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산책] 신문의 위기, 신문의 날에 부쳐

[트루스토리] 지난 7일은 신문의 사명과 책임을 자각하고 자유와 품위 등을 강조하기 위해 제정한 ‘신문의 날’로 올해가 57회째이다. ‘신문의 날’은 대한제국 끝자락에, 기울어가는 국운을 바로잡고 민족을 개화하여 자주·독립·민권의 기틀을 확립하고자 순한글판 민간중립지로 출발한 ‘독립신문’의 창간정신을 기리고, 그 구국이념을 본받아 민주·자유언론의 실천의지를 새롭게 다짐하고자 하는 의미로 제정되었다.

‘독립신문’ 이래 신문은 줄곧 민주·자유 언론의 중심매체로 인정돼 왔다. 물론 모든 신문들이 민주·자유 언론을 항상 실천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정신만은 존중돼왔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신문 산업은 인터넷의 급속한 발달 등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 구독률 급감(2001년 51.3%에서 2010년 29.5%로), 신문 신뢰도 급감(1998년 40.8%에서 2008년 16.0%로), 그리고 신문광고 시장의 매출액 점유율 감소(2004년 26.2%에서 2009년 20.7%로)로 신문사들은 일부 족벌 언론을 빼고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종편채널의 도입과 보도전문채널의 증가 등 신문 산업의 위기를 가속화시킬 미디어 환경 변수들이 새롭게 등장해 2007년에 비해 2009년에는 신문사 매출액이 18.1%나 감소했다. 이는 참여정부(2002년 ~2007년) 매출액 감소 5.3%에 비할 때 훨씬 큰 폭의 감소세이다.

국내 신문사의 콘텐츠 생산인력(1만8000여명)은 거대 장치산업인 방송사 인력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초과하고 있다. 그러나 신문에 대한 공적인 지원은 방송의 9분1 수준에 불과하며 지속적인 방송광고 규제완화 등으로 상업적 기반이 급격히 잠식되고 있다. 신문사 위기를 방치할 경우 중소 신문사들의 생존 위협, 미디어 재벌 중심의 언론권력 집중 등이 예상된다.

신문 산업은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여전히 주요 뉴스를 공급하는 1차 콘텐츠 생산기지로 일반시민들의 삶의 문제와 직결된 다양한 여론의 형성기지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인 정치적 의사형성에서 신문은 여전히 중요한 여론형성 매체의 역할을 하며, 인쇄 문화(문자문화), 읽기 문화 진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신문 산업이 점점 위축되고 있지만 여론 다양성과 미디어 생태계 유지를 위해 중소 신문을 비롯해 풀뿌리 지역 언론, 인터넷 언론, 독립 디지털 매체(블로거) 등 대안매체에 대한 공적지원과 이를 통한 미디어의 균형발전이 필요하다.

종이신문이 사라지고 인터넷, 모바일 등에 기반한 미디어만이 남을 경우 연예, 오락, 스포츠 등 연성 콘텐츠는 과잉 생산되고 공적 의사 결정에 필요한 콘텐츠는 과소 생산됨으로써 민주주의의 기반은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미 의회 조사국(CRS: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은 ‘전환기의 미국 신문산업’이라는 보고서에서 신문 산업의 위기가 방치될 경우 정당 정치가 무력화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유럽 정부들은 신문의 위기를 민주주의 위기라고 부르며 여론다양성 차원에서 신문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공적 지원 의무를 강조해왔다.

가장 시급한 것은 신문 시장이 조중동 등 소수 족벌 신문에 의해 구조적으로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신문 산업 공동의 인프라 개선을 위한 대규모 투자 등 신문 산업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의 확대의 필요성이다.

아울러 전체 미디어 시장에서 매체 간 균형 발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풀뿌리 지역 언론에 대한 지원도 늘려야 한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규모 미디어 균형발전기금(국고지원 + 방송광고의 일부를 미디어 균형발전기금으로 전환)의 조성과 공동배달제와 공동제작 도입, 신문 읽기 진흥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 등도 신문 산업 진흥을 위해, 나아가 민주언론, 자유 언론의 실천을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할 과제이다.

박영식 시사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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