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기자회견, 이틀째 ‘역대급’ 스포트라이트 쏟아지다

한상균 기자회견, 언론이 마침내 한상균을 ‘주연’으로 만들어주던 날

 
[트루스토리] 최봉석 대표기자 = 세상은 늘 ‘주연’에 포커스를 맞춘다. 빛을 발하는 건 ‘조연’이지만, 조연의 움직임엔 관심이 없다. 조연은 쓰러져도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주연은 헛기침만 해도 모두가 우왕좌왕 난리법석이다.

민주노총은 늘 ‘노동계’의 중심에 서 있었다. 어용이냐 아니냐 여부를 떠나, 그런 비판을 들었던 한국노총과 함께 한국 노동운동의 양대산맥으로 노동운동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왔다.

민주노총은 특히 사실상 자본과 권력에 유일하게 대응하며 목청을 높이는 ‘합법적’ 조직체계였다. 투쟁의 거리에선 늘 주연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갱이, 좌파, 종북세력이라는 ‘색깔론’ 속에서 늘 ‘조연’ 취급을 받았다.

권력은 대화의 주체인 그들과 대화를 철저히 거부했다. 고임금 노동자라고, 귀족 노동자라고 비하했고 조롱했고 멸시했고 무시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고민조차 없던 권력들은 급기야 민주노총에 대해 일자리 창출 주역인 기업을 적으로 인식하는 낡은 이념 프레임에 갇힌 집단으로 힐난했다. 급기야 대통령은 민주노총을 폭력집단, 테러집단이라며 IS에 규정했다. 노동자들의 대표를 ‘악마’로 만들었고 결국 그런 의도는 성공했다.

국민을 한 명도 구하지 못했던 세월호 참사 이후, 거리로 나서 무능한정부에 대해 타도를 외치며 시위를 한 것을 두고, 대규모 테러를 저지른 것처럼 조롱하며 ‘소요죄’를 적용한다고 언론에 흘렸고, 조계사는 테러리스트를 보호하는 해방구로 규정하며 경찰병력을 투입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집회와 시위가 보장된 나라에서 친정부가 아닌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사람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면, 앞으로 현 정부에선 그리고 새누리당이 계속 집권하게 될 경우 누가 시위를 주도해야 하고 거리로 나서야 할까.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체포가 일종의 시민단체에 대한 공포와 억압 정책, 이들과 연계했던 야당에 대한 겁주기, 노동개악을 요구하는 200만 노동자들에 대한 봉쇄로 분석되는 이유는 그래서 다 이유가 있고 설득력이 있다.

오늘 구속된 한상균 현 민주노총 위원장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시절 주도한 77일간의 옥쇄파업을 이유로 2009년부터 3년간 구속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언론들은 이를 부각시키며 그를 ‘강경파’ ‘좌파’ ‘노동전선’ 등으로 색칠하며 마치 북한의 사주를 받은 ‘빨갱이’로 묘사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한국노총 위원장이 구속됐다는 소식은 솔직히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단위 연맹의 경우 ‘비리 혐의’로 위원장이 구속된 적은 있지만 민주노총은 공금횡령 등과 같은 악질적인 ‘비리’와 거리가 멀다. 늘 반정부 투쟁의 선두에 섰다는 이유로 이런 저런 죄가 뒤엉킨 뒤 ‘1급 수배가’가 됐다.

백번 양보해서 ‘고임금 노동자’가 투쟁을 하면 안되는 것일까. 저임금 노동자가 임금 투쟁을 하면 아직 배가 덜 고팠다고 조롱하고, 고임금 노동자가 반정부 시위를 벌이면 호강에 겨워서 그런다고 조롱한다.

해고된 노동자인 한상균의 기자회견은 그런 허섭스레기 언론에 대한 불신이 가득차 보였다. 그럴 만도 하다. 누가 과연 그의 편을 들어주고 있는가. 정부로부터 천문학적인 광고를 받는 종편과 공중파들은 한상균을 해부해서라도 권력의 입맛에 맞게 보도하는 게 임무다. 그래야 또 다른 광고를 수주할테니까.

종이신문도 한상균을 난도질해서라도 대기업의 입맛에 맞게 보도해야 한다. 그래야 신문 1면에 상상을 초월한 광고가 들어올테니까. 한상균 기자회견이 이뤄지기까지, 그가 보여줬던 정치적 행동은 오로지 노동개악 반대라는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행위였지만 그를 난도질해왔던 언론들은 ‘노동개악’엔 눈을 감고, 비로소 그를 ‘점하나 찍은’ 범죄자 주인공으로 묘사하며 그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그렇게 주연으로 만들었고 그렇게 주인공으로 대접(?) 했다.

혹여나 그가 전세계의 수배를 받고 있는 국제테러범이라도 오늘 같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민주노총에게 언제 이만큼 기자들이 몰렸을까.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면 진보언론 몇 군데만 모습을 보일 뿐, 나몰라라 했던 언론들이 오늘 작정한 듯 그의 구속수감을 침 흘리며 지켜봤다. 한국언론의 이중적 태도다.

대통령의 움직임 보다 더욱 거창했던 취재 열기. 비가 내리던 날, 속으로는 “하필 이런 날에…”라며 그의 자수를 욕하면서도 한상균 기자회견을 (데스크의 명령에 복종하듯) 미치도록 언론들은 취재했다. 아마, 민주노총에 대한 이런 열띤 취재는 영원히 없을 것이다. 아마도.

▲ 사진제공 = 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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