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칼럼뉴스] 작금의 정치를 보고 있노라면 깊은 신음을 토해내지 않을 수 없다. 정치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걱정의 크기는 클 수밖에 없다. 현재의 정치상황은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토대가 우리사회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지난한 민주화 투쟁을 거치고 두 번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져서 소위 헌팅턴이 이야기하는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이미 거친지 오래건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아직 불안하기 짝이 없다.

우리가 민주주의의 기본개념을 이야기 할 때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단계가 경쟁하는 복수정당과 그 정당 간에 이루어지는 정권교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을 보면 정당간의 경쟁만 있지 정당 간의 정권교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작용이 향후 십 수 년 사이에는 일어나기 어렵지 않나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이 모든 우려는 한마디로 무능력한 야당으로부터 기인하고 있다.

지난 18대 대선이후 야당의 패배에 대한 수많은 진단과 분석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를 바탕으로 한 야당의 전략수정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이러한 분석에서 뼈아팠던 것은 저소득층의 야당 이반현상이었다. 이 현상은 지금의 야당이 10년의 집권 시기에 보여준 집권의 성과가 만들어낸 결실이다. 즉, 야당이 집권해봐야 국민들의 삶을 전혀 바꿔낸 것이 없다는 실증적 결과는 이미 국민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이뿐이 아니다. 지금의 야당이 집권했던 시기 또한 권력형 비리는 끊임없이 발생되었고, 오히려 빈부의 격차는 더욱 커져만 갔다. 이런 경험을 갖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는 야당세력도 별반 다를 것 없는 정치세력이면서 오히려 남북 대립 지점에서는 불안한 집단으로 인식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결국 지난 10년의 집권 경험은 오히려 재집권에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야당세력의 지난 10년의 집권 행적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야당은 집권하고 나서도 여당의 정책과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는가에 대한 반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왜 야당은 가난한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게 되었는가에 해답은 여기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 세력이 집권한들 자들의 삶의 질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경험적 공식을 깨는 것이 필요한 순간이다.

이제 야당세력이 할 일은 지난 집권 시기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반성을 시작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집권 시기에 책임 있던 자리에 있었던 인물 또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야당의 책임 있는 자리에서 물러나 주는 일이다. 이유가 어찌되었던 간에 여당과의 차별화를 이루지 못하고 국민의 삶을 개선시키지 못한 결과에 무한책임을 지는 것으로부터 야당의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야당은 국민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약속이 단순한 집권만을 위한 권모술수가 아니라 반드시 실천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국민들에 주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지금의 야당 세력은 아마도 십 수 년간 다시 집권할 수 없을지도 모르다. 상상하기 끔찍한 일이지만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는 되돌릴 수 없는 나락으로 추락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따라서 지금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의 방향은 지난 10년간의 집권 기간의 철저한 반성 그리고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지 못한 것에 책임을 져야하는 인사들의 과감한 용퇴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국민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준비하고 이 정책을 반드시 실천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국민에게 주어야 한다. 오직 이 길만이 추락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다시 비상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정용해 (정치학박사, 한결미래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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