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KBS 수신료 인상이 솔솔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공영방송 재원구조의 안정화’ 방안을 언급하면서 우회적으로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앞서 이 방통위원장은 내정자 시절 수신료 인상에 대한 기자의 질의에 “KBS 수신료 인상해야죠”라고 말했고, 인사청문회에서도 “공영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인상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18대 국회의원 시절에도 ‘수신료 인상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며 시민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신료 인상을 추진한 바 있다. 또한 KBS ‘부적격 사장’ 길환영씨도 수신료 인상을 거론하고 있다. 길씨는 신년사에서 “우선 공정한 보도, 품격 높은 콘텐츠 제작을 통해 국민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 수신료 인상을 위한 기본전제”라고 밝혔고, 3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수신료 인상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친박계’ 이 방통위원장과 길 사장이 나서 수신료 인상의 군불을 지피고 있는 것이다.

정치공학적 접근법을 떠나, ‘공영방송의 재원구조의 안정화’를 위한 수신료 인상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엔 전제조건이 있다. KBS가 정치적으로 독립되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국민이 낸 수신료로 공영방송 KBS가 공정성과 공영성을 잘 실현하고 있을 때에야 가능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국민의 결론이다. 현재 KBS의 독립성 공정성 공영성은 수신료 인상 논의를 꺼내기조차 부끄러운 수준이다. KBS는 MB정권의 낙하산인 ‘이병순-김인규-길환영’ 체제를 통해 ‘정권 홍보방송’, ‘정권의 나팔수’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만큼 타락해 버렸다.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KBS구성원은 탄압을 받았고,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인 <시사 투나잇>은 폐지됐다. <추적 60분>의 ‘사업권 회수 논란, 4대강의 쟁점은?’ 편은 예고편까지 내보내고 두 차례나 불방 됐다가 내외부의 극심한 반발에 떠밀려 겨우 방송되기도 했다.

또한 라디오에서는 MB의 연설이 109회나 흘러나왔으며, KBS옴부즈맨으로 활동한 교수진에게 의뢰한 ‘18대 KBS 대통령 선거보도의 공정성 연구’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우호적으로 보도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이번 봄 개편에서는 그 사이 호평을 받았던 환경 과학 역사스페셜과 KBS스페셜을 통폐합해 누가 보아도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가 뻔히 예상되는 ‘박근혜 대통령 청부다큐’ <다큐극장>을 신설했다. 그것도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외주제작사에 맡겨 제작을 강행하고 있다. 제작자의 편성 및 제작 자율성은 그들에게 고려 대상이 아니다. 어떻게든 정권에 잘보이기 위한 이들에게는 KBS의 운명도, 국민도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정권을 향한 충성맹세만 있을 뿐이다. 이렇듯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 한 KBS에 수신료 인상 절대 불가이다. 더군다나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 인상에 대해 여론 수렴과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없는 상황이다.

말로만 ‘공영성 강화’, ‘고품질 콘텐츠 제공’을 앞세운다고 해서 이를 곧이곧대로 믿어줄 국민은 없다. 국민은 KBS가 MB정권 하에서 ‘친정권 홍보방송’으로 전락했고, 국민의 목소리와 삶은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행태가 여전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국민에게 손을 벌리기 전에 자신들의 부끄러운 모습부터 돌아보고 ‘공영방송’의 면모를 되찾는 작업부터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작업이 선행되지 않은 채 수신료 인상에 운을 떼면서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인다면 박근혜 정부 내내 KBS는 국민의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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