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트루스토리 DB
[트루스토리] 보육교사 학과제가 추진된다고 한다. 보육교사 학과제의 핵심은 말 그대로 관련 학과를 나와야 보육교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보육교사 자격증 취득 과정도 국가시험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적잖은 변화인 까닭에 논란도 예상된다. 여기에 소요될 모든 비용을 박근혜 정부가 부담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무상급식 등 정부가 지금껏 하는 일련의 과정 등을 보면 '툭' 던져놓고 여론이 잠잠해지면 '돈 없다'면서 지자체에 넘길 가능성도 높다. 끝까지 두고 봐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오늘 하루만 여러 가지가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그리고 그 비용만 2000억~3000억원의 예산이 든다는 말도 했다. 돈 없다고 이리저리 세금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또 돈이 들어갈 생각하니 국가의 한 구성원으로서 솔직히 겁부터 난다. 세금폭탄에 겁이 단단히 나 있는 상황이니 더더욱 말이다. 어쨌든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상정하면 우리 고귀하신 의원님들은 '엄마'들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릴까.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워낙 정부와 우리 사회가 '보육교사'를 범죄인 취급을 하고 있는 까닭에 직업이 '보육교사'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할 정도다. "거기 어린이집은 아이 안 때려요?"라고 대놓고 물어보는 게 비일비재 할 지경이다. 대중매체가 이미 '보육교사'를 만신창이로 만들어놓은 까닭에 과거와 달리 보육교사 앞에서도 엄마들은 위풍당당해 졌다. 과거에는 아침마다 아이를 맡길 때마다 죄인이 돼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고개를 숙였지만 이제는 교사들이 슬금슬금 부모의 눈치를 본다. '저는 아이를 때리지 않는 교사랍니다'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다. 매일 같이 말이다. 이것으로 보육교사는 완패를 당했다.

어쩌다 어린이집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집단일 뿐이고, 그 곳에 고용된 교사들은 아이를 수단으로 돈 버는 기계로 전락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보육교사들은 그렇게 아이의 두뇌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갑질'의 존재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보육교사는 정말 중요한 존재다. 엄마와 같은 존재다. 아이의 예민한 뇌는 '강렬한 외부적 자극'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기도 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받기도 한다. 1세~4세는 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다. 어릴 때 아이에게 결정적으로 필요한 것은 가정에서의 부모의 사랑이기도 하지만 밖에서 부모와 똑같은 느낌의 사랑도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 만큼은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아이의 눈에는 '또 다른 엄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아이의 세상에는 낮에는 자신을 돌봐주는 엄마가 따로 있고, 저녁에 자신을 돌봐주는 또 다른 엄마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 관계가 중요하다. 언제든지 아이와 대화하며 아이의 표현에 반응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울 때 안아주거나 몸을 만져주고, 아이가 무얼 보고 있는지, 어떤 느낌인지, 어떤 걸 지금 바라는지, 분유를 줘야 할지, 기저귀를 갈아줘야 할지, 그런 모든 아이의 바람을 재빨리 알아채서 긍정적으로 반응해주면 그것으로 된다. 이런 반응과 아이에 대한 보살핌은 직접 아이를 키워봤던 '엄마'들이 잘 안다. 엄마들이 무슨 '엄마가 되는' 전문대학과 관련학과를 졸업해서 아이를 잘 보는 게 아니라 '엄마는' 그저 직감적으로 엄마가 되는 것이다. 그런 감각으로 아이를 건강하게 자라게 하고 아이의 두뇌를 훈련시킨다. 특별한 육아 비법이나 값비싼 교육 세트가 필요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훈련되지 못하고 익숙하지 못한 게 문제이지, 보육교사가 어디 대학 무슨 과를 나왔는지 나오지 않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온 부모도 '아이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아이는 그야말로 방치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양육 쇼크'의 저자인 포 브론슨과 애쉴리 매리먼은 '아이의 말문을 터주는 것은 아기의 말에 보여준 어른의 시의적절한 사랑과 관심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트루스토리 DB
대한민국 보육교사들은 지금 최저임금에 가까운 박봉 속에서 아이들을 끝없이 보살피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 일부 잘못된 교사들이 우리 사회에서 암적으로 존재하고 있지만 상당수 '아이를 위해 헌신하는' 교사들은 비단 이번 사태만이 아니더라도 과거부터 지금까지 '죄인 취급'을 받으면서도 묵묵하게 일해 왔다. '기피 직업'임에도 말이다. 자신이 직접 낳은 아이도 한 시간 이상 돌보기 힘든 상황에서 남의 아이를 수십명씩 장시간에 걸쳐 돌본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런데 그 일을 '관련 학과'를 나와서 '국가시험'을 봐야 한다고 한다면 누가 과연 '박봉'을 받기 위해 지원을 할까. 설령 급여가 지금보다 대폭 인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지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20대 갓 졸업한 취준생들이 지원할 것이라고 착각하는가. CCTV의 감시를 받으면서 말이다. 감옥도 아니고 특별취급을 받으며 수십 명의 아이를 돌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이마저 지원하는 사람이 없어지면 어린이집은 보육교사를 뽑지 않고 보조교사만 채용할 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리 엄마들은 또 아우성을 칠테고 말이다.

사법고시 통과해서 판검사 됐어도 범죄를 저지를 사람들은 다 저지른다. 내가 하면 로멘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인가? 보육교사 학과제는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 아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지금의 질좋은 교사'들과 앞으로 이 같은 비인기 직업에 지원하게 지원하게 될 좋은 교사들이 경제적으로 좀 더 여유롭게 해주는 게 첩경이다. 아이를 돌보는 기본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학과'를 졸업해 현장에 투입된다고 한들, 늘상 불안한 상태인 우리 아이들을, 자꾸 칭얼대는 아이들을, 위축되고 매번 어른들의 눈치보는 우리 아이들을, 그들이 잘 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 당국은 확신하고 있는가. 탁상행정도 이런 탁상행정이 없다.

▲ 사진은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놀이를 통한 교구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기사내용과는 관계없음. (사진제공: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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