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트루스토리] 지난 19일부터 ‘거리예술의 초대’란 슬로건으로 정부종합청사 잔디마당과 시민회관, 중앙공원 등 과천 일대에서 열린 ‘제16회 과천축제’가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폐막했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 20여개 단체를 포함해 프랑스, 폴란드, 호주, 일본 해외 4개국 총 30여개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90여회의 공연이 무료로 개최됐다.

올해는 해외에서 초청한 대작들이 눈에 띄는데, 특히 ‘위대한 서커스’(컴퍼니 XY)는 17명의 68개 팔·다리가 쉼 없이 땅과 공중을 오가며 합체와 분리를 반복해 관객들의 탄성을 불러 일으켰다.

4명의 사람들이 아슬아슬하게 층을 쌓아 하늘 높이 올라가서 한꺼번에 바닥으로 떨어지는 하이라이트 순간에는 공연장에 있는 모두가 놀라움의 비명을 질렀다.

공연 1시간 전부터 야외공연장을 꽉 채우고도 모자라 주변 시설물에 기어올라 관람하려는 관객들 때문에 행사장 일대에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과천시민 김성철씨는 “돈 주고도 못 볼 공연을 가족과 함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며 과천축제에서 진행되는 공연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눈먼 사람들’(극단KTO·폴란드)은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를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으로 시민회관 야외무대를 꽉 채웠다. 작품의 서정적인 메시지가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고,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음악의 선율도 너무 아름다웠다는 평이다.

상계동에서부터 공연을 보러왔다는 김수진씨는 “극단 KTO의 공연을 보러 여기까지 왔다. 아이랑 함께 왔는데 노출장면이 있다고 해서 걱정했지만, 작품의 완성도를 위한 장면이었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다. 작품의 뛰어난 예술성에 무척 만족한다”고 했다.

‘오르페’(극단 몸꼴)은 대형 사다리와 구조물을 활용한 배우의 거친 몸짓으로 신화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를 표현했다. 록밴드의 라이브 연주가 가미되어 생생한 음악이 관객의 귀를 즐겁게 했다. 물과 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제작된 이 작품은 한국 거리예술이 어느덧 높은 수준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잔디마당에서 진행된 <도시내시경:과천>(프로젝트 잠상)은 과천의 과거와 현재를 미디어 퍼포먼스로 표현한 작품이다. 다른 공연장들에 비해 위치가 동떨어져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천시민이 직접 찾아와 관람했다.
 
과천에서 18년째 거주한다는 주용진씨는 “젊은 공연단체가 잊었던 과천의 과거를 찾아주는 작업을 해줘서 놀랍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18년 전 과천에 처음 둥지를 틀던 시절이 생각나서 뭉클했다”고 했다.

별양로 쉼터에서 진행된 <나홀로 서커스>(마린보이)의 공연은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다.

작은 자동차가 관객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서 기묘한 묘기를 선보이며 관객을 공연에 끌어들였다. 어린이들의 호응이 가장 좋은 공연으로 공연이 끝이 난 후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아쉬워했다.

 
지난 22일에 이어 이날 오후 6시30분 중앙로가 통제되면서 거리로 쏟아져 나온 2만여 관객들은 상상을 초월한 공중곡예와 화려한 불꽃들의 향연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23일의 하이라이트인 ‘죽음의 북소리’(트랑스 익스프레스)가 교통이 통제된 도로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해골들과 마녀가 관객들과 함께 주행사장으로 이동하고 무대 앞 긴 장대에서 장대타기 묘기를 선보였다.

특히 배우가 시민과 함께 장대 높이 올라가 허리에 줄을 매고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에서는 주행사장에 모인 모든 사람이 환호성을 질렀다.

장대묘기가 끝나자 곧바로 주행사장 가운데에서 과천축제의 아쉬운 끝을 알리는 달집태우기가 시작됐다. 트랑스 익스프레스의 타악연주와 브라스 밴드의 관악 연주, 여기에 아누파시아 공연단의 아프리카 음악연주가 주행사장 한가운데의 달집과 어우러져 폐막행사의 분위기가 물씬 달아올랐다.

청계초 4학년짜리 딸과 함께 과천축제를 찾은 지영순씨는 “과천에서 이러한 축제가 매년 열리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축제가 일회성으로 열릴 것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개최되어 명실상부한 한국의 최고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자원활동가에 참여했던 박미선씨는 “과천축제의 자원봉사자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는데, 그것이 과천축제의 힘인 것 같다. 그리고 무료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수준높은 공연을 선보여서 마치 유럽에 온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천축제 임수택 예술감독은 “16만 여 관중이 과천축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16년간 과천축제에 관심을 보여주신 시민 여러분들 덕택에 기적같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며 “이제는 유럽에 버금가는 문화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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