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영웅’으로 만들었던 청룡영화제, 가장 순수하고 깨끗했다

청룡영화제, ‘국제시장’의 ‘국제시장’을 위한 ‘국제시장’에 의한 영화제와 달랐다

 사진제공 = 포커스뉴스
[트루스토리] 송은정 기자 = 이정현의 순수함을 읽었던 청룡영화제는 조선일보 주체다. 하지만 ‘정치적 성향’이 없었다. 청룡영화제는 ‘공평했다’ 그리고 깨끗했다. 수구와 보수의 논리가 없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대종상은 단순하고 무식했다. 그래서 외면을 당했다. 반면, 청룡영화제는 좀 더 영리했다.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하게 꿰뚫고 있었다. 즉, 남들이 잘 모르는 독립영화나, 흥행에 저조한 작품, 연기력은 인정받은 작품 등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과 시상식을 더욱 빛나게 한 셈이다.

그래서일까. 수상작에는 ‘이변’이 있었다. 독립영화인 ‘거인’과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연배우 최우식과 이정현이 각각 신인남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자본의 논리가 아닌 문화와 예술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천만관객이라고 다 좋은 작품이 아니라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관객몰이를 통해 작품이 흥행한다고 진짜 명작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때문에 일주일 전에 진행됐던 대종상영화제와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종상영화제는 초반부터 진흙탕이었다.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는 ‘갑질’ 논란은 약과에 불과하다. 말 그대로 시상식 자체가 짜고치기 고스톱임을 스스로 증명한 셈인데, 사정이 이렇다보니 남녀주연상 후보 전원이 불참하는 ‘역대급 망신’을 샀다. 물론 다른 부문 배우뿐 아니라 감독, 스태프들도 대거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시상식은 비극적이었고, 초라했고, 냉소와 조롱이 가득했고, 그렇게 침울한 분위기가 시종일관 흘렀다.

더 큰 문제는 박정희정권 시절의 향수를 담은 ‘국제시장’의 싹쓸이. 10관왕을 기록했다. 한 누리꾼은 “박정희 정권과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 정권에 대한 찬양의 연장선상에서 국제시장을 앞세운 대종상에 순수예술인들이 등을 돌린 대종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제시장’은 인기상, 공로상, 봉사상을 제외한 19개 부분에서 10개 부문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암살’과 ‘사도’는 각각 여우주연상(전지현)과 여우조연상(김해숙)에서만 수상 소식을 전했고 권력과 지배자들의 무능과 모순 비리를 통쾌하게 해부했던 ‘베테랑’은 무관에 그쳤다. 이 영화제가 왜 의미없는 영화제이고 그들만의 잔치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이어 영화국정화도 이뤄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불과 약 일주일 간격으로 진행된 두 시상식은 그야말로 하늘과 차이였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예술에 정치가 지나치게 끼는 건 안 좋다”며 “그런 점에서 청룡은 예술 관점에서 잘 시상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종상은 1962년 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영화제이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쓴소리가 여전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정부 주관으로 영화제가 생겼을 때부터 작품성 보다는 정부와 권력에게 잘 보인 제작사의 영화, 반공 영화에 편파적으로 상을 주면서 신뢰성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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