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이승진 기자 = 종편(이하 종합편성채널) 시사토크쇼 진행자 박종진의 막말과 편향성이 도를 넘고 있다.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의 진행을 맡은 지 불과 한 달 밖에 안 됐음에도 선정적 발언과 편파적 진행으로 시청자들의 강한 원성을 사고 있는 것.

과거 채널A <쾌도난마> 앵커 시절 5.18 광주민주화항쟁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하고, 재산분쟁 소송을 벌이던 가수 장윤정의 가족사를 흥미위주로 다루는 등 수 차례 ‘막장 방송’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15차례 이상 제재를 받았던 불명예를 재연할 조짐이다.

12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박종진 라이브쇼>가 처음 방영된 지난달 4일부터 이달 5일 방송까지 총 25회를 모니터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박종진은 억지스러운 주장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출연자들의 말을 끊고 조롱하는 등 진행자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동을 일삼았다.

이 가운데 민언련은 ‘부장판사 성매매 사건’과 ‘북한 난수방송 재개’ 아이템을 보도한 8월 4일, 7월 21일 방송에 주목했다.

당시 방송에서 박종진은 패널에게 주제와 무관한 성매매 경험을 집요하게 물었고, 사드 배치에 반발해 성주에서 일어난 거센 주민 반발을 북의 지령을 받은 간첩 소행으로 못 박았다. ‘사실 보다 진실을 보여주는 버라이어티 토크쇼’라는 기획의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 “고정간첩 5만명, 北 난수 지령 받아 성주서 과격 시위” 공안정국 조성
 
박종진은 대북 및 안보 문제의 경우 ‘북핵 제재 강화’, ‘종북세력 척결’ 등 보수적 시각을 드러냈다. 문제는 안보 불안을 키워 공안정국을 조성하는 데 과도한 집착을 보인다는 점이다.

7월 21일 방송한 ‘북, 16년 만에 난수방송 재개’ 아이템이 대표적이다. 방송에서 그는 ‘국내 5만 명이 넘는 고정간첩이 이번 난수방송을 듣고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한 패널의 주장을 그대로 전했다. 그 과정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군민의 거센 반발이 고정간첩 소행’이라는 억지 추론을 내놓으며 대화를 일방으로 이끌었다.

북한의 난수방송 재개는 안보 문제인 만큼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방송 재개와 사드 반대 시위가 비슷한 시기에 벌어졌다는 점만으로 둘을 연관지어 고정간첩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구체적 근거 없이 그 수가 5만 명 이상 이라는 발언을 강조하는 것은 지나치게 공안적 시각에 치우친 진행이다. 자칫 성주의 성난 민심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언사다.

이는 패널로 출연한 강명도 경기대정치전문대학원 교수가 고정간첩의 범주를 ‘종북(세력) 보다도 흡수된 간첩들, 파견 간첩’ 정도로 국한 했음에도, 박종진이 이를 무시하고 ‘종북세력’, ‘싼 종북 오리지널 좌파들’을 재차 거론하며 확장시키려는 데서 명백히 드러난다.

더욱이 난수방송을 통해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반대하는 민심을 가르고 싸움의 동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마저 엿보인다. 박종진은 “빨리 국정원하고 경찰하고 잘 연계해서 난수표 이걸 빨리 읽어 가지고. (중략)우리 국민들한테 좀 얘기해 주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선량한 국민 여기에 빠지지 않도록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습니까”라며 사드 배치 전선을 나누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北 사이버부대, 사드괴담 유포설’ 강조도

성주 시위를 바라보는 편향된 시선은 최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전자파 위험 등 사드괴담은 북한 사이버부대가 퍼뜨렸다’는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읊는 지경까지 이른다.

8월 4일 방송에서 박종진은 김 전 대표의 말을 소개하며 “제가 볼 때 그런 것 같아요, 그런 거 같다니까, 진짜”라며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이건 내가 볼 때 북한의 소행일 확률 있어 보이는데요. 많이. 왜냐하면 그 얼마 전에 그거 있어요. 난수표인지 뭔지 있었잖아요. 그게 이런 내용 같아. 자꾸…”라며 7월 21일 방송된 ‘북의 난수 지령’을 재차 언급한다. 공안적 시각에서 북한과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움직임을 어떻게든 연관 지으려는 시도다.

