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연금 128억, 논의 한 번 없이 고스란히 통과

[트루스토리] 서태석 기자 = “똥 누러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는 속담이 있다. 대의민주제도의 맹점을 이토록 명료하게 부각시키는 말이 또 있을까. 우리에게 표를 구걸하던 사람도 대표가 되는 순간 우리를 대변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기 일쑤다.

국회의원 연금 128억원이 새해 예산안에 고스란히 포함되면서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정치권은 대선 전에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연금폐지를 당장 실행할 것처럼 경쟁적으로 법안을 추진해왔지만, 대선이 끝나자마자 이른바 ‘Danger past, God forgotten’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2일 여야 정치권과 새해 예산안에 따르면 국회와 정부는 올해에도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에 128억26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와 동일한 액수이며 사실상 의원연금이 그대로 유지되는 셈이다.

국회 헌정회는 만 65세 이상의 전직 의원들에게 월 120만원씩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회의원을 단 하루만 해도 평생 이 돈을 받을 수 있다. 일반인의 경우 월 120만원의 연금을 받으려면 월 30만원씩 30년을 납입해야 하는데, ‘단 하루만 의원직’을 해도 이러한 ‘특권’을 누리는 까닭에 이 같은 모순에 대한 비판 여론은 늘상 존재했고, 대선 정국에서는 반드시 철폐되어야 할 대상이 됐다.

실제 여야는 의원연금 폐지를 공약으로 채택하는 등 수차례 넘게 약속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6월 연금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금 지급 대상을 ‘현재 수령자’로 한정하고 의원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소득이 일정 기준 이상이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냈다. 민주당 역시 재직 기간이 4년 미만이거나 소득이 일정 기준 이상이면 제외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는 19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공염불에 불과했다. 여야 의원들은 ‘자기 지역구 챙기기’에 올인하다 해를 넘겨서 예산안을 통과시켜버린 셈이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향후 쇄신 논의도 헛발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각 당의 자중지란 때문에 앞으로 ‘특권 폐지’에 대한 논의는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당분간 없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당장 “국민을 위한 약속을 초반부터 무시하다니” “저들을 믿고 투표를 한 내가 또 바보다” “이런 게 여야간 대통합” “이러니 안철수가 국회의원 정수 축소시켜야 된다고 한거다” “안철수가 벌써 보고 싶네요” “국민은 호구” “박근혜 당선인의 입장이 궁금할 뿐” “국민을 상대로 저들의 대놓고 사기를 쳤군요” 등의 다양한 지적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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