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하루 만에 당선자 ‘길들이기’

조중동, “복지 공약 수정하라”
 
[트루스토리] 이승진 기자 = 18대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개표 결과 박 당선자는 1577만 3128표(51.55%)를 얻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100만 표 가량 앞서며 과반을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번 18대 대선의 최종투표율은 75.8%로 지난 16대(70.8%)와 17대(63.0%) 대선에 비해 반등했다. 보수와 진보의 양자대결이 초박빙으로 흐르자 양측 지지자들이 결집한 것으로 해석된다. 70%를 훌쩍 넘는 투표율이 점쳐지자 “투표율이 높으면 젊은 층의 투표 참여가 높아져 야당에 유리하다”는 통설에 기반해 문 후보의 승리를 전망하기도 했으나 석패했다.

양자대결로 인해 젊은층의 투표율도 높아졌으나, 50대와 60대의 비율이 늘어난 것과 비례해 투표율도 크게 높아진 점, 그리고 보수층의 결집이 공고해 진 것으로 해석된다. 그 결과 박 당선자는 서울과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문 후보보다 앞섰다.

박 당선자는 당선이 확실시 되자 “앞으로 국민께 드린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는 민생 대통령이 돼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며 “민생 약속 대통합 대통령,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20일 주요 일간지는 박 당선자가 앞으로 ‘국민대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 박 당선자가 극복해야 할 과제들과 당부의 목소리를 담은 사설들을 내놨다. 한겨레신문은 국민대통합과 공약 이행 등을 주요하게 요구했고, 경향신문은 불통의 리더십과 ‘아버지 박정희 신화’를 극복하고 ‘통합의 리더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조중동은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어렵다”면서,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추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국민적 염원으로 박 당선자가 내놨던 복지공약에 대해 “선거 공약이 아닌 국정공약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늘어놓으며 공약들을 재고(再考)하라고 주문했다. 당선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은 후보에게 ‘공약을 뒤집으라’고 요구한 것이다.

특히 동아일보는 “무작정 새 정권을 흔들려는 ‘어깃장 정치’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며 야권을 흔드는 한편, ‘조건 없는 대화’를 내건 박 당선자의 대북공약의 변경을 촉구했다. 한마디로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언론들이 이른바 ‘당선자 길들이기’에 나선 셈이다.

조선일보는 사설 <박근혜 당선인, 겸허하게 온 국민 껴안는 걸로 시작하라>에서 “박 당선인이 선거 기간 동안 국민행복시대를 내걸고 출산과 보육에서부터 노후 대비까지 모든 세대의 걱정을 절반으로 줄여주겠다고 약속하고 총 131조원이 들어가는 201개 공약”을 내놨으나, “박 당선인이 이런 약속을 그대로 실천하기에는 나라 안 경제 사정과 나라 밖 경제 여건이 너무나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선인이 공약을 실천하려면 성장이 복지를 뒷받침하고 복지가 다시 성장의 바퀴를 굴려갈 수 있는 한국형 복지 시스템을 찾아야 한다”며 ‘성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심지어 “당선인은 선거 기간 국민에게 ‘해주겠다’는 말만 했는데, 이제부턴 ‘참아달라’는 말을 함께 해야 한다”며, “공약은 지켜야 하지만 당장 해야 할 것과 중.장기 과제로 추진할 것을 구분하는 선거공약 아닌 국정(國政) 공약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며 공약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국민 다수가 당선인보다 더 많은 것을 해주겠다고 약속한 문 후보의 ‘전면적 변화’보다 당선인이 내건 ‘책임 있는 변화’ 쪽에 손을 들어준 뜻”이라는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놨다.
 
중앙일보도 사설 <여성 대통령 박근혜…화려한 기록, 무거운 짐>에서 “박근혜에게 닥칠 가장 실존적인 도전은 경제상황”이라며 “저성장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구조를 위협할 것”, “성장이 일정 수준으로 버텨야 복지도, 일자리도, 교육도, 민생도 개선할 수 있다”고 ‘성장론’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 당선인이 공약한 각종 민생 프로그램을 집행하려면 5년간 132조원이 새로 필요”한데 “저성장으로 국자의 부(富)가 정체되면 무슨 돈으로 할 것”이냐고 추궁하며, “약속의 실천은 중요”하다면서도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국민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한 통치”라고 말하며 ‘국민들에게 한 공약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朴 당선인, 국민통합과 위기관리의 巨人 되길>에서 “야권은 문 후보의 패배 일성(一聲)을 새기면서 국익을 위한 건전한 경쟁자가 돼야 할 것”, “무작정 새 정권을 흔들려는 ‘어깃장 정치’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정부와 여당의 독선과 독주는 견제하되 건설적인 대한 제시로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만 5년 후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경제 잠재성장률 하락과 내수 침체, 중산층 붕괴 등 경제상황이 어렵다면서 “복지 공약의 우선순위를 따져 접을 것은 접고, 지켜야 할 것은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공약 수정을 요구했다.

한편, 박 당선자는 “대화에 전제조건이 없고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면 김정은도 만날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조건 없이 대화를 서두르기 보다는 북한의 도발 본능을 제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처가 중요하다”며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한 발 물러설 것을 주문했다.

유권자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내건 “해주겠다”는 ‘공약’을 보고 지지를 해준 셈이고, 언론들도 박근혜의 이 같은 공약을 최고의 상품으로 포장해 비판없이 일제히 보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당선’이 되고 나니까 180도 달라진 형국이다.

이 같은 태도변화는, 한마디로 여측이심(뒷간에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이 다르다는 뜻: Danger past, God forgotten)에 비유할 수 있는데, 철저히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보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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