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모른다던 이영선 행정관, 의상대금 질문에서는 똑똑하게 답하네?

 

[트루스토리] 김수정 기자 = 이영선 행정관은 어쩌면 신분 상승을 꿈꾸고 있었을지 모른다. 경북 경산 진량고와 경기대 유도부 출신의 유도선수로만 알려져 있을 뿐, 그가 국대에서 어떤 수상을 했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운동선수로서 그 어떤 희망조차 보이지 않을 때, 그는 ‘우연히’ ‘운 좋게도’ 청와대에 들어가게 된다. 40살도 안된 ‘젊은’ 이영선 행정관이 어떤 정치적 감각이 있는지, 정무적 능력이 있는지, 행정적 역량이 있는지,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권력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 입성에 성공한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그는 권력의 추천으로 청와대에서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실력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다르면 이영선 행정관은 박 대통령이 대선 경선 후보 당시 경호를 맡았으며, 이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자 청와대 경호실로 전진 배치됐고 이후 제2부속실로 파견됐다. 그의 승승장구 뒤에는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있는데, 둘은 고교 선후배 사이로 알려져 있다. 즉, 고교 유도부 선배였던 안봉근 전 비서관이 직접 이영선 행정관을 데리고 온 것이다.

그런 이영선 행정관은 청와대 입성 후, 말 그대로 최순실의 ‘심부름꾼’으로 맹활약했다. 그리고 청와대에서 근무를 하기 위해선, 아니 청와대라는 간판을 유지하기 위해선, 철저한 ‘노예적 사고’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을 내렸던 것일까.

아니면 ‘진짜 대통령’ 최순실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상식’을 잊어버린 것일까. 이도 아니면 여전히 자신은 ‘권력’이라고 착각을 한 것일까. 12일 이영선 행정관은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답변만 늘어놓았다.

이영선 행정관은 일단 언론에 보도된 의상실 사건을 의식한 듯 “의상실에서 최순실을 수십 차례 봤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 것 뿐이었다. 삼척동자도 알다시피 그가 수시로 의상실에 간 이유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대통령 수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직 박 대통령의 옷을 찾기 위한 심부름 차원이었다.

하지만 이영선 행정관은 “대통령 안전과 관련된 경호 업무”라고 주장했다. 경호실의 직무는 생명, 재산호보, 위해 방지, 경계, 안전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옷을 찾으러 가는 게’ 경호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영선 행정관의 황당한 답들은 계속 이어졌다. “최순실을 청와대에서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이 계속 쏟아졌지만 그는 “직무에 관한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최순실을 청와대에서 본 적이 있다’고 주장한 순간, 최순실이 청와대에 들어간 것이 밝혀지기 때문에 최순실을 끝까지 사수한 것이다. 윤전추 행정관이 이미 “청와대에서 최순실을 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영선 행정관은 ‘경호’ ‘기밀’이라는 이유로 최순실에 대해 방어선을 구축했다.

최순실의 청와대 출입은 ‘보안’이 아니라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청와대와 관저에서 대통령을 경호했던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지, 가문의 영광이라고 보고 있는지, “직무 때문에”라며 모든 질문에 대한 증언을 거부했다.

다만, “2012년 말 대통령의 옷을 만들어주는 의상실에 가서 최순실을 처음 만났다면서, 마지막 만남도 지난해 초 의상실 근처”라고만 답했다. CCTV에 찍힌 것만 인정한 셈이다.

결국 예정된 신문에 한 차례 출석하지 않았던 이영선 행정관이 대심판정에 나온 것은 ‘의상대금’ 등 뇌물죄 논란에 휩싸인 박 대통령에 대한 유리한 진술을 하기 위해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정해진 답변’만 내놓은 채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모든 질문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 ‘답변이 곤란하다’는 그는 의상실 대금과 관련된 질문에서는 당당한 목소리로 “박 대통령이 봉투를 줬고, 의상실에서 대금을 전달했다”고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자신이 설령 감옥에 가더라도, 보스인 박근혜만큼은 보호하겠다는 조폭적 의리를 드러내고 있는 형국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영선 행정관은 자신이 누구인지도 답하지 못하는 엉뚱함을 보였다. 그는 “청와대에서 업무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답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업무를 밝히는 것조차 부끄럽긴 하지만, 또 최순실을 따라 다녔던 청와대 업무가 상식에 어긋나긴 하지만, 이미 상식에 어긋난 삶을 살고 있는 박 대통령을 위한 영원한 충성맹세를 보여준 셈이다.

이영선 행정관 = YTN 캡쳐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