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사이다, 또다시 살인 사건은 미궁 속으로
농약 사이다 사건, 혹시 할머니를 심증으로 구속시키려는 것일까

 
[트루스토리] 김수정 기자 = 농약 사이다 사건이 어쩌면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분위기다. 농약 사이다의 ‘진범’을 잡을 것 같았던 국가 공권력은 눈을 떡하니 뜨고 생존한 다른 할머니의 ‘진술’로 초비상이 걸렸다.

80대 할머니를 진범으로 토끼몰이를 하기 위해 짜맞추기 수사를 한 것은 아닐테지만, 짜깁기 수사라는 의혹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7일 오전까지만 해도 검찰은 거짓말 탐지기의 결과를 가지고 진범을 찾아낸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했다.

하지만 이는 수포로 돌아갈 운명이다. 국가 공권력의 망신이라는 지적이다. 결국은 이번 사태도 미궁 속으로 빠져 들고 있는 형국이다. 누리꾼들은 “북한이 그랬다고 차라리 말해라”고 조롱과 냉소르 보내고 있다.

확실한 증거도 없이 피의자로 단정한 것에 대한 비판 정도로 해석된다. 증거로 채택되지도 않는 거짓말 탐지기만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데 대한 반발적 성격이 강하다.

중요한 건,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살아났고 경찰의 진술과 180도 배치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공권력이 살아난 할머니에 대해 압박성 수사를 하지 않는 이상,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실한 정답을 들을 수 있게 됐다.

돌이켜볼 때 분명한 것은, 처음부터 박 할머니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 할머니가 말하는 것은 모두 거짓이라고 단정했다는 점이다. 물론 박 할머니가 진짜 살인을 저지른 용의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박 할머니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전혀 열어두지 않았던 것 같다.

만약 박 할머니가 누명을 쓰게 되는 경우, 즉 진범이 갑자기 나타나 자수를 하게 된다면? 사건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할 때는 무조건 피고인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이게 헌법과 형법의 대원칙이다.

그래서 이번 수사를 두고 “70년대 수사 같다” “유신정권 수사 같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경찰보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속출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범인은 할머니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범인일 수도 있다. 혹시 국가는 다른 이유 때문에 나이 드신 한 할머니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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