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송은정 기자 = “하얀 눈밭을 울면서 걸어가는 남자의 이미지가 있다. 그는 왜 그렇게 울면서 눈밭을 걸어가는 걸까? 그리고 그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시나리오를 쓰는 동안 나를 사로잡고 있던 이미지는 결국 영화의 엔딩으로 이어졌다. 이제 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이 영화를 보는 분들의 몫이 됐다.”

Q. <설행_눈길을 걷다>는 어떤 영화인가요?

A.(이하 김희정 감독) <설행_눈길을 걷다>는 세 번째 장편영화입니다. <열세살, 수아>에서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을 극복해 나가는 열 세 살 ‘수아’의 마음을, <청포도사탕>에서 성수대교 붕괴로 친구를 잃고 그 기억을 지우고 살아가는 서른 살 ‘선주’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듯이 <설행_눈길을 걷다>에서는 알코올 중독자인 ‘정우’의 상태와 감정을 장치로 이용하지 않고, 진심을 다해 들여다보려고 노력했습니다.

Q. 촬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A. <설행_눈길을 걷다>는 알코올 중독자 ‘정우’의 이야기 입니다. ‘정우’역을 맡은 김태훈에게 첫 미팅 때 ‘정우’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었습니다. 영화의 장점 중의 하나가 인물의 얼굴을 통해 감정과 느낌을 자세히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얼굴을 통해 관객이 알코올 중독자인 ‘정우’를 진심 어린 마음으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면 이 영화는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촬영하면서 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정우’를 공감하게 하는 작업을 가장 중점적으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화에는 그런 ‘정우’의 얼굴이 잘 담겨있다고 자부합니다.

Q. 촬영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A. 촬영 당시 전국적으로 눈이 오지 않았었습니다. 제목이 설행이고 눈길을 걷는 남자가 중요한 이미지인데 정작 눈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기적같이 촬영이 없는 날 촬영지인 나주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부랴부랴 숙소에서 쉬고 있는 김태훈을 불러내 ‘정우’가 걷는 장면을 찍었습니다.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그 장면에 오는 눈은 정말 오묘하고 강했습니다. 언제나 자연의 힘이 그렇듯이 그 눈보라 자체가 묘한 힘을 가진 것이었습니다. 김태훈과 몇 명의 스텝만 그 눈보라 속에서 함께 찍으면서 걸었던 그 때가 정말 기억에 남는 소중하고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Q. 김태훈과 박소담의 캐스팅 과정 및 두 배우의 장점은?

A. 저는 일상성을 중요시 하는 감독입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이미지의 배우를 찾았고, ‘정우’역에는 김태훈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몇 편의 독립영화에 출연해 성실한 연기를 보여줘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차였습니다. 그는 첫 미팅 때부터 시나리오에 대해 내게 많은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촬영장에서도 이어졌고, 덕분에 영화가 내용적으로 더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열악한 제작여건에도 불구하고 인내심과 집중력을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었고, 그런 태도와 자세를 통해 감독 이하 스텝들도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거기에 인간적인 친밀감으로 전 스텝들에게 인기가 많은 배우였습니다.

 

박소담은 사진으로만 봐도 자연미를 갖춘 신선한 얼굴이었습니다. ‘마리아’ 역할이 수녀인데다가 나중에 전혀 다른 모습도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기에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많이 알려진 얼굴이 아니길 바랬고, 그 바람과 박소담의 이미지가 맞아 떨어졌습니다. 이후 <검은 사제들>에 나와 유명해졌지만 촬영 당시에는 생각했던 ‘마리아’에 적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알게 된 박소담은 너무나 똑똑한 배우였습니다.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배우이기에 유연하게 맡은 배역을 소화해냈습니다.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여배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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