이날 막장 진행의 정점은 성주 시민들의 성난 시위 장면을 보면서 내뱉은 발언이다. “요거 화면 보면 김정은 좋아하겠네. 그죠? 김정은이 좋아하고. 중국 공산당 관리도 좋아하고. 지금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계속해서 분열하고…”. 성주 시민을 비롯한 다수 국민들의 정당한 분노를 외면한 채, 모든 반발과 그에 따른 갈등이 북한의 의도와 계획 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편협한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집창촌, 한 번도 안 가보셨습니까?” 본질 벗어난 선정적 진행
 
8월 4일 방송에서 박종진은 출연자 황상민 심리학 박사에게 사안의 본질과 무관한 성매매 경험을 집요하게 묻는 등 흥미위주 진행으로 일관했다. 현직 부장판사가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다 경찰 단속에 적발됐다는 사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초점을 바꿔 개인사를 추궁하기 시작한 것이다. 느닷없는 질문에 잠시 당황한 황상민은 이내 진행방식을 문제 삼았다.

박종진 : 성매매 특별법 만들기 전에 노무현대통령 때, 그 이전에는 성매매 하셨죠?
황상민 : 누가요?
박종진 : 아. 우리 박사님. 대학교 다닐 때…(미소를 띤 채 손으로 황상민을 가리키며)
황상민 : 대학교 다닐 때 저 아가씨 손만 잡아도 결혼해야 되는 걸로 알 정도였어요. 아. 그거.
박종진 : 너무 위험한 질문이었습니까? 제가?
황상민 : 위험한 질문이라기보다는
박종진 : 아니 그 때는 성매매특별법 이전에는 그 뭡니까. 많이 있었잖습니까? 집창촌도.
황상민 : 아. 그 부분에 있어서 제가 답변을 할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왜냐하면.
박종진 : 아. 예. 가보셨죠?
황상민 : 아, 구경 갔어요. 그런데 '너 했냐, 안 했냐' 하면, 제 개인의 지금 인성에 대한 질문을 하시는 거거든요.
박종진 : 네 알겠습니다. 거기까지. 네. 가봤다는 것만 인정하겠습니다.

‘현직 판사의 성범죄 비위’라는 핵심을 외면한 채 패널의 성매매 여부로 초점을 옮긴 박종진의 선정적 진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0여분 뒤 ‘성매매특별법’ 폐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또 다시 황상민의 성매매 가능성을 거론했고 이에 흥분한 황상민과 설왕설래 하면서도 끝까지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박종진 : 그렇다고 해서 우리 박사님과 제가, 이거 우리가 둘이 '성매매하려고 저거 저러는 거 아니냐' 이렇게 또 댓글 올라올 텐데.
황상민 : (따지듯) 지금 아까 저한테 그런 뉘앙스로 이야기까지 하셨어요.
박종진 : (말 가로채며) 아니. 과거에 아이 우리 대학생…(눈 마주치자 말 문 막힘)
황상민 : (흥분하며) 대학생 때…
박종진 : (두 손 내저으며) 알았어요. 알았어요. 알았어요. 알았어요.
황상민 : 상당히 형편이 좋으셨나보네요. 저는 돈이 없었어요. 책 살 돈도.
박종진 : (황상민 모교를 상기시키려는 듯) 거기 신림동. 예 예. 알겠습니다.

출연자가 당황하는 모습을 즐기는 태도는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황상민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괜히 저까지 이상한 데로 끌고 들어가지 마세요. 저 갑자기 가슴이 두근두근 해가지고 집에 가서 뭐라고…”라고 하자, 박종진은 삿대질을 하며 “구경 갔다면서요, 구경” 하며 받아쳤다. 이에 황상민이 “아니, 차 타고 지나가면서”라고 하자 박종진은 이내 참았던 폭소를 터뜨렸다.

박종진은 유명 심리학 박사의 성매매 여부가 시청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이라고 봤을까? 황상민을 대하는 그의 가벼운 언행을 감안하면 보도 가치를 높게 봤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시청자의 관음증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명인의 성(性)’ 이란 자극적 소재를 끌어온 것에 불과하다. 그는 패널의 항변을 가로채 일축하기 일쑤였고, ‘우리 대학생 때’ 운운하며 자신과 황상민을 ‘성매매특별법 시행 전 청년기를 보낸 중년 남성’이란 범주로 간단히 묶었다. ‘그 시절 성매매는 보편적 경험’이란 뉘앙스까지 풍긴다.

그러나 악의적인 진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른 주제를 논의하기 위해 나온 새로운 패널들에게 난데없이 성매매특별법에 관한 입장을 묻기 시작한 것이다. 할 수 없이 차례로 의견을 밝히던 중 마지막 남은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답변 거부’ 의사를 밝히자 박종진은 곧장 “피해가시겠다는 얘기죠. 피해가시겠다. 사람들이 참 솔직하지 못해요”라며 비아냥거렸다. 진행자의 무리수가 프로그램을 파행으로 몰고 간 대표적 사례다.

글 도움말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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