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변수미 관련 어뷰징 기사, 각 언론사들이 목을 매는 까닭은

 

[트루스토리] 이승진 기자 = 변수미 기사가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다. 특별한 내용은 없다. 스포츠스타 이용대와 배우 변수미가 6년간 열애 끝에 결혼한다는 것이고, 올 봄에 출산이 예정돼 있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네이버에 들어가 변수미와 관련된 최신기사를 검색해보면 주요 일간지부터 인터넷 매체들은 변수미에 대해 A부터 Z까지 ‘1분간’ ‘2분간’으로 해부하고 있다. 물론 뉴스 어뷰징을 통해서다.

이들은 어뷰징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어뷰징을 만들어내고 있다. 누리꾼 반응을 집어넣고, 모친의 반응을 집어넣고, 청순하다며 미모를 극찬하고, 두 사람의 첫 만남을 재조명한다. 또한 과거 밀착 스킨십 사진이라며 변수미와 이용대가 함께 자신들의 SNN에 올린 사진도 ‘새삼 화제’라며 또 기사를 작성한다.

더 이상 쓸 게 없는 매체들은 이용대가 다른 여자 스타들과 함께 있는 사진을 이용해 새로운 어뷰징 기사를 만들어낸다. 주로 00경제라는 매체들이 이 같은 방식을 이용하고 있으며, 00일보와 XX일보도 이용대 변수미와 관련된 기사를 실시간으로 쏟아내고 있다.

오히려 마이너 매체들은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단속에 걸릴까, 노심초사하며 한 꼭지로 마무리하지만, ‘힘 있는’ 기성매체들은 벌점을 받고 말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어뷰징 기사는 같거나 비슷한 기사를 포털에 반복적으로 송출해 부당이득 혹은 부당 클릭을 얻는 행위다. 변수미 뿐 아니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속에서 정치 이슈로 부각을 받는 인물이 포털 사이트 ‘실검’에 뜨면 언론들은 하이에나처럼 몰려들어 그들의 모든 걸 이슈화 시킨다. 물론 실검에서 사라지면 더 이상의 기사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종이신문을 비롯해 인터넷 언론계가 어뷰징 기사로 황폐화되고 있다. 포털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하고, 언론사는 포털로 책임을 돌린다. 어뷰징 기사는 유혹이 될 수밖에 없는 존재다. 기사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고, 그런 식으로 언론사는 클릭 수를 올릴 수 있다.

과거엔 ‘실검’ 기사들의 경우 한 문장 정도만 다르고 다 똑 같았다. 이후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구성된 뒤 이 같은 형태를 사라졌지만, 여전히 내용만 살짝 바꿔서 반복 전송하거나, 앞서 송출해 클릭수를 얻은 기사를 삭제하고 다시 송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부 매체는 ‘묶음’ 형식으로 포털에 걸린다는 것을 착안, 한 기자가 여러 매체를 알바 형식으로 뛰는 경우도 있다. 한 매체의 조회수를 올려주기 위해 다른 매체가 희생되는 경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오타까지도 똑같은 경우가 많다. 바쁘게 작성하다보니, 언론사 로고가 박힌 사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기레기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변수미가 검색어에 오른 상황에서 어뷰징 기사를 작성하지 않을 수 없다. 어뷰징을 마냥 비난하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언론사가 어뷰징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신들만 클릭수가 떨어진다는 불안감은 모든 언론사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고민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여자 배우들의 검색어로 올라오면 가슴과 어깨가 노출되는 선정적 사진들은 기본적으로 기사만 쓰기 위해 ‘노동을 하는’ 기자들의 먹잇감이 된다. 최근 들어 가짜뉴스가 이슈가 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공인된 포털 사이트를 통해 경쟁적으로 노출되다보니 ‘가짜뉴스’가 만들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변수미와 관련된 기사들도 마찬가지다. 한쪽에서 두 사람의 만남을 보도하면, 이와 반대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또 다른 매체는 새로운 만남을 보도하고 이게 결국 실체가 없는 기사로 둔갑하기도 한다.

이 속에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도 나온다. 가짜뉴스는 이렇게 탄생한다. 저널리즘 원칙이 파괴되고 있지만 각 언론사의 편집국에선 여전히 어뷰징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사실상 메인 언론사들을 위한 존재라는 확신 속에서 이뤄지는 불법적 행태다.

우리나라 인터넷 뉴스 소비시장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운영하는 거대 포털 뉴스서비스가 뉴스 유통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고, 이들은 여전히 검색어를 통해 여론을 형성한다. 변수미가 검색어라면, 변수미를 통해 언론사들이 움직이는 구조다. 문재인이 검색어라면 문재인과 관련된 기사들이 쏟아지는 게 현실이다.

일각에선 포털이 검색어를 조작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다만 어뷰징을 관리감독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그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선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벌점만 몇 번 주고 나면 끝날 일이 아니다.

조선일보가 변수미와 관련된 기사를 10번 쓰면 조선일보를 포털사이트에서 아웃시킬 수 있을까. 반면 마이너언론사가 변수미 기사를 10번 작성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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