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국정교과서 논란] 국정교과서 올인하는 그들, 교육은 오직 역사 뿐인가?

국정교과서로 이승만 찬양하고 박정희 찬양하고 싶겠지만…

 사진 제공=포커스뉴스
[트루스토리] 박인학 기자 = 한국사 국정교과서 논란이 그야말로 뜨겁다. 그럼에도 국정교과서는 대한민국 국민이 거리로 나서지 않는 이상 강행될 확률이 높다. 누리꾼의 반발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또 야권이 무슨 힘이 있고, 시민단체가 무슨 힘이 있을까.

오직 생존에 의해 절망적으로 살아가는 시민들은 과거처럼 ‘거리로 나서’ 싸울 힘도 그럴 여력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고,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지지층이 여전히 콘크리트 지지율로 중무장 돼 있는 이상, 그들은 국정교과서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대한민국은 좌와 우로 나뉘어 있고, 지역감정을 조장시키는 세력들로 인해 이념적으로 대립각을 형성하는, 딱 1970년대 시절에 머물러 있는 까닭에 이승만과 박정희의 향수에 흠뻑 취해 있는 사람들은 국정교과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고, 또 그런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또한 친일파를 조상으로 둔 후손들은 선조들이 내려준 부와 명예를 뺏기고 싶지 않고, 또 진실된 역사가 서술될 경우 자신들의 존립감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방어전선 구축에 총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면서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딱 한 가지 밖에 없다. 친북, 빨간세상, 적화, 빨갱이 등이 바로 그 것이다. 색깔론만큼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게 또 어디 있을까.

오직 그들은 논평과 칼럼 등을 통해 현재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대부분의 역사 교과서는 ‘친북적 교과서’이자 ‘북한을 추종하는’ 교과서라고 주장한다. 또 한국의 진보좌파들이 교과서를 만들었다고 호도한다. 그리고 그들이 북한을 우상화시키고 한국을 비하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자라나는 우리 학생들에게 ‘부정적 역사관’을 심겨주고 있다고 목청을 높인다. 그래서 검정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바꾸자고 입을 모은다. 호소한다. 항변한다.

지시도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이 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버지 때문이다. 다카키마사오라는 또 다른 숨겨진 이름 속에서 군사쿠테타로 집권에 성공한 박정희는 1974년 국정교과서를 통해 이렇게 서술했다. 내용은 충격적이다. “군부의 박정희 장군을 중심으로 하여 일어난 혁명군은 대한민국을 공산주의자들의 침략 위협으로부터 구출했다”고 적시돼 있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도 쿠테타라는 단어를 혁명으로 바꾸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10월 유신은 ‘평화통일을 위한 것’이라고 서술했다.

국정교과서는 이러한 ‘왜곡’으로 얼룩졌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이런 점에 대해선 입을 꼭 다물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도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론자들은 ‘잘못된 역사’라고 주장하지만, 그런 역사를 믿는 당사자들은 ‘오류의 역사’가 ‘진실된 역사’라고 믿기 때문에 그런 교과서를 절차적 논의 없이, 앞으로 파생될 문제점과 한계점에 대한 논의 없이, 당장이라도 도입하고 싶은 바람이다.

일본의 아베 정권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위안부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교과서 추진 움직임 속에서 우리가 일본은 욕할 상황도 아니라는 조롱과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국정교과서가 도입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가장 먼저 현 정권에 불리한 역사를 삭제할 가능성이 100%다. 또한 친일파를 미화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한발 더 나아가 “역사 교과서를 하나로 통일하면 사교육이 줄어든다”는 논리를 꺼내들고 있다. 사교육 시장이 역사 교과서 때문에 혼탁해졌다는 이야기인가.

사교육 시장은 영어와 수학 등으로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으며, 역사 교과서와 상관없이 아주 오래 전부터 정부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발 빠르게 움직이며 더욱 소규모로, 더욱 깊숙이 학생들과 학부모 사이를 파고들고 있다.

영어 교과서의 통일도 아니고 수학 교과서의 통일도 아니고, 쿠테타를 혁명으로 바꾸는 역사 왜곡이 진행되면, 새마을운동을 미화하는 교과서가 구축되면 사교육이 사라지게 된다는 어처구니 없는 논리는 말 그대로 국민을 얼마나 그들이 무시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계기다.

국정교과서는 절대 도입해선 안되는 문제다. 우리의 주적인 ‘고약한 나라’ ‘못된 나라’ ‘질 나쁜 나라’ ‘저질 나라’ 북한이 그런 ‘못된 국정 교과서’를 도입하며 김일성 김정일을 우상화하는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우리는 북한을 따라하는 것일까. 문재인 노무현을 ‘공산주의자’라고 조롱했던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정부와 새누리당이 ‘북한’의 못된 점을 따라하고 있는데 대해 입을 꼭 다물고 있는 것일까. 내가 하면 로멘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인가. 정말 그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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