는 점이다. 참고로 영화는 어벤져스 용사들의 완벽한 승리로 끝을 맺는다.

박영식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